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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체성 형성이 세계화 과제

기자명 법보신문

일 년 반 동안 한국불교를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그 객관적 현실을 전하고자 노력했다. 외부를 향한 시선은 때로 내부의 모순과 갈등을 덮기 위한 수단인 경우도 있지만 이 연재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단지 외부를 향한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객관이란 결국 자신을 성찰하는 힘이기 때문에 한국불교 세계화는 곧 한국불교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절한 관점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화의 시대라고 한다. 세계화는 과거에 경험할 수 없었던 시간과 공간의 압축을 가져왔다. 한 지역의 경제위기가 다른 지역의 경제에 바로 영향을 주고 있으며 한 지역의 환경재앙이 전 지구의 재앙이 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 시대 한국불교의 문제는 불교만의 문제도 아니고 한국에만 한정된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전통과 현대, 주변과 중심이 만나고 충돌하는 가운데 발생한 문제이다. 기독교와의 갈등, 종교의 세속화 등 다종교사회, 다민족사회로 접어드는 한국사회에서 불교가 겪고 있는 문제는 현대사회에서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불교는 전통의 힘이 강력한 남아시아 불교전통이나 일본불교보다 더 동시대적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달리 생각하면, 한국불교의 위기는 곧 기회이다. 전통 불교는 도전받고 있고 새로운 불교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불교가 한국사회에서 종교적인 구원과 사회적인 구원을 어떻게 실천하느냐는 문제는 동일한 문제에 당면하고 있는 세계의 여러 지역과 여러 종교에 대하여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불교는 테라바다불교, 티베트불교, 심지어 미국불교 등 다양한 수행법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혼란스러움을 줄 정도이며 동시에 동아시아에서 전승된 전통불교와 충돌하고 있다. 한국불교가 이 다양성을 어떻게 회통시켜 가느냐, 다시 말해 세계의 여러 불교전통을 수용하면서 다시 전통불교를 재해석하고, 동시에 현대성의 문제에 대응함으로써 새로운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그러므로 한국불교의 특징으로 말하는 ‘회통’은 과거에 고착된 정체성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열린 힘, 다시 말해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는 융합의 힘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불교의 역사가 더 오래되기 때문에 우월하다는 자만심을 버리고 서로 배우고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서양 사람들이 불교를 도입하여 현대사회에 맞게 적용한지 백년이 더 지났다. 현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들의 실험과 새로운 시도들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서양문명의 토대 위에서 그들이 어떤 필요와 관심에서 불교를 수용했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섬세하게 살펴야 한다. 나아가 그들과 연대하여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불교적 해석과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이해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취할 때, 그들과 다른 새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공감을 바탕으로 할 때, 그들 역시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이다.


▲명법 스님
이제 우리의 시선을 세계로 확장시키고 동시대적 현실에 눈을 돌려야 한다. 또한 현대사회의 흐름을 이해하고 불교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 이는 단지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승가교육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더 이상 우리의 수행자들이 세상 이곳저곳 떠돌거나 세상에서 격리된 채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중생과 함께 고뇌하는 삶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끝>
 

명법 스님 조계종 교수아사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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