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기독교는 오랜 역사 속에서 인류를 이끌어 온 가장 대표적인 종교들이다. 사실 두 종교 모두 인간을 구제하고 복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현했다지만 그 내용과 전파의 과정은 판이하다.
혹자들은 모든 종교의 목적은 같지만 그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말한다. 즉 산의 정상에 오르는 길이 다를 뿐 산의 정상은 같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처나 예수가 발견한 진리는 같은 것인데 다만 그 표현이 다르고 그에 이르는 방법이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종교 간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두 종교가 지닌 세계관과 인생관 그리고 두 종교가 지향하고 있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지 못하는 데에서 나오는 섣부른 주장이다. 대부분 종교가 그렇듯 불교와 기독교 역시 세계관과 인생관은 물론 목적까지 판이하게 다르다. 인간을 구제하고 복되게 하자는 것이 종교인데 목적이 왜 다르냐고 반문하겠지만 불교는 불교대로 기독교는 기독교대로 자신들의 가르침 속에서만이 구제가 완성되고 복이 성취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오르려는 산 자체도 다르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두 종교 모두 인간을 위한 사랑과 희생을 강조해도 불교에서 볼 때 기독교는 외도이며 사견이고, 역시 기독교에서 볼 때에 불교는 사탄의 언어이거나 거짓 증거이다.
서로 둘 사이에 얼마간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해도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기본 관점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애써 불교와 기독교의 동질성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논거를 들어도 어디까지나 연꽃은 연꽃이고 포도는 포도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두 종교 사이에는 교리에 대한 우월성이나 정통성에 대한 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기독교는 불교에 비해 타종교에 대해 시비를 논하는 강도가 대단히 높고 공격적이다. 이는 과거 기독교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 오늘날 한국기독교가 불교를 향해 취하는 행태들을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모든 종교, 철학, 이념이 그러하듯 불교와 기독교에 있어서도 서로 간 교리에 대한 시비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불교의 경우 타종교 교리에 관한 시비는 있었어도 이를 개종의 무기로 삼아 상대방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혹 불교는 타종교의 가르침이 불교와 견해를 달리한다 해도 결코 쓰러뜨리고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불교가 기독교를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기독교 자체를 진리로 여겨서가 아니다. 다만 기독교를 하나의 종교로 인정하고 그를 믿는 사람 자체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기독교가 불교를 대하는 태도는 너무나 불손하다. 기독교가 비록 불교에 진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불교를 종교로 인정하고 무모한 행동은 말아야 한다. 일부 기독교인들의 행태라고 하지만 현재 한국 기독교에 있어 불교도들은 모두 개종의 대상이고 언젠가는 쓰러뜨려야 할 집단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한국 기독교의 무모한 행태는 불교인들로 하여금 적지 않은 상처와 함께 분노를 가져오게 했고, 앞으로 불교가 기독교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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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연(寂然) 이제열 법사는
유마선원 원장으로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고 있는 대표적인 재가법사다. 저서에 ‘금강경 대강좌’ ‘수행으로 가는 길’‘왕초보 금강경박사 되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