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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삶의 위안 삼을수 있고 괴로움 없애주는 가르침

기자명 이미령
“내 마음 같지 않아.”
“힘들다.”

우리는 이런 말들을 아예 입에 달고 삽니다. 정말 우리의 삶에는 힘든 일이 참 많습니다.

일단 태어난 존재는 쉼 없이 죽음의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병마가 우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만남조차도 이별을 항상 그 속에 안고 있습니다. 나의 성공은 다른 이의 좌절을 의미합니다. 태어난 이상 겪을 수밖에 없는 괴로움..... 부처님도 이 세계와 중생들을 거듭 살펴보시다 마침내 덧없고 괴롭고 진실한 나라고 할 수 없다며 땅! 땅! 땅! 결론을 내렸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런 괴로움만큼이나 분명한 사실이 또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괴로운 상태를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괴롭고 슬픈 상태를 지속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당신도 나도 괴로움을 싫어합니다. 그 괴로움이 어떤 이유에서 빚어졌든 그리고 괴로움의 정도가 어떠하든지 무조건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이 생명 있는 자들의 본능입니다. 즐거운 것은 좋고 괴로운 것은 싫다는 것이 우리들 인간의 당연한 생각입니다.

그런데 『대반열반경』에는 삶은 좋아하면서 죽음은 꺼리는 ‘어리석은’ 인간을 따끔하게 일깨우는 말씀이 담겨 있습니다. 삶, 생명, 환희,영원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공덕천이 문을 두드리자 집주인은 반색하며 맞아들입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죽음, 슬픔, 고통을 상징하는 추한 모습의 흑암천이 집안을 기웃거렸습니다. 아연실색한 집주인은 호통을 쳤습니다.

“어디 감히 들어오려고 하느냐?”
그러자 아름다운 공덕천이 이렇게 참견하였습니다.
“흑암천은 내 동생입니다. 우리는 어디든 항상 함께 다니는 자매랍니다.”
“그래? 그럼 너도 내 집에서 나가거라.”
현명한 집주인은 공덕천마저도 내쫓습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인간은 공덕천에 너무나 미련이 강해서 끝내 흑암천까지 집안으로 들인다는 내용입니다. 공덕천과 흑암천이 동전의 양면처럼, 손바닥과 손등처럼 뗄래야 뗄 수가 없고 항상 함께 존재하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인데 당신과 나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덕천이 잠시 내 눈 앞에서 아름다운 춤을 추면 넋을 잃고 빠져들다가 흑암천이 재채기라도 한번 하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게 중생인데요......
내가 부처님처럼 지혜롭다면 온갖 즐거움이나 괴로움에 조금도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에게는 아직 지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습니다. 지혜는커녕 욕심과 분노와 어리석음만이 대글대글 내 온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불행해지는 것은 싫습니다. 아, 이런 모순덩어리가 또 어디 있을까요?

「관세음보살보문품」은 바로 이런 모순투성이의 중생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읽어가는 부처님 말씀입니다.
“에잇, 이깟 세상살이...!”하면서 속절없이 털어버리고 출가하여 용맹정진할 용기도 없고, 수행하면 될 줄 머릿속으로 알고는 있으면서도 게을러서 그리 하지 못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 읽는 말씀입니다.

「보문품」은 위험에 처했을 때 읽는 경이 아니라 미리 읽어두어야 하는 경입니다. 그리하여 장롱 깊숙한 곳에 들어 있다가 위험이 닥친 순간 놀랄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는 보험증서처럼 당신과 나의 인생살이에 위안을 삼을 수 있고 괴로움을 무사히 건네주는 이것이 바로 「관세음보살보문품」입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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