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의 아들

기자명 연기영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시절 그렇게 ‘장담’하던 말이 끝내 ‘농담’으로 되고 말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구속될 당시 대통령이 가족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데 대한 부도덕성과 무책임성을 크게 질타한 사실을 대다수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당시 국민들 역시 현철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모든 책임이 그의 아버지인 김영삼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하였고, 결국 정권 말기의 권력누수를 가속화시켰다. 급기야 ‘현철씨 사건’은 정권 교체의 중대한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 ‘현철씨 사건’을 보고 그렇게 큰 소리쳤던 김대중 대통령은 이제 유구무언(有口無言)의 입장이 되었다.

홍업·홍걸씨는 현철씨 보다 한 술 더 떴다. 아버지의 권력을 개인의 축재도구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영삼 정부의 무능이 남긴 ‘IMF 경제신탁’ 사태에 직면한 우리 국민들은 국난극복의 열기로 ‘금모으기 운동’을 전개했고,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노숙자로 전락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시점에 홍업씨는 현대와 삼성으로부터 무려 21억원을 받아 챙겼고, 각종 이권개입으로 받은 돈의 액수가 47억원이 넘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검찰이 밝히지 못한 돈도 얼마든지 많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난무하다.

현직 대통령의 두 아들을 구속하는 데는 검찰로서도 엄청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인사가 수 십 차례나 법무장관에게 압력을 행사했고, 이한동 총리까지도 법무장관에게 부탁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참으로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이명재 검찰총장 체제의 검찰이 과거 정치권력의 시녀 노릇에 안주했던 ‘정치검찰’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두 아들의 구속사태를 접하고 머리 숙여 국민에게 사과하는 오욕을 겪었다.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국제적인 명망을 한 몸에 안게 된 그가 자식들의 파렴치한 행동으로 면목이 없게 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김홍일 의원의 소신(?) 있는 태도이다. 민주당은 노골적으로 현직대통령의 장남으로서 지역구 출신의 당선 의원이기도 한 김홍일 의원의 탈당을 거론한데 대해 한마디로 “탈당할 이유 없다”고 잘라 버리고 신병치료 차 미국으로 갔다. 자신의 탈당은 지역구 사람들의 양심과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일리는 있다.

연좌제가 금지된 우리 나라의 헌법 규정에 비추어 보아도 법적으로는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정치인에게 법적 책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윤리 도덕적 책임이다.

김홍일 의원의 경우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대통령의 아들로서는 유일하게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갖고 있다.

김홍일 의원의 경우 동생들의 파렴치한 행동을 막지 못한 데 따른 도덕적 책임은 막중하다. 그런데 그는 탈당을 거부한 채, 미국에서 신병 치료를 받겠다고 나가버렸다. 국내 의사들의 의술과 병원시설은 모두 엉터리란 말인가?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은 외국병원으로 나가야 하고, 국내 병원은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만 이용해야 하는 수준 이하의 것이란 말인가?

앞으로 대통령을 비롯하여 고위 권력층 가족들의 부정에 대해서는 상설적인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서 엄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권력을 통한 ‘한탕주의’는 결국 망하고 만다는 진리를 국민 모두가 엄숙하게 깨달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차기 정권에서도 이런 불행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