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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참회와 참법-2

참법, 시대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신라 땐 ‘목륜’ 던져 ‘자신의 죄’ 가늠

불교도 시공간적 맥락성을 갖지만 참법 또한 예외는 아니다.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양한 참법이 행해졌다. 이를 크게 기복적 참법, 자비참법(慈悲懺法), 이참(理懺)으로 나눌 수 있다. ‘지금 여기’에서 재앙을 없애고 복을 불러오고자 삶의 조화와 평형을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본원적 소망, 재래신앙이나 밀교가 결합하여 빚어진 참법을 기복적 참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수참법(水懺法), 점찰법(占察法), 치성광법(熾盛光法), 탑참법(塔懺法)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 중 가장 널리 행해진 것이 점찰법이며, 이는 ‘점찰선악업보경(占察善惡業報經)’을 바탕으로 한다. 이 경을 보면, “만약에 부처가 멸한 후 악세(惡世)의 때에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등이 세간과 출세간의 인과법 가운데 결정신(決定信)을 얻지 못하여 모든 것이 무상하고 일체가 고(苦)하며 제법이 무아하며 모든 것이 청정하지 못함을 잘 수학(修學)하지 못하면, 사성제(四聖諦)의 법 및 12인연법, 진여실제와 생함도 멸함도 없는 법을 부지런히 관하지 못하면, 또 이들 법들을 관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침내 십악(十惡)의 근본 죄과를 짓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면, ……마땅히 목륜상(木輪相)의 법(法)을 써서 과거의 선하고 악한 업(業)과 현재의 고통과 즐거움, 길함과 흉함 등의 일을 점찰(占察)할 것이다.”라 하였다.


현세의 죄는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지만, 숙세와 미래의 업보는 어찌 알 것인가. 점찰경은 이를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섯 개의 나무 가락을 만들어 각각의 나무 가락의 3면에 1에서 18까지 숫자를 쓰고 이것을 세 번 던져서 189종의 삼세의 과보와 선악의 상을 얻어 점찰한다. 이렇게 나온 업보와 선악에 대하여 지극한 정성을 다하여 참회하는 법을 수행할 경우 온갖 장애를 멸하고 깨달음에 이른다.


신라 시대에 점찰법은 대유행을 하여 절마다 이에 따라 참회하려는 신도들로 넘쳐났다. 원광법사가 이의 재정을 마련하고자 점찰보(占察寶)를 두자 단월니(檀越尼)라는 여신도가 기꺼이 논밭 100결(結)을 바칠 정도였다. 신라 사람들은 절에 와서 목륜을 던져 자신의 숙세와 미래에 지은 죄까지 알아본 다음 지극한 마음으로 절을 하고 염불을 하면서 이를 참회하고, 또 참회하였다. 이는 고려로 이어졌다.


점찰법회에서 무속과 밀교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어리석은 중생을 깨우치고자 하는 윤리의식, 자서수계(自誓受戒)의 계법의식, 극락왕생의 기원, 염불삼매의 실천의식 등 대승불교 사상과 실천이 강조된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진정한 참회와 성찰이 사라진 이 시대에, 현세에 지은 죄는 물론, 숙세와 미래의 업보까지 참회하려는 그 마음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하지만, 무속적이고 기복적인 경향마저 수용할 필요는 없다. 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칭념하며 목륜을 던진다고 하지만, 자신의 업보를 점찰하는 과정에서 우연성이 개입된다. 이는 연기와 업의 원리에서도 벗어난다. 숙세에 지은 죄를 목륜을 던져 알 필요는 없다.


숙세에 지은 업보로 현세의 내 삶이 규정되니, 지금 조용히 자신을 성찰하여 지은 모든 죄업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나아가 선업을 쌓아 과거의 죄업을 갚으면 된다. 미래의 업보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도흠 교수
오늘 내가 선업을 쌓는 만큼 미래의 내 삶도 밝아지는 것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오직 지금 여기서 진정으로 참회하고 선을 실천하는 것이다. 오늘 복을 지으면 과거의 죄업이 소멸되고 미래에 복이 되어 돌아온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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