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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광식 박사, 조성택 교수 비판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11.11.22 13:03
  • 수정 2011.12.16 14:05
  • 댓글 0

“민족불교론 비판이 조계종 정체성 흔든다”

근대지향적 노선만으로 민족불교 경시
‘딜레마론’은 역사관 아닌 기묘한 감상

 

▲김광식 박사
조성택 고려대 교수는 ‘근대한국불교사 기술의 문제’라는 논문을 통해 “그동안의 연구 방식은 단순한 ‘항일·친일’의 이분법적 구도로서 근대한국불교의 다양성을 모색하는 기회를 제거했을 뿐 아니라 불교 개혁프로그램들에 대한 역사적 의미도 못 살렸다”고 비판해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 논문은 최근 불교평론의 ‘올해의 논문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근현대불교사연구의 권위자인 김광식(동국대 연구교수·사진) 박사가 조성택 교수의 주장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보내와 이를 전문 게재한다.  편집자


조성택 고려대 교수(이하 조 교수)는 천태종이 주최한 최근 세미나에서 ‘근대 한국불교사 재고 : 조계종의 민족불교 정체성 비판’이라는 도발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조 교수의 이 논문은 1년 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 53호에 게재한 ‘근대한국불교사 기술의 문제: 민족주의적 역사기술에 대한 비판’ 논지를 지속하면서도 ‘민족불교론’ 비판의 강도를 더한 글이다. 그런데 ‘민족문화연구’ 게재 논문이 불교평론 주관의 ‘올해의 논문상’을 수상하였음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논자는 평소 조 교수의 도전적 글쓰기에 높은 평가를 하였다. 그러나 천태종에서의 발제는 감정적, 연구 성과의 단정, 조계종단에 대한 자의적 인식이 구현되었다. 그래서 근현대 불교를 연구하는 논자는 조 교수의 논지를 비평하기로 했다.


조 교수는 ‘민족주의적 역사기술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째, 항일적 민족불교의 형성과정이 곧 근대불교사이며 조계종은 그 과정의 결론이다. 둘째, 항일과 친일의 도식적 이분법 문제의 이면에 일본 근대불교를 타락불교·반불교적·악의 관점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셋째, 근대불교와 근대기 불교를 구분 않는다. 이렇듯이 ‘민족불교론’을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딜레마론’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논자의 의견을 피력한다.

 

 

▲조선불교 총본산 건립공사 광경.(현 조계사 대웅전). 1937년 5월 착수해 1938년 10월 낙성했다.

 

 

첫째, 민족불교론은 논자가 20년간 근대불교를 연구하면서 근대불교사 서술에 활용한 관점이다. 또한 민족불교론은 조계종사 서술의 관점으로 활용되었다. 논자는 민족불교론을 산중불교에서 새로운 문명사회의 중심으로 나가려는 불교대중화론(생존 및 불교근대화)과 국가와 민족의 재건 및 수호에 기여하려는 불교사회화론(전통수호, 민족독립)이 결합된 관점으로 보고 있다. 즉 민족불교론으로 근대불교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조 교수는 이런 입론이 항일과 친일이라는 도식에 빠졌다고 비판하면서 근대불교사를 ‘한국적 정체성 확립과 근대적 유용성’이라는 과제를 중심으로 보자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조 교수가 내세운 과제는 민족불교론의 첫 번째 흐름에 포함된다. 여기에서 조 교수는 ‘국가와 민족의 재건 및 수호에 기여하려는 불교사회화론(전통수호, 민족독립)’을 경시한다. 조 교수는 민족불교론에 서면 불교대중화가 함의하는 다양한 맥락을 무시한다고 강변한다. 일면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이는 과도한 비판이다. 조 교수는 불교가 전통수호 및 민족독립에 나선 지향, 활동을 배제하려는 의식은 없는가? 그런 활동이 타당치 않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활동이 미약하다는 것인지 애매하다. 조 교수는 근대지향적인 노선만을 선택하려는 것인지, 한국의 재건과 민족의 수호를 경시하는 코즈모폴리턴적인 의식은 없는지 궁금하다.


둘째, 조 교수는 민족불교론의 비판을 확장하여 조계종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한다. 조 교수는 “조계종단의 민족불교적 자기 정체성은 20세기 한국불교의 딜레마적 상황에서 근대화라는 중요한 과제를 희생함으로써 얻게 된 부산물”이라고 단정했다. 조계종의 정체성에는 민족불교 이외에도 통불교, 선불교가 있다. 그런데 조 교수는 이를 고려치 않고 조계종에는 민족불교만이 있는 것처럼 단정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민족불교 비판은 조계종의 비판이 되고, 조계종은 비판받아 마땅한 종단으로 볼 여지가 농후하다.


논자는 조계종의 정체성에 민족불교가 있지만, 현재의 조계종은 민족불교적인 활동을 충실히 이행할 수 없는 내적인 모순에 처해있다고 본다. 사회분열, 통일, 환경, 약자 보호 등 사회의 질곡에 불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 교수의 조계종의 민족불교 정체성 비판은 불교근대화에 적극 나섰던 승려(대처승)에 대한 애정에서 기인한다. 논자는 근대불교가 여타 시기보다 다양성, 창발성이 심화된 시기로 본다. 그리고 새로운 불교를 만들려고 고뇌한 불교 근대주의자들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이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다. 그러나 그들이 근대불교의 주류가 되면서 전통적 불교공동체의 파행, 수행풍토 이완, 식민지 권력에 예속, 명리추구로 인한 내분, 세속화 노정, 타율적 근대화 등 많은 질곡이 나타났다. 이런 측면에서 문제, 후유증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측면의 배제는 견강부회이다. 여기에 조계종 역사서술의 고뇌가 있다. 오히려 근대주의자들의 역사는 태고종단이 챙기고 복권을 시켜줘야 한다. 때문에 조 교수는 조계종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지 말고 태고종단을 비판해야 할 것이다.


셋째, 조 교수는 근대기 불교와 근대불교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자는 이 주장이 이 분야 연구자에게 자극을 준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사유적인 측면에서 가능하지 실질적인 역사 서술의 영역에서는 많은 문제를 유발한다. 조 교수 입론에는 서구중심적, 오리엔탈리즘 의식이 있다고 본다. 한국불교사는 17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인도·중국불교와 지속적인 연계를 갖고 있었다. 그 결과 보편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불교문화가 있다. 물론, 근대기에 와서 일본을 통해 유입된 ‘신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그 성격 및 영향을 정리, 분석하면 될 것이지 기존 역사해석에서 공인된 시대구분 자체를 폐기할 필요까지는 없다.


조 교수는 ‘근대불교’적인 역사서술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근대불교’의 정체는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혹여 조 교수가 미국유학에서의 경험과 한국불교/ 조계종단의 시대흐름에 반하는 행태로 조계종단을 반근대적인 불교, 후진적 불교로 보는 것과 무관하지는 않은가?


넷째, 조 교수는 근대 불교사를 이해, 서술하는 새로운 관점으로 ‘딜레마론’을 제안했다. 그래서 그는 일제하 불교의 내용을 ‘딜레마론’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논자는 조 교수의 ‘딜레마론’을 사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 그것은 특정의 상황을 이해하는 미시적인 수식어이다. 즉 조 교수 역사 해석의 기묘한 감상이다. 사관은 역사적 상황을 반영해야지, 역사가의 생각만이 유효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조 교수는 이런 대안을 내놓았는가? 필자가 보건대 그는 자신이 보는 근대불교사의 흐름(근대화와 한국적 정체성의 딜레마)과 불교지식인의 양가적 인식(선택)에 나온 내용을 평등하게 대하려는 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조 교수는 자신이 설정한 이원적 흐름을 균형적으로 인정하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역사 및 역사 해석에 완벽한 균형은 없다. 양 측면은 있지만 그것은 우열적으로, 선택적으로 전개되었다. 그렇다면 그 우열과 착종의 역사를 보편적 관점으로 설명하면 된다. 강조하건대 ‘딜레마론’은 역사해석의 유용한 관점이 될 수 없다. 이에 대해서 조 교수도 그 문제점을 일부 인정하였다. 논자는 조 교수가 주장하는 딜레마론의 보편성의 근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조 교수의 입론을 비판하였다. 논자 및 조계종의 역사 서술은 수정, 보완될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논자는 조 교수가 비판만 하지 말고, 사실에 근거하여 자신의 관점으로 구체적인 역사 서술을 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조 교수의 입론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논자는 역사는 사실 그대로 재구성하고, 보편적 개념과 언어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껏 조 교수 관점을 비판하였거니와, 이를 학문 발전을 위한 것으로 받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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