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석전 스님 [중]

古書 중요성 강조하며 직접 번역

▲조계종 제24교구본사 선운사 소장 석전 스님 진영.

수많은 경전을 해석하고 글을 썼던 스님은 ‘불교유신과 서적간행’이라는 글에서 “불교계는 정리되지 않은 오래된 서적이 많으나 관심을 갖고 정리한 사람이 적으니, 같은 몸이지만 때가 낀 몸을 목욕을 하면 정신이 빛나듯 정리되지 않은 고문을 새롭게 정성들여 인쇄해 간편하게 장정하면 새로 나온 서적을 대한 듯 할 것”이라며 옛 문헌을 새롭게 번역하고 대중이 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스님은 그러면서도 “옛 것이 훌륭하고 뛰어나지만 지나치게 옛사람의 학문을 숭상하는 것은 오늘을 낮추는 실마리로 보고 오늘날 뛰어나고 생명을 이롭게 해주는 말과 글이 옛 사람보다 높은 경지에 이르러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그릇된 것”이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선지식들의 가르침 역시 잘 받들어야 함을 당부했다.


스님은 이러한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이능화와 함께 조선불교총서 간행을 계획했다. 또 ‘인학’, ‘육조단경’ 등은 당시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 사상이나 신사조 등이 초래한 복잡한 종교 환경에 대응하고 사상적 주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가 발전하고 유신되기 위해서는 서적간행을 바탕으로 한 문서포교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온 스님은 ‘법보단경’, ‘계학약전’, ‘정선염송급설화’, ‘석전시초’ 등의 서적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


석전 스님이 펴낸 ‘법보단경’은 해동불보에 연재하던 중 잡지가 폐간되면서 중단됐다. ‘법보단경’과 관련해서 두 편의 논문을 더 써서 중요성을 강조한 스님은 ‘법보단경’을 “교로 전할 수 없는 부처의 가르침을 모두 아우르는 종승의 법문”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1926년 중앙불전의 교육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편찬한 ‘계학약전’은 총 74장 분량으로 계율의 제정 및 전체 계율에 대한 기술을 간략하지만 폭넓게 다루고 있다. 특히 본론 부분에서 불사음계와 불살생계를 중시한 ‘능엄경’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은 승려의 취처론으로 인해 스님이 평소 펼치고 있던 불교유신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을 염려한 데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어 1932년 선문염송과 그에 대한 해설인 설화를 엮은 ‘정선염송급설화’를 펴낸 스님은 백파의 염송급설화선 중에서 선문의 맥을 잇는 요점만을 추리고 그 설화 또한 중복성이 있거나 번거로운 곳은 과감하게 줄여 대원강원과 중앙불교전문학교의 교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서적 간행은 모두가 교육과 포교차원에서 진행된 일이었다. 그리고 최남선의 주선으로 1940년 9월 동명사에서 발간한 시집 ‘석전시초’에는 평생 지은 한시 중 600여 수를 실었다. 석전 스님은 불교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애틋했기에 글의 많은 부분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사유와 통찰이 묻어났다. 때문에 ‘석전시초’에서는 스님의 사상을 엿 볼 수 있기도 하다.


한편 1919년 4월23일 이종욱 등과 함께 한성임시정부 발족에 참여할 정도로 항일정신이 강했던 스님은 중앙불교전문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중 1933년 일본이 정한 청장절 기념식날 연단에서 “아아! 그런디, 오늘이 바로 일본천황 생일이여. 그러니 잘들 쉬여”라고 한마디 하고는 바로 내려와 학생들이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등 수시로 반일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