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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세대와 5070세대의 사이

기자명 법보신문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신조어들이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블로그에 이어 트위터와 페이스북, SNS라는 말이 넘쳐난다. 비단 과학기술의 변화만이 아니다. 2040세대라는 조어도 이미 널리 퍼졌다. 20~40대 연령층을 뜻하는 2040세대는 50대, 60대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담론도 쏟아진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SNS와 2040세대라는 말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SNS혁명 또는 뉴미디어혁명이라는 말도 곰비임비 등장한다. 기실 그럴 만도 하다.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세대 단절 현상이 또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선거가 있던 10월26일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 나타난 세대별 투표 성향을 톺아보자. 20대 69.3%, 30대 75.8%, 40대 66.8%가 무소속 정치신인이자 야권연대 후보인 박원순에게 표를 던졌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노골적으로 지원한 한나라당 후보 나경원은 20대 30.1%, 30대 23.8%, 40대 32.9%의 표를 얻었다. 하지만 50대를 넘어서면 역전한다. 50대의 56.5%, 60대 이상의 69.2%가 나경원을 지지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50대, 60대, 70대들은 “현실에 안주한다”거나 “기득권층”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물론, 50대 이상과 달리 2040세대가 부닥치고 있는 어려움은 특별하다. 지금의 50대 이상은 젊은 시절에 ‘이구백’이나 ‘장미족’ ‘청백전’ ‘삼초땡’ ‘동태’란 말을 상상이라도 했을까? 하지만 오늘의 2040세대는 다르다. 20대 90%가 백수(이구백)이거나 장기간 미취업자(장미족), 청년백수 전성시대(청백전)를 살고 있다. 30대 초에 ‘희망’퇴직(삼초땡) 당하거나 엄동설한에 ‘명예’ 퇴직(동태)하는 40대의 심경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그런데 과연 50대 이상은 모두 현실에 안주하거나 기득권을 지녔을까? 전혀 아니다. 아니, 50대 이상의 최소한 과반수는 안주할 현실이 없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이 지구촌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지금 이 순간도 대한민국 곳곳 어디선가 노인들은 서러움과 가난을 애면글면 이겨가고 있다. 안락하고 안주할 현실을 갖춘 50대 이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보다 많지 않다.


그렇다면 왜 세대단절 현상이 일어날까? 다른 종교에 비해 나이 든 신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불교가 곰곰 짚어보아야 할 문제다.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미디어 이용의 차이도 큰 요인임에 틀림없다. 50대 이상의 대다수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세상을 읽어간다. 신문과 방송은 두루 알다시피 일방향 미디어다. 신문사 편집국과 방송사 보도국이 전하는 뉴스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하지만 2040세대들은 그렇지 않다. 50대 이상에겐 말조차 낯설 수밖에 없는 블로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SNS를 통한 사회적 관계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종합일간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신문사들이 박원순 후보에 ‘붉은 색깔’을 칠하며 ‘학력 위조범’과 ‘대기업 협박범’으로 몰아갈 때, 그 신문의 독자들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여기기 십상이다.


반면에 사회적관계망서비스를 하는 2040세대는 다르다. 그들은 그 의혹이 얼마나 황당한 선동인가를 비판하는 글들을 서로 나눠보며 진실에 다가선다.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로 삶을 영위하는 셈이다.
그래서다. 2040세대라는 조어는 있지만 5070이란 조어는 없다.

 

▲손석춘 언론인
스스로를 주체로 호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나는 5070세대에게 그 세대의 한사람으로서 간곡히 권하고 싶다. 2040세대와 5070세대 사이에 미디어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를, 자신이 의존하고 있는 독과점 신문들에서 이제는 벗어나기를, 2040세대는 다름 아닌 자신들의 자녀세대임을 새삼 깨우치기를.

 

손석춘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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