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보신문 새해특집-가족] 참선으로 하루 부리는 서씨 자매들

  • 새해특집
  • 입력 2012.01.04 16:33
  • 수정 2012.01.05 21:29
  • 댓글 0

마음근육 단련한 자매 도반들, 행복을 나누다

선도회 참선수행에 입문
하루 2시간 화두 붙들어

 

평상심 유지하는 힘 생겨
소심함·무대공포증 극복

 

 

▲12월7일 당진에서 만난 서씨 자매들(사진 왼쪽부터 막내 서수일, 둘째 서타일, 맏언니 서광일씨). 자매들은 참선수행이 주는 일을 원동력 삼아 세상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어 한다.

 

 

죽음은 삶을 드러낸다. 일상 속에 가려져 미처 보지 못했던 기억들을 일제히 피워 올리곤 한다. 맏언니 서광일(42, 완묵)씨와 둘째 서타일(40)씨 그리고 막내 서수일(39, 초성)씨는 부모님 죽음에서 불연을 맺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새벽이면 가부좌를 틀었고 어머니는 늘 천수경 독송과 관음정근을 했다. 신묘장구대다라니 주력도 했다. 자매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았던 부모는 수행에 젖어있었다.


“경전 한 번 안 본 우리가 처음 불교에 입문했을 때 천수경은 알겠더라고요. 워낙 들어놔서. 친구 부모님들은 안 하던데 우리 부모님만 이상한 거 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서수일, 이하 수)


부모님 죽음 계기로 불교와 인연


세 자매는 부모를 떠올리며 웃었다. “부모 공덕으로 삼보에 귀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과거를 잊어버리는 방법을 얘기하는 사람들 말은 엉터리다. 깊게 묻어 둔 과거라도 언젠가 기어 나오기 때문이다. 하루 2시간씩 참선하며 마음근육이 쫄깃해진 자매지만 부모의 죽음은 힘들었다. 1998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2년 뒤 어머니는 말기 암으로 6개월 투병하다 아버지를 뒤따랐다.


자매는 정신적 공황에 시달렸다. 맏딸은 동생과 밤낮으로 교대하며 어머니 수발을 들었다. 하루하루 죽음으로 향하는 어머니 모습은 그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됐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하며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철학과 죽음 관련 서적들을 탐독했다. 진리에 대한 목마름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우연히 접한 현각 스님 저서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가 갈증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던 친구가 목사님도 만나게 해주고 성서공부 모임에도 데리고 다녔어요. 통 저랑 안 맞았어요. ‘신이 어쩌면 저렇게 옹졸할까’라고 생각했죠. 불안정한 종교라 여겼어요. 관련 서적을 읽어도 역시나 그랬고, 그 다음부터 철학서 등을 찾아 읽다가 현각 스님 ‘만행’을 만난 거예요. 스님 말씀이 제 고민과 같았어요. ‘만(卍)’자 표시된 점집이 사찰이고 기복만이 불교라고 알았던 제 선입견이 그 때 깨졌죠.”(서광일)


맏딸은 수행이 하고 싶었다. 서적과 인터넷을 전전하다 선도성찰나눔실천회 법경 박영재 지도법사의 불광사 법문을 듣고 저서를 모두 읽은 뒤 확신했다. 2006년 6월8일 막내 서수일씨와 선도회 문을 두드렸다.


막내는 부모의 빈자리가 컸다. 아버지를 여읜 뒤 어머니의 직장암 말기 판정은 경원대 성악과로 진학, 해외유학도 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을 담금질 하던 막내에겐 시련이었다. 만사 제쳐두고 어머니를 간호했다. 곁에서 불교방송을 함께 듣고 처음으로 보현행원 찬불가를 불렀다. 여러 불교서적을 읽어 주며 차츰 불교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눈을 감았다. 막내는 어머니의 텅 빈 자리가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덩그러니 놓인 어머니 물건도 그대로였고 당장 방문을 열고 어머니가 들어올 것 같았다. 어머니만 없었다. 웃음을 잃었다. 우울증에 대인기피증까지 생겼고 거리에선 낯선 사람이 칼을 들고 찌를 것 같았다.


“삶을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대구 관음사에서 49재를 올렸는데 처음으로 ‘절에서 노래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교회 성가대를 관두고 서울 조계사 부지휘자로 재직하며 한국 불교음악을 접했어요. 그 후 부처님 법을 음성으로 공양하겠단 서원으로 아비라테앙상블을 창립했지요.”(수)


막내는 아비라테를 창립시킨 뒤 부족함을 느꼈다. 참회기도로 절수행을 해왔지만 단체를 이끌기 위한 지혜가 필요했다. 그렇게 큰언니와 함께 선도회에서 참선을 시작했다.


“이제 보니, 큰언니가 다 물들였네요. 하하하.”(서타일, 이하 타)


제일 늦게 입문한 둘째 서타일씨가 한 마디 거들며 인터뷰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맏딸은 환히 웃는 두 동생과 함께 멋쩍게 웃었다. 둘째는 언니와 동생처럼 완묵이나 초성이라는 법호가 없다. 초심자 화두인 찰칙 17개를 모두 투과하지 못해 무문관에 들지 못해서다. 그는 2008년 9월에서야 선도회 가르침대로 집에서 좌복을 깔았다. 목동모임에 다니던 언니와 동생이 꼭 그의 집에 들러 “배고픈 중생 밥 좀 달라” 했고, 언니와 동생의 화두 고민을 귀동냥하다 어렵게 마음을 낸 것이다. 사실 미적미적하던 그를 움직인 건 청천벽력(?)이었다.

 

 

▲오랜만에 자매가 함께 참선에 임했다.

 


“목동모임에서는 더 이상 신규 수행자를 받지 않는다는 지도법사님 말씀을 하니까 불똥 튀게 발을 들인거죠.”(수)
“제일 늦게 시작해놓고도 제일 게으르고 못해요. 하하하. 한다고는 했는데 어찌나 심란한지 며칠 잠을 못 잤어요. 참선은 시작 전이나 지금이나 힘드네요.”(타)


삶은 죽음에서 생긴다. 보리가 싹 트기 위해서 씨앗은 죽어야 하는 것처럼. 과거 부모의 수행이 자매를 참선으로 이끈 셈이다. 자매가 수행하는 선도회는 2주 동안 1회 입실이 철칙이다. 엄격한 입실지도에선 자신이 공부한 살림살이를 법사 앞에 꺼내 놔야 한다.


자매가 ‘하루 향 한 대 타는 시간동안 앉지 않으면 한 끼를 굶는다’는 수행가풍을 생활 속에서 최우선시 하는 이유다. “하루 2시간 좌선하는 힘으로 하루 일과에 어떤 잡념 없이 온전하게 뛰어든다”는 좌일주칠(坐一走七)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 수행력 유지를 위해 선도회는 무문관 수행에 앞서 수식관(數息觀)을 연습시킨다. 숫자를 세면서 호흡하는 무문관 예비수행법이다.


화두 들다 온갖 잡념이 춤출 때 숫자를 세며 단전에 호흡을 집중해 망상을 제어하는 수행법이다. 숫자라는 강력한 망상 하나만 일으켜 철저히 화두만 붙드는 집중력을 길러준다. 이런 터라 입실에 대한 웃지못할 해프닝이 적지 않다.


“남편 출근시키고 참선했는데 화두 경계가 막 떠오르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법사님께 문자로 입실했죠. 시계를 봤는데 어머! 새벽 4시 반이더라고요. 1시간 뒤 답이 왔는데, ‘다시보세요’ 하시던데요.”(타)


나눔으로 수행 공덕 회향 발원


자매는 손뼉까지 쳐가며 웃었다. 맏딸이 “좌선할 때 경계가 떠올라 투과했다는 느낌이 오면 신나는 데 아닌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남들 앞에서 노래 한 번 부르지 못하는 소심한 둘째는 이런 경험도 했다. 경계라며 법사 앞에서 춤추고 노래했다. “손은 벌벌 떨리고 목소리는 나오지 않더라”고 회고했다. 역시나 법사는 한 마디만 했다. “다시 보세요.” 부법사 자격으로 경기도 양평 모임을 이끄는 막내가 한 마디 거들었다.


“말해도 30방 안 해도 30방이라고 하시는데 그러다 보니 경계를 내보일 땐 온갖 짓 다해요. 언니처럼 이상한 짓 하면서 소심한 자기를 한 번 깨는 효과도 있어요. 뱃심이라고 하는데, 단전호흡하며 화두 붙드는 힘으로 똥배짱이 생기는 거죠.”(수)
“간이 커진다는 게 그런 거 같아요. 안 하던 짓도 하고. 하하하.”(타)


자매 말마따나 수행이 주는 일상 효과는 대단하다. 맏딸은 화와 성냄, 슬픔, 기쁨 등 일상의 감정 파도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미술학원을 운영 중인 둘째는 일이 뜻대로 안 될 때면 좌복 위에 앉는다. 성남시립합창단원인 막내도 평상심으로 무대공포증을 극복했다. 자매는 “집중력이 좋아지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힘이 생긴다”고 입을 모았다. “하다못해 수식관이라도 하면 좋다”고 기자에게 극성이다.


살을 녹이고 뼈를 태우는 일에 인색하면 촛불이 될 수 없다. 자신을 태우지 않으면 주위를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자매들 서원은 다른 듯 같다. 참선수행을 원동력 삼아 세상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어 한다. 수행으로 얻은 통찰의 나눔 회향이다. 선도회가 선도성찰나눔실천회로 법인 인가를 받은 맥락과 같다.


맏딸은 바깥 조건이 어떻하더라도 마음이 요동치지 않는 힘, 즉 마음근육을 단단히 만들어서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어 했다. 둘째는 1주일 중 하루를 비워 미술공부가 하고 싶어도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발원했다. 막내는 음성공양 단체 아비라테 운영 외에도 여러 사람들을 일깨우는 지혜로운 노파로 늙고자 했다.
누구나 밝게 빛나는 보름달처럼 마음속에 불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구름 속에 숨어 있다. 밝지만 비추진 않는다. 서씨 자매는 구름을 걷고 환한 보름달을 띄우며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당진=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