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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기복성과 주술성-7

기자명 법보신문

‘치마불교’의 한계 극복하기 위해선
가족 넘어 타인 위한 기복 전제돼야


기복성과 주술성 논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여성의 기복 불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어머니들이 영험하다는 곳에 새벽에 달려가서 아들의 합격발원기도를 하고 있다. 백일, 천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높은 산의 영험하다는 암자에 올라 기도하는 일은 과거의 전설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이다. 그 지극정성에 가슴이 저밀지언정, 그 누가 함부로 비판할 수 있으리. ‘여시어경(如是語經, Itivuttaka) 제4부’의 말씀대로, 어머니는 가없는 사랑을 베푸시니, 진정 최고의 존재이자 참스승이고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행하듯 기도하면 깨달음에 이르지 못할 이가 없으며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희생은 보살행의 전형이다. 그러기에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부처다.


소위 ‘치마불교’에 대한 비판이 가부장적이고 오리엔탈리즘적이란 명법 스님의 비판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 기복행위가 현재의 복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되갚는 회향으로 나아간다는 주장, 어머니의 책임과 희생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이타주의의 대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요소가 있으며 이는 남성들도 지향해야 할 진정 소중한 가치라는 점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중력의 원리가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에 작용하듯, 연기와 업 또한 모든 존재와 사건과 관계에 작용한다. 나의 행복과 너의 행복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타자의 행복을 빌어서 그 인과 작용으로 나의 복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빌어야지 그 반대라면 불교가 아니다. 타자를 향해 열린 책임과 희생은 부처님의 마음이자 근대성을 극복하는 탈현대적 주체성과 연결되지만, 가족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는 책임과 희생은 맹목이다.


그럼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 첫째, 주술의 효험을 바라지 말고 연기와 업의 원리를 굳게 믿으며 기도하자.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내가 변하고, 변한 나를 보고 내 가족과 이웃이 변하고 그것이 다시 나와 내 자식을 변하게 하고, 결국 나와 내 가족의 복이 된다. 둘째, 내가 행복하기 바라거든 먼저 남을 먼저 행복하게 하자. 남을 위해 복을 지으면 내 마음이 흐뭇해지고, 그 복이 마침내 나에게로 온다.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그곳에 부처님께서 자리하신다는 생각으로 타자를 향하여 열린 마음과 베푸는 마음으로 보살행을 행하면 언제인가 그 행은 나의 복이란 인과를 낳는다. 셋째, 믿음과 발심과 행이 하나가 되는 기도를 하자. 주문과 진언을 외우며 복을 바라는 발심을 하고 부처님의 크신 힘과 가피를 굳게 믿고 팔정도를 지키며 올바르게 자리이타의 보살행을 행하면 현세와 내세가 모두 즐겁다. 넷째, 늘 나의 깨달음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을 빼놓지 말자. 내가 깨달으면 타인도 깨닫는다. 내가 변하면 세상도 변한다. 늘 맑은 마음을 가지고 바르게 세상을 바라보고 올바르게 실천행을 해달라고 간절히 빌면, 내 안의 변화가 오고 부처님의 가피마저 받아 깨달음이 오고, 그리 깨달은 나는 타인을 깨닫게 하고 결국 세상도 변화시킨다.

 

매일 이렇게 발원해 보자.


▲이도흠 교수
“참된 성품 등지고서 탐진치로 지은 업장/이제 한마음으로 참회하옵니다.//부처님이 이끄시고 보살님네 살피시어/지혜의 눈 빨리 열려 모든 진리 알아내고/좋은 방편 빨리 얻어 온갖 법문 다 배우며/모든 것이 무아이고 연기임을 깨우쳐서/모든 허상 깨버리고 일체 공함 깨달으며/모든 욕망 모든 의심, 모든 집착 버리고서/가는 곳곳 불법 깃발, 육바라밀 행을 닦아/모든 사람 모든 생명 내 몸처럼 보살피고/망심 닦고 무명 없애 부처님이 되었어도/진흙 속에 연꽃 피듯 일체 중생 구제한 뒤/고통바다 헤어나서 열반언덕 올라지이다/나무 석가모니불/나무 석가모니불/나무 석가모니불”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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