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보신문 새해특집 - 불교와 삶] 경영

기자명 법보신문
  • 새해특집
  • 입력 2012.01.02 16:26
  • 수정 2012.01.06 17:25
  • 댓글 0

세계 경영트렌드는 인간 중심의 연기사상

부처님의 출현으로부터 시작된 불교는 2600여 년간 다양한 민족과 국가를 거치며 전 세계인의 생활과 문화, 즉 삶에 지속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오래 동안 불교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의식주 전반에 진하게 스며 있다. 법보신문에서는 새해를 맞아 현대 사회에서 더욱 각광 받고 있는 불교적 패러다임에 대한 성과와 방향,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예측하고자 ‘불교와 삶’을 주제로 특집을 마련했다. 경영, 상담, 음식, 디자인, 스포츠, 건축 등 6개 분야에 걸쳐 불교와 각 분야의 연계성과 역사적 전통, 그동안의 성과, 대표적 인물, 불교에 열광하는 이유, 현재의 흐름, 미래에 대한 예측 및 평가 등에 관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고견을 모아 게재한다.  편집자

 



경영 변화 10대 키워드 모두
부처님 가르침의 다른 표현


화엄은 현대경영 개념 에센스
불교지혜 나누는 노력 있어야

 

 

▲애플의 최고 경영자였던 고 스티브 잡스는 불교의 가르침에 기반을 둔 가치관과 경영 철학을 통해 애플을 세계적 IT기업으로 성장 시켰다.

 


이제 불교와 경영이라는 두 단어가 더 이상 서로 생소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경영자 생활 20여년 후, 지난 4년간 학부 학생들에게 경영학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왔고, 또한 지난 2년간 여러 주지스님들을 모시고 사찰경영지도자과정의 주임일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쓴다.


우리대학에서 최근 채택하는 미국의 경영학원론 교과서의 주요한 열 가지 키워드는 변화무쌍한 경영환경, 지속가능한 경제,  윤리 및 지배구조, 글로벌화, 다양성과 차별, 기술(테크놀로지), 팀워크와 리더십, 평생학습, 일과 삶의 균형, 자기관리 등이다. 과거 20세기 후반 경제성장기에 효율과 효과성을 중시하면서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에만 치중하던 시대에는 전혀 고려하지 못하던 이슈들이다. 이러한 개념들을 우리 현실에 맞게 젊은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종교로서 불교를 주입하고자하는 특별한 의도가 없었지만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원용하게 되었다.


‘변화무쌍한 환경변화’의 부제목은 ‘All things change except the fact that all things change’다. 우리말로 해석한 후 “이 말을 한자어 네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학생들에게 질문하면 학생들 중 두세명은 “제행무상”이라고 대답한다. 이 말을 최초로 하신 분이 누구냐고 질문하면 잘 모른다. 바로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전해주면 대부분 끄덕이며 자부심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 영어 교과서에 나오는 이러한 내용들이 알고 보면 대부분 우리 문화 전통 속에 있었던 말들로 쉽게 설명되는 것이다. 우리 문화 전통이라는 것은 거의 80%가 불교문화 아닌가?


‘지속가능한 경제’에 대해서는 생태계 파괴가 우리 인류를 재앙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것과 함께, 화석연료 사용을 전제로 하는 산업화가 가져오는 기후변화 및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일깨운다. 우리 스스로가 초래한 자연으로부터의 이유 있는 ‘복수’에서 탈피하려면 제도와 법을 논하기 전에 우리 각자가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자연스럽게 ‘발우공양’과 ‘불상생’의 가치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설명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하고는 육식을 삼가하는 것이 우리의 건강에 얼마나 좋은 것이며, 지구생태계 건강에 얼마나 이바지 하는지, 기아로 허덕이는 많은 지구촌 빈민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설명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불교적 라이프스타일의 가치를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윤리 및 지배구조’에서는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과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논할 때에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보살정신으로 풀이한다. 목민의 자세와 군자의 도와 연결시키기도 한다.


‘글로벌화’란 쉽게는 중국 및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중요성과 글로벌 아웃소싱을 일컫는다. 이미 제2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을 논하다보면 결국 중국-한국-일본의 북동아시아가 유럽과 북미를 제치고 가장 역동적 지역이 될 것임을 알게 된다. 중국은 현재 공산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도 불교적 가치를 다시 일깨워 문화적 자존심을 이어나가려 하고 있음은 북경올림픽을 전후하여 잘 알려진 일이다. 대만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불교국가이다. 일본은 비록 대처불교이지만 생활 곳곳에 불교가 스며들어 있다. 한국, 중국, 일본 삼국의 문화공통점은 불교(유교와 함께)에 있으며, 향후 동남아시아의 여러 불교국가들이 기지개를 펴는 날에는 글로벌화를 이해하려면 마땅히 불교를 이해하여야 한다.


‘다양성’과 차별은 남녀, 나이, 문화배경(출신국가)에 따른 차별을 극복하고 다름은 다름일 뿐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 다름을 창의적 발상의 원천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조직문화가 강한 문화가 됨을 강조한다. 부처님의 차제설법이야말로 개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참된 교육이란 근기에 따라 효과적인 방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신 것이다.


‘기술’에서는 인터넷이 중심이슈가 되는데, 특히 모바일 인터넷이 초점이 된다. 21세기의 개인은 스마트폰으로 서로 실시간으로 연결되어있다. 인드라망이 바로 모바일 인터넷이다. 거대한 그물이 인터넷망이며 각 개인은 그물코에 걸려있다. ‘작은 그물을 쥐어 잡고 있는 홀로 있는 나’가 아니고, ‘더 없이 큰 그물의 한 그물코에 걸려있으면서 작은 그물을 쥐고 있는 나, 수많은 그물코에 걸려있는 여러 나와 소통하는 나’가 진정한 나다.


‘팀워크와 리더십’에서는 벽이 두터운 관료적 기능조직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과제 중심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팀조직과 성과달성과 함께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십이 초점이 된다. 홀로 존재하는 인간은 없으며 서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 구성원을 리더의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수단으로 보는 약탈적 접근이 아니라, 공생과 협동의 파트너로 보는 것이다. 화엄적 접근법이 바로 마음을 움직여 내적 동기를 유발하는 리더십이다. 마음의 밭을 기름지게 하고 좋은 씨앗을 뿌리고, 바람과 습기와 햇볕이 함께 해 주어야 한다. 인과 연의 법칙인 것이다.


‘평생학습’의 장에서는 원을 바로 세우고, 현재에 집중하면서 불퇴전의 마음으로 앞길로 나아가는 선재동자의 용맹정진이 모델이 된다.


‘일과 삶의 균형’은 삶의 질과 관련해 풀이된다. 가정과 개인의 건강을 해치면서도 조직인으로서 헌신과 희생을 미덕으로 삼았던 산업화시대의 가치는 더 이상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열반이며, 그 방편은 행복이다. 21세기 효과적 경영자의 정의도 ‘사람을 통해 일을 성취하는 자’가 아니라, ‘사람을 통해 일을 성취함과 동시에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자’라고 바뀌었다. 인간중심의 경영,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영,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자기관리’의 중요성은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더욱 절실한 영역이다. OECD회원국 가운데 자살율 1위국이라는 불명예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청소년들의 우울증 등 심리적 병리현상들이 해가 갈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자아명상 등의 자기수행법을 찾는 현대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구에서는 물론이고 종교적 신념을 떠나 불교적 수행법은 세계 여러나라 특히 선진국 전문지식노동자나 사회지도자층에서 즐겨 찾고 있다.


이상 열가지 키워드 외에 더 중요한 기본경영개념은 인간중심경영, 창조적 파괴와 연기법이다. 피터 드러커의 경영사상은 인간중심경영이다. 기업성공의 열쇠는 헌신적인 직원들이다. 성공하는 경영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어 사람으로 향하는 화엄경영이다. 창조적 파괴, 강을 건넌 후에는 과감히 뗏목을 버려야 한다. 부처님의 말씀조차도 적절한 때에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혁신적 기업에서는 창조적 파괴가 현재진행형으로 매일 매일 일어난다.
연기법이야말로 경영개념의 에센스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으며, 원인과 과정이 좋으면 결과는 반드시 좋다는 믿음이야 말로 경영자의 최대의 내적 힘이다. 원을 세우면 좌절할 필요가 없다.


이상이 경영을 논하면서 불교를 바라보며 지혜를 구하는 자세이다. 불교에서 경영을 바라보며 불교를 위해 경영개념을 활용하는 기회는 70여분의 주지스님들께서 지난 2년간 수학하신 ‘사찰경영 전문지도자 과정’에서 직접 경험한 것이다. 경영, 특히 비영리단체의 경영에서 다루는 환경분석, 사명, 윤리와 사회적 책임, 리더십, 마케팅과 홍보, 재원조달, 재무 및 회계 투명성, 인적자원 관리와 개발, 구성원 관리, 정보기술 및 인터넷의 활용 등의 개념들은 사찰경영에서도 적용가능함을 사찰경영과정을 통해 확인 받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어떻게 세속적인 단어인 ‘경영’을 사찰에 붙일 수 있는지 의아해 하는 분들이 많았다. 당시의 안전한 용어선택은 ‘경영이 있는 사찰운영’이었다. ‘운영’이라는 용어는 변화가 적은 조직의 상황에서 쓰는 말이다. 하지만 6개월이 안되어 ‘사찰경영’이라는 단어를 여러 스님들께서 편하게 받아드리시는 것을 보고, 이제 불교와 경영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됨을 느끼게 되었다.

 

▲안종상 교수

경영전문대학원에 많은 대덕스님들께서 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경주, 포항, 목포, 영광에서까지 매주 2학기, 1년을 다시신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21세기, 불교와 경영이 드디어 만났다.

 

안종상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