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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의 세계화에 대한 소견

기자명 법보신문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해 템플스테이, 사찰음식과 더불어 세계무대에 내세우는 한국불교의 대표주자는 간화선이다. 간화선을 한국불교의 특징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하여 최근까지 많은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이 수행법이 한국에서 전승되고 있는 특수한 수행법임은 분명하다.


간화선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한국불교가 세계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간화선 한 방이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이라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그것이 “동양정신문화의 정수”인지, “세계정신문화를 선도할” 수행법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문제가 단지 1700년 역사를 지닌 한국불교를 제대로 알리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세계인들이 공감할 부분이 진정 있었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미국에 있을 때 여러 명상모임에 참가하여 여러 가지 불교명상 수행법을 접했고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즉각적이고 극적인 체험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무상(無相)”을 가장 중요한 수행의 지표로 삼는 간화선 또는 조사선이 얼마나 잘 전해질지, 어떻게 이해될지 의구심을 가졌었다.


D. T. 스즈키가 전한 선불교 이야기도 이야기 자체는 역설과 반전 때문에 극적인 효과를 가지지만, 실제로 ‘물 긷고 땔나무 나르는’ 일상성뿐이니까 그러한 경지가 삶에서 쉽게 드러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 효용이나 단편적 체험으로 충분히 전해지지 못하며 즉각적이고 현상적인 결과에 급급한 현대사회에서 그 정신과 의미가 드러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삶에 준 변화가 진실한 것이라면 그 변화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러므로 간화선을 세계화하고 대중화하려고 할 때 그것이 “최상승”인가 아닌가보다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떻게 삶 속에서 구체화되느냐를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다. 평범한 일상이 깨달음의 묘처지만 그 묘처가 빛나게 드러나는 곳도 삶의 현장이기 때문에 삶 속에 구체화되지 않는 깨달음은 공허하다. 또한 법을 전하는 것은 법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며 최고의 법도 인간을 통해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 수행으로 마음이 평화로워지면 자연히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이라는 대답은 현대인들이 당면하는 다양한 삶의 문제에 대하여 너무 막연한 대답이다.


템플스테이나 사찰음식과 마찬가지로 간화선을 소개하는 방식은 너무 단편적이다. 하나하나가 우수하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불교의 정신과 실천, 그리고 삶에서 구현하는 가치를 분명히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행법으로서 간화선의 의미를 소통가능한 언어로 표현 할 때 그것은 세계인의 마음을 파고 들 것이다. 다시 말해 간화선 수행법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현대문명에 대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비전 속에서 간화선의 의미가 되새김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불교의 진수”(그 진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를 단 한 번의 행사나 몇 차례의 체험으로 전달하려는 순진한 발상은 그만두어야 한다.


▲명법 스님
‘무상’의 묘처가 어찌 그리 쉽게 전해지겠는가? 불교가 한국사회에서 충분히 기능하고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하여 대안을 제시할 때 그 향기는 전 세계로 퍼져 갈 것이다. 부르지 않아도 불교가 기능하고 가치를 제시하는 만큼 서양에도 전해질 것이다.
 

명법 스님 조계종 교수아사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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