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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복성과 주술성-2

기자명 법보신문

6세기 신라 밀교, 고유 신앙과 결합
기복적 공통요소로 거부감없이 정착

경주 터미널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높이 380미터의 선도산이 보인다. 눈이 밝은 이는 정상 쪽에서 삼존불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이 신라 시조 혁거세와 알영을 낳은 어머니, 선도산 성모 사소(娑蘇)의 사당이 있는 산이다. 무열왕릉. 진지왕릉. 헌안왕릉과 이름 모를 고분들이 줄지어 있고, 그 고분군을 지나 오르면 정상 바로 밑에 선도신모 유허지가 있으며, 그 옆으로 1백여 미터 아래쪽으로 위패를 모신 사당인 성모사가 있다. 성모사 옆으로 마애삼존불(보물 62호)이 있다. 주존인 아미타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있다. 이 현장은 불교가 이 땅에 들어와 고유의 신앙과 어떻게 하나가 되었는지, 한국 불교가 왜 기복성을 띠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2,000여 년에 걸친 ‘기억의 주름’이다.


“진평왕(眞平王: 579~632) 대에 지혜라는 여승은 행실이 어질었으며 안흥사에 살았다. 그녀가 새로 불전을 수축하고자 하였으나 힘이 부족하여 못하더니, 꿈에 한 선녀가 아름다운 자태로 머리를 보옥으로 꾸미고 와서 위로하여 말하였다. ‘나는 선도산의 신모이다. 네가 불전을 수리코자 하는 것이 반가워서 금 열 근을 시주하여 돕고자 하니 내가 앉은 좌석 밑에서 금을 찾아다가 주장 부처님 세 분을 꾸미고 벽에다가 오십삼불과 육류성중과 여러 천신들과 오악의 신들을 그리도록 하라. 또한 매년 봄, 가을 3월과 9월 10일에는 선남선녀들을 모으고 일체 중생을 위하여 점찰법회를 열어 이를 규례로 삼으라.’ 꿈에서 깬 지혜는 무리를 데리고 신당으로 가서 좌석 밑을 파보았다. 꿈속의 선녀 말대로 그곳에 황금 160냥이 있어 그것으로 과업을 잘 성취하여 신모의 지시대로 하였다. 그 사적만은 지금까지 남아 있으나 불법행사는 폐절되었다.……신모가 처음으로 진한에 이르러 신령한 아들을 낳아 동쪽 나라의 첫 임금이 되었다 하니 대개 혁거세와 알영 두 성인의 유래이다. 그러므로 계룡이나 계림, 백마 등으로 일컫는 것은 닭이 서쪽 방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신모는 일찍이 하늘 신선들을 부려 비단을 짜게 하고 붉은 물감을 들여 관복을 만들어 남편에게 주었다.…” 이상 ‘삼국유사’ <감통> 편 ‘선도 성모가 불교행사를 좋아하다’ 조에 나오는 이야기 중 일부다.


선도산 신모는 신라의 신들 가운데 최고의 위상을 지녔기에 신라가 창건된 이래 언제나 삼사(三祀)의 대상이었으며 그 제사도 여러 산천제의 으뜸이었다. 그럼 왜 부처님은 왜 산으로 내려왔을까? 산신이 왜 갑자기 부처님으로 변하며 산신이 있던 자리가 왜 절로 변하는가? 위의 설화에서 왜 선도산 산신은 불전을 수축하는 경비를 대고 불교의 의례인 점찰법회를 열게 하는가?


이 의문을 풀려면 먼저 불교가 이 땅에 전해져 정착하는 과정을 알아야 한다. 불교는 이 땅에서 왜 그리 빨리, 깊이 퍼졌을까? 부처님의 말씀이 갖고 있는 힘이 주요 요인이지만, 이것만은 아니다. 이는 불교가 고유신앙인 풍류도와 결합하였기에 가능하였다. 풍류도 자체가 포용력이 강하고 다른 문화에 잘 적응하며 창조력이 있기에 이 둘은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풍류도와 당시 불교 간의 공통점이다. 6세기 당시에 신라에 들어와 주력신앙을 형성한 것은 밀교 계통의 불교이다. 현세에서 업과 고통을 없애고 복을 구하려는 밀교 신앙은 ‘지금 여기’ 현실에서 재앙을 멀리하고 복을 불러온다는 풍류도의 제재초복(除災招福)의 원리와 서로 통하였다.


▲이도흠 교수
당시 신라에는 불교의 여러 신앙체계 가운데 기존의 고유신앙과 크게 맞서지 않고 현실에서 삶의 행복과 즐거움을 불러오며 신이함과 신령스러움을 강조하는 신주신앙(神呪信仰)이 먼저 뿌리를 내린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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