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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응·도법 스님의 책임

  • 법보시론
  • 입력 2012.01.09 14:41
  • 수정 2012.01.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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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해가 밝았다. 두루 알다시피 2012년은 조계종에 뜻 깊은 해다. 통합종단 출범 50년을 맞기 때문이다. 1962년 4월 이후 조계종이 걸어온 반세기는 종단 안팎의 누구도 허투루 볼 수 없을 터다. 조계종은 한국불교 전체를 아우르고 대표하는 교단으로 커왔다. 같은 시기 한국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조계종 각 사찰의 재정도 50년 전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풍요롭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누구도 조계종 50년에 갈채만 보내지는 않을 터다. 지난 가을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조사한 ‘종교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에 따르면, 종교계는 대기업보다 국민 신뢰도가 낮다. 대기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싸늘한 눈길을 감안하면 충격이다. 더구나 불자들은 다른 종교인에 비해 소수자에 대한 배려에 인색하고, 공익적 가치 실현에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종단 밖에서 조계종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거창한 명분을 종종 내세우지만 언제나 흐지부지 된다는 비판은 누구나 들어보았을 성싶다.


그런데 주목할 사실이 있다. 종단 운영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스님들로부터 조계종에 대한 비판이 곰비임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교육원장 현응스님이 최근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토론회를 총결산하는 발제를 통해 조계종의 종지까지 바꾸자는 제안을 했다. 현응 스님은 “은둔하는 불교, 이기적이고 소극적인 불교, 기도만 하는 불교, 참선만 하는 불교에서 연기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사회적 자비를 실천하는 한국불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응 스님의 발제는 반갑고 놀랍다. <법보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며 현대 사회에 걸맞게 불교의 변화를 내내 촉구해왔기에 반가웠고, 조계종이 종파 불교적 사상적 정체성을 넘어서야 한다며 이름도 바꾸자는 파격적 제안을 담고 있기에 놀라웠다.


현응 스님은 ‘조계’라는 명칭은 선불교의 특정가풍을 표현하고, ‘○○종’은 종파불교의 명칭임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중국, 한국, 일본불교사에서 ‘○○종’이라는 표현은 교단의 명칭이 아닌 특정교학이나 특정선사의 선풍을 뜻했다며 그것을 “일본의 종파불교의 망령”으로 분석했다.


기실 ‘조계종’이라는 이름은 한국 불교에 어울리지 않는다. 1,000년 전에 형성된 종파불교를 벗어나 현대 불교적 회통불교를 정립해야 한다는 교육원장의 제안은 핵심을 찌른다. 해결 방법도 제시했다. “자성과 쇄신결사 일환”으로 종단적 차원에서 신중한 검토를 거쳐 공론화해 해결할 우선적 과제란다. 자정과 쇄신 결사위원장 도법스님이 현응 스님의 해결 방법에 대응한 토론은 발제 못지않게 놀랍다. 도법 위원장은 “사부대중 모두가 갖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명확한 각오, 책임 있는 실천이 없다면 멋진 발제도 결국 공허한 자료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어떤가. 발제와 토론이 세간의 표현으로 장군 멍군이다. 도법 스님의 말을 빌리면 ‘멋진 발제’에 ‘멋진 토론’이다. 그래서다. 더욱 궁금해진다. 현 종단의 핵심적 일을 맡고 있는 스님들의 뜻이 그렇다면 대체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을 가리틀 사람들은 누구일까?


교육원장과 결사위원장이 주고받은 발제와 토론은 공개적 자리에서 이뤄졌다. 두 스님은 그 발언에 책임질 의무가 있다. 그것을 실행할 권한이 있는 자리에 있기에 더욱 그렇다.

 

▲손석춘 언론인

상식으로 판단한다면 2012년 한 해에 조계종은 전면적 혁신을 이뤄야 한다. 만일 그것이 현실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두 스님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손석춘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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