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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인간관과 세계관-12연기 ①

기자명 서광 스님

갈등·괴로움의 원인은 갈애
알아차림으로 고통 조절해야

12연기는 불교교리에서 핵심 개념가운데 하나다. 그래서인가 대다수의 불자들에게 12연기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아주 심오한 가르침이라는 선입견을 안겨준다. 하긴 부처님께서 6년간의 고행 끝에 깨달으신 연기법을 6단계, 8단계, 9단계, 10단계로 분류해서 설명을 시도하다가 최종적으로 12단계로 마무리 해 놓은 것이 12연기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들 수준에서 하루아침에 12연기를 이해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겠다.


솔직히 12연기는 왠지 모르게 선뜻 다가가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고, 설명하려니 부담스럽다. 개인적 무지겠지만 무명에서 출발해서 생사로 이어지는 순환의 고리가 명료하고 자연스럽게 이해되지 않고, 중요하다고 하니까 뭔가 인위적으로 억지로 끼워 맞추어서 이해되어지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불교교리를 짚어가는 마당에 12연기를 제외하고 갈려니 어쩐지 찜찜하다. 반드시 초기불교 전통이 아니어도 12연기의 중요성은 우리 대승불교에서도 여전히 강조되기 때문이다.


12연기의 열두고리는 ①무명-②행-③식-④명색-⑤육입-⑥촉-⑦수-⑧애-⑨취-⑩유-⑪생-⑫노사다. 여기서 우리는 12연기가 ‘괴로움이 발생하고 순환하는 구조’라는 관점에서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고통의 연결고리를 약화시키고 잘라버릴 수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12단계 가운데 우리가 가장 강하게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원인이 되는 곳이 어디인가 생각해 보면 ⑧번째 갈애다. 갈애는 대상을 갈망하거나 혐오함으로서 대상에게 끌리거나 밀어내는 에너지다. 우리가 뭔가를 갈망하거나 혐오하고 있을 때 번뇌가 치성해지고 고통이 극심해진다.


그러다가 ⑨-⑩단계에서는 마침내 그 대상에 집착하고 그것과 하나가 되면, 고통은 더 이상 대상으로 인식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분리될 수 없는 하나가 되고 만다. 그러므로 고통과 하나가 되어버린, 즉 갈망이나 혐오의 대상과 하나가 되어버린 단계에서 갈망하지 않거나 혐오하지 않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그 반작용도 더 커지게 된다. 쉽게 말해서 이 단계에서는 노력하면 할수록 더 많이 좌절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한창 사랑의 감정이 극도에 달했거나 분노가 치솟은 상태에서 중단하려고 애쓰게 되면 활활 타는 불에 기름을 붙는 격이 된다.


갈망과 혐오를 멈추기 위해서는 이들의 원인이 되는 앞의 ⑦단계인 수(受)에서 작업해야 한다. 우리의 감정이 뭔가를 갈망하거나 혐오하기 전에 반드시 즐거움의 느낌이나 불쾌의 느낌이 선행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 느낌을 알아차리고 자각해야 한다. 느낌단계에서는 아직 생각이 깊이 개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각하고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대상에 대한 끌림이나 혐오가 쉽게 해소되고 필요하다면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생각과 계산이 본격적으로 개입된 갈애단계에서 대상을 향한 끌림과 혐오감을 중단하거나 제거하려는 시도는 강력한 역풍으로 효과를 거두기가 힘이 든다. 설사 갈망과 혐오에 맞서서 그것을 극복했다고 하더라도 대개는 억압이지 극복이나 초월이 아니다. 억압된 것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때가 되면 반드시 더 큰 에너지로 일어나게 되어 있다.


▲서광 스님
갈애의 단계에서 애쓰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겹다. 그래서 수행하는 일은 때로 많은 인욕과 정진의 힘이 요구된다. 그런데 그 애씀이 갈망하거나 혐오하는 대상을 방어하고 부정함으로서 억압으로 발전하는지, 아니면 순간순간 갈망하고 혐오하는 감정에 앞서 일어나는 느낌을 자각하고 알아차리려는 노력으로 원천적 봉쇄나 차단, 또는 근본적 해소로 나아가는지를 알고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동국대 겸임교수 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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