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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참회와 참법-1

기자명 법보신문

죄 짓고도 참회하는 전통 사라져
진정한 참회없다면 죄 반복될 뿐

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엔 모든 이들이 새 희망을 품는다. 높은 자리, 좋은 직장. 명문 대학, 많은 돈, 건강 등 각자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하여 담배나 술을 끊는다는 결심을 하는 때도 바로 요즈음이다. 특히,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기에 온 나라가 들썩일 것이다. 여러 사람의 소망을 압축한 말이 바로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다. 어찌 낡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맞을 것인가. 낡은 것을 진정으로 버리려면 외적으로는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며, 내적으로는 나 자신이 거듭나야 한다. 나는 어떻게 거듭나는가. 수행과 성찰을 통해 거듭난다. 무엇을 성찰할 것인가. 내가 지은 죄업을 성찰해야 한다.


우리가 스님과 불자를 가리지 않고 인정해야 하는 것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누구나 죄를 짓는다는 점이다. 선량한 사람도 나쁜 인과관계 속으로 들어가면 죄인이 된다. 지극히 선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구조적 모순에 의하여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대 사회의 특성이다. 죄를 지으면 당연히 그를 참회해야만 죄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게 된다. 누구나 죄를 짓는다면 누구나 참회를 해야 한다. 하지만, 목륜(木輪)을 던져서 과거의 죄업까지 참회하던 전통은 사라졌다. 발원문에서 참회의 문장은 점차 삭제되거나 축소되고, 불교의례를 보아도 참회는 요식행위에 가깝다.


지금 한국 사회의 타락은 극에 달하였다. 너와 나 구분할 필요조차 없다. 서로가 서로의 타락을 부추긴다. 그래서인가. 죄를 지은 자는 많은데 반성하는 자는 없다. 공무원처럼 공적인 사람이건 아니건 변명을 하거나 둘러댈 뿐, 과오를 인정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중학생 친구를 자살로 몰아넣은 아이들도 발뺌하기 바쁘다. 한 마디로 대통령에서 아이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뻔뻔스러워졌다. 성찰이 없을 때 죄는 되풀이된다.


불교에서 보면, 모든 중생이 무명으로 인하여 스스로 죄를 짓기도 하고 남에게도 짓게 한다. 무명으로 전도되어 망령된 마음에 사로잡히니 경계를 만들고 분별심을 일으켜 나[我]와 내 것[我所]에 집착하여 갖가지의 업을 짓고 진여 실상을 제대로 보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비단 살모(殺母), 살부(殺父) 등의 오역(五逆)과 살생(殺生), 투도(偸盜), 사음(邪淫) 등의 십악(十惡)만이 죄가 아니다. 인간이 입과 몸과 마음으로 짓는 죄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무명에 휩싸여 귀, 눈, 코, 혀, 몸, 마음 등 육정(六情)으로 대상을 헛되이 듣고 바라보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고 생각한다. 마음의 부자유는 오온(五蘊)과 오경(五境)의 인연으로부터 일어난다. 정신작용의 본체인 심왕(心王)에 종속된 심소(心所)가 욕망과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 깨닫지 못한 이들은 육정으로 빚어진 것을 실체라고 착각하며, 또 이 매력에 이끌리거나 거부감을 내어서 좋아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는 등의 마음을 일으켜서 결국 번뇌하게 된다.


그러면 어찌 할 것인가. 답은 참법이다. 참법(懺法)은 간단히 말하여 부처님 앞에서 자기의 죄를 회개하고 용서를 비는 일을 행하는 법(法)을 뜻한다.


▲이도흠 교수
참회는 본래 자기가 범한 생활상의 죄를 특정한 날에 승단 안의 대중들에게 고백하는 것이었지만, 점차로 인간 전체의 육근(六根) 참회, 즉 신체와 입과 마음의 삼업(三業) 참회를 모든 부처님 앞에서 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앞에 예찬을 붙였고 후에 발원을 더하는 형식도 갖추어졌다. 우리나라에선 신라 때부터 시작하여 고려 때 꽃을 피웠고 지금은 대구 동화사 등 몇몇 사찰에서 참법을 행하고 있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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