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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소망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2.01.02 17:37
  • 수정 2012.01.02 17:40
  • 댓글 0

2012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임진년이지만 음력으로 환산한 간지(干支)로는 아직 신묘년(辛卯年)이고, 임진년은 1월 22일부터 시작된다. 임진년은 육십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라 하여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1592년 임진년엔 왜구가 침략했고, 1952년엔 6.25동란이 한창이었다. 지난 세밑에 김정일이 사망하여 온 나라가 떠들썩했는데, 올해엔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송구영신이란 말 속에는 지난 일을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한다는 뜻이 숨겨져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이런저런 결심을 하고 실천에 옮긴다. 나는 1999년 제야를 맞아 새해에는 담배를 끊어볼까 생각했고, 지금까지 휴연(休煙)하고 있다. 중간에 여러 곡절이 있었고, 지금도 꿈에 담배를 피곤 화들짝 놀라지만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이다. 꿈에 담배를 피었다는 사실에 기겁하면서도 ‘그래도 다신 피우지 말아야지’하며 자위한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흡연 욕구를 참아냈는지 모른다.


이광수는 1892년 임진년에 태어났다. 이 해에 아쿠다카와 류노스케, 펄 S. 벅, 발터 벤야민, J.R.R. 톨킨 등 세계적 문호가 태어났다. 이광수는 1922년 ‘민족개조론’이란 글을 발표하였는데 1926년 최현배가 ‘조선민족 갱생의 도’란 비슷한 글을 또 발표하였다. 춘원의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았으나 외솔의 글은 교과서에도 실리고 죄수들에게도 읽혔다고 한다. 두 사람의 글은 우리 민족의 단점을 세세하고 적확하게 지적하고 그것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글은 우리 민족의 단점만 강조함으로써 거꾸로 열패감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새해에는 우리가 버려야 할 잘못된 생각과 습관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이것은 춘원이나 외솔의 논설처럼 대단한 게 못되지만, 이제껏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로 함께 고민해 보자는 뜻이다. 첫째, ‘온달’을 ‘바보’의 굴레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삼국사기’에 실린 글 때문에 온달은 바보로 인식되지만, 그는 고지식하고 착하며 효성이 지극한 영웅이다. 그런데 우리는 고지식하고 원칙을 잘 지키는 사람을 ‘바보’라 놀리고 무시한다. 우리 주변에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제 욕심만 채우는 이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느 단체에서 바보 정신을 되살리자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나 그 단어가 가진 부정적 어감 때문에 널리 전파되진 못했다. 고지식하고 선량한 사람이라도 바보라 불리면 기분 좋을 리 없는 것이다.


한국인 대부분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고약한 병을 앓고 있다. 이 속담이 부정적으로 인식된 것은 일본 때문이란 주장도 있지만, 지금은 그런 의미로 통용되고 있으니 고쳐야 한다. 남이 잘 되면 내게도 좋은 일이 생길 텐데 그 점은 생각지 않고 어떻게든 헐뜯고 비방해 깎아내린다. 남의 성공은 운이나 배경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불운도 남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다 보니 무슨 일에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어떤 단체나 기관의 책임자가 재직시에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넘어간다. 그 피해는 단체의 구성원이나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는데도 누구하나 그걸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다보니 어린 학생들도 순하고 착한 동급생이나 후배를 괴롭히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세계가 놀라고 인정할 정도의 경제력과 문화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그것은 우리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고 장점을 많이 가졌다는 것을 뜻한다.

 

▲장영우 교수
그러나 아무리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도 한두 가지 약점은 있는 법이다. 위에서 제기한 몇 가지 나쁜 버릇만 고치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새해에는 부디 성실한 사람을 존중하고, 남의 좋은 일에 함께 기뻐하며, 작은 잘못이라도 책임질 줄 아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장영우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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