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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하십니까?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1.12.26 16:10
  • 수정 2011.12.26 16:14
  • 댓글 0

겨울은 겨울다워야 제 맛입니다. 대웅전에서 예불을 올릴 때면 하얀 입김이 제법 나오는 것을 보니 이제 겨울이 맞나 봅니다. 겨울이면 ‘설창(雪敞)’이라고 불리는 고창에도 꽤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경내 마당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앞으로도 몇 달 동안은 눈 속에 묻혀 살아야 할 것 같아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눈 덮인 선운산을 보니 제 마음도 눈처럼 맑고 깨끗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올해 저 개인적으로는 선운사 주지 소임을 두 번째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임기 동안 본사 대중스님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언제나 신심(信心)과 원력(願力)으로 살아갈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가끔 시내에 나갈 때면 눈에 띄는 성탄트리를 보면서 벌써 연말이 왔음을 느낍니다. 얼마 전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며 “예수의 길을 따라 자기를 사랑하고 내 삶과 이웃의 삶을 사랑합시다. 이웃의 행복을 위한 길을 떠납시다. 함께 정진합시다”라는 축하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이웃 종교의 성인 탄생을 축하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올 한 해를 되돌아볼 때 여러분들은 행복하셨나요? 가족과 직장동료와 도반들과 함께 많이 웃으셨습니까? 즐겁지 않다고, 많이 웃지 못했다고 너무 실망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연말치고는 소비가 그리 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으며, 이것은 경제상황이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행복을 경제적 척도로 재단할 수는 없지만 다소 팍팍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긍정은 항상 중요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축복경’에서 행복과 축복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지혜로운 사람과 가까이 하며 공경할 만한 사람을 공경하는 것, 적합한 환경에 살고 지난 날 공덕을 쌓아서 스스로 바른 서원을 세우는 것, 존경하고 겸손하고 만족하고 감사하며 때맞춰 가르침을 듣는 것, 인내심이 있고 순응하고 공손하며 때맞춰 수행자를 만나서 가르침을 논의하는 것, 세상일에 부딪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슬픔 없이 티가 없이 평온한 것 등을 말씀하시며 “이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어디에서나 실패하는 일 없이 어디에서나 행복을 얻게 되니 이것이 으뜸가는 축복이다”고 설파하셨습니다.


위에서 제시한 부처님 말씀처럼 그렇게 살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모두를 충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한 가지만이라도 부합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는 가족이 있고 도반이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보왕삼매론’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열 가지 지침’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 등이 그것입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장애와 어려움은 항상 따르기 마련인데 그것 때문에 포기하지는 말라는 말씀입니다.


▲법만 스님

화살 같이 흐르는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나간 일에 집착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서산에 지는 해를 보내 듯 올해의 모든 일들은 저 멀리 보내고 새해에 희망차게 솟아나는 해를 보며 다시 행복한 한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어둠이 있기 때문에 빛은 더 환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행복합니다.

 

법만 스님 고창 선운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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