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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새해특집-불교와 삶] 스포츠

기자명 법보신문
  • 새해특집
  • 입력 2012.01.04 15:02
  • 수정 2012.01.05 21:35
  • 댓글 0

참선은 평정심 이끌어 경기력 향상 효과 입증

스포츠선 체력·기술보다
심리요인이 경기력 좌우

 

현대 스포츠 심리학에서
심리불안 해소가 큰 화두

 

 

▲불교수행법은 선수들이 시합에 대한 중압감을 해소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대호 선수도 사찰을 찾아 ‘마음비우기 수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민들은 중요한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선수들이 선전하는 것을 보고 한 덩어리가 되어서 열광함과 동시에 스포츠 행사를 즐긴다. 우리가 승리를 하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뿌듯한 자긍심을 가지면서도, 우리가 패배를 하면 못내 아쉬워한다.


이와 같이 국민들을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는 배경에는 우리 국가대표선수들 뿐만 아니라 스포츠 지도자 그리고 스포츠에 관계하는 모든 종사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 특히 선수와 지도자들의 피땀 어린 각고의 노력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한 필자도 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선수들의 심리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30년간을 이들과 함께 해왔다. 지금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는 세계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축제의 장이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국가 간의 전쟁이라고 볼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양면성으로 인하여 선수들은 국제시합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항상 지니고 있다.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체력, 기술 그리고 심리 모두를 갖춰야 한다. 특히 올림픽에 출전하는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체력과 기술이 거의 동등하게 뛰어나기 때문에 시합시의 심리적인 문제에서 메달의 색깔이 좌우된다. 스포츠과학이 스포츠에 접목된 초기에는 선수들의 체력과 기술 향상에 우선을 두었으나, 최근에는 체력과 기술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선수의 심리에 중점을 두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중요하게 부각되는 스포츠심리학에서 다루는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가 시합불안의 극복이다.
그러면 과연 시합불안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한 마디로 압축하면 욕심과 집착에서 발생된다. 선수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성취해야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꿈을 이루어야지”, “명예와 부를 얻어야지”, “군대를 면제 받아야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지”,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야지” 등의 여러 가지 목표를 가지고 시합에 임한다. 평상시나 훈련시에 가지는 이러한 목표들은 동기를 강하게 유발시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만, 시합시에는 이러한 목표가 동기 유발보다는 승리에 대한 욕심과 집착으로 변질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버려야 한다. 시합장에서는 철저하게 마음을 비워야 평상심으로 시합에 몰입할 수 있다.

 

 

▲박찬호 선수.

 


만약, 시합 결과에 대한 욕심과 집착에 빠지면 긴장으로 인하여 몸이 굳어지고 각종 잡생각이나 망상으로 인하여 번뇌가 생기면서 시합 불안이 생긴다. 그 결과시합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어정쩡한 기술을 구사해시합을 망치게 된다. 이번 대구세계육상대회에서 세계 최고 선수인 우사인 볼트도 신기록을 세우겠다는 욕심으로 인해 스타트에서 파울을 하는 장면을 독자들은 생생하게 보았을 것이다. 이때 볼트는 오직 신기록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온통 지배하였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서 스타트하는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만약 볼트가 신기록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시합을 하였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을까? 아마도 1등은 물론 세계 신기록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시합불안을 제거해야 할까? 필자는 시합시와 훈련시에 가지는 마음가짐을 구분해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 시합시에는 시합의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현재 처해진 상황을 직시하면서 저버리게 함과 동시에 시합 순간에 집중해야할 기술적인 내용과 심리적인 내용을 선수들이 스스로 찾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훈련시에는 성취할 수 있다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을 하지만, 시합시 어떤 위기 상황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다지도록 유도한다.


우선 시합시에 선수들이 가져야할 마음가짐부터 언급하겠다. 금강경의 사구게 중에서 ‘불응주색생심 불응주성향 미촉법생심 응무소주 이생기심(不應住色生心 不應住聲香 味觸法生心 應無所住 以生其心)’이 있다. 이 사구게는 “어디에도 마음을 머무르지 말고, 머무는바 없이 마음을 내라”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선수들도 시합시에 이와 같은 마음을 내어야 시합에 몰입할 수 있다. 즉 시합 중에는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고, 실수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며, 상대 선수의 좋은 기술도 생각하지 말아야 하며, 심지어 기술동작을 어떻게 조절해야한다는 생각마저도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마음을 그 어떤 것에 뺏겨서 시합을 하면, 그 어떤 것에 마음이 머물러서 시합의 흐름을 타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주의가 산만해져서 정작 자신이 시합에서 꼭 수행해야할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돼 시합을 망치게 된다.

 

미국은 참선 등 접목해
선수 능력 극대화 시도

 

불교수행법 도입한 치료
스포츠심리학의 새 바람


실제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차지한 국가대표 이대명(사격) 선수가 필자에게 “박사님, 저는 운이 참 좋았어요. 시합을 시작하자마자 첫 발에 7점을 쏘았는데요(이 점수는 치명적인 점수임), 그 순간부터 금메달에 대한 기대는 물론이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면서 그냥 과감하게 몸 가는대로 슈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합이 끝난 후에야 제가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는 첫 발에 큰 실수를 하고 난 후, 그야말로 어디에도 마음을 내지 않고 머무는바 없는 마음으로 그냥 당당하게 슈팅을 하였기 때문에 시합 삼매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합시에 불안을 제어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선수가 시합에서 승리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 적용되는 것이다. 간절한 마음이 있으면 안 될 것이 없다. 진정으로 간절한 마음이 있으면 불안을 느끼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져 시합에 몰입하게 된다. 기도의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자신의 아픈 몸을 고쳐달라고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절을 하거나, 보살님의 명호를 부르면서 염불을 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말로 간절한 마음에서 기도나 염불을 하면 정신이 집중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냥 삼매에 빠져든다.

 

 

▲양용은 선수.

 


선수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렇게 간절한 마음이 시합에서 쉽게 발현되지 않기 때문에 이 방법은 선수의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한 후, 신중하게 적용해야 부작용을 최대로 줄일 수 있다. 필자는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차분한 상태에서 주의집중을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 한 결과 남방불교의 위빠사나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자신이 오늘 해야 할 목표가 뚜렷해지며, 주의집중에 효과가 있다. 실제로 탁구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매일 훈련을 하기 전에 약 15분씩 16개월 동안 꾸준히 실시했다. 그 결과 2000년 브라질오픈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경기에서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왕란과 리주 선수를 우리의 김무교, 유지혜 선수가 결승전에서 격파하는 대단히 어려운 일을 해냈다.


이 결승전의 위기 상황에서 유지혜 선수는 심판에게 땀을 닦는다는 명분으로 잠깐 동안 땀을 닦으면서 선을 하였더니 차분해지면서 공격과 수비 전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고, 그 결과시합에 집중할 수 있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필자에게 진술하였다. 그러나 선수가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스포츠심리학자들은 선수들이 이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보통 인지재구성 기법, 체계적 둔감화 기법, 범람 기법, 생각추출 기법, 바이오피드백 훈련 등의 다양한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필자도 서양에서 전래된 이러한 방법들을 국가대표선수들에게 적용을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부처님의 말씀이나 큰스님들의 말씀도 스포츠 현장에 적용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그 효과도 좋다.


예를 들면, 선수가 불안을 어떻게 하면 제어할 수 있냐고 묻는 경우에 필자는 그 선수에게 지금 느끼고 있는 불안에 대하여 말해보라고 반문을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당황하면서 어떤 것도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이때 필자가 불안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매 순간마다 달라지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써 자신이 스스로 만든 “불안하다”라는 생각으로 인하여 유발된다는 사실을 알게 유도한다. 그러면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꾸게 된다.


이 방법은 2대 조사 혜가가 스승인 달마 대사에게 “스승님 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십시오”라는 물음에 달마 대사가 “편치 않은 네 마음을 내 앞에 가져오너라. 그러면 내가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겠노라”라는 대답에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는 불교 서적에서 힌트를 얻어서 선수들에게 적용한 것이다. 아마도 선수가 가지는 마음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생각된다. 서양에서도 불교의 수행법을 통해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사례들이 점차 늘고 있다.


선 마스터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필 잭슨 감독은 시합 전 명상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이끌어낸 결과 미국 프로농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남았고, 불자인 골프 황제 타이거우즈는 계속된 우승에 취해 어느 순간 불교적인 절제와 평정을 잃어버리면서 삶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아픈 고백을 한 바 있다.


▲김병현 연구원
따라서 스포츠심리학자들은 연기법, ‘반야심경’, ‘금강경’, 선, 계·정·혜, 정진 등의 부처님 가르침이나 스님의 말씀을 더욱 공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우리만의 특유한 심리기술을 재정립하고 체계화시켜 스포츠 분야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김병현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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