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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철학을 통한 불법의 증득

예수·공자 말씀은 존재자에 대한 진리 언명
부처님은 세상 법 증득할 마음사고방식 설파

“남의 비방에 따르고. 남의 시비에 신경 쓰지 마라. 그런 일은 다 불을 잡고 하늘을 태우려 함이로다. 공연히 헛수고하면서 스스로를 피곤하게 할 뿐이로다. 도를 깨침은 마치 감로수를 마시는 것과 같아서 녹아서 단박에 불가사의한 해탈 경에 들어감과 같도다.”


불도를 깨친다는 것은 자연이 스스로 갖추어 놓은 자성을 증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타인들의 표폄훼예(表貶毁譽)에 온 신경을 쓰는 것은 곧 불도와 합일하기 위하여 존재론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평가에 모든 것을 거는 소유론적 자세와 다를 바가 없다 하겠다. 존재와 소유는 불법의 증득과 일반적 지식의 경계를 말하는 것이므로 철학의 한 내부의 의견 차이로서 단순히 여겨서는 안된다.


또 존재론의 세계는 철학적 영역의 한 분야로서의 형이상학적 의미의 뜻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 지난 세기독일의 위대한 철학자인 하이데거가 말한 주장을 철학자 개인의 어떤 한 학설의 주장처럼 여겨서도 안된다. 또 철학을 잘 모르는 어떤 불교인이 이런 주장은 유식한 학자들이 알음알이로서 농하는 짓이라고 가볍게 간주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존재론과 소유론은 절대로 철학적 개념들의 차이로서만 간주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존재론은 하이데거가 늘 주장해 왔듯이, 존재자의 어떤 형이상학을 의도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신(神)의 형이상학은 신이라는 어떤 존재자의 형이상학적 관점이나 학설을 말하지, 그것이 하이데거가 말한 엄밀한 의미의 존재론이 결코 아니다. 신이나 인간과 같은 개념들은 다 어떤 명사적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데거가 말한 엄밀한 의미의 존재는 어떤 명사적 개념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개념화가 안되는 용어이므로 하이데거의 말처럼 그것이 무(無)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이데거가 명사도 아니고 개념도 아닌, 그래서 무엇이라고 정의하기가 불가능한 그것을 존재라고 상정했다.


그런데 하이데거가 한 존재론이 왜 중요하느냐 하면, 그것은 인류가 그동안에 역사적으로 추구해 왔던 모든 가치의 방향과는 너무나 판이하기 때문이다. 즉 인류사는 모든 면에서 개념 가능한 소유의 획득을 위한 투쟁의 일환이므로 존재론적 사고방식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욕망해 왔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소유라면 그것을 경제적 의미로서만 제한하려 한다. 정치적 권력이나 도덕적 가치의 실현 등과 같은 모든 의미가 실로 소유의 만족을 위한 영역과 다를 바가 없다. 심지어 과학기술의 발전도 소유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인류사는 동서를 막론하고 다 소유를 위한 투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인류사의 진행과 다른 진리를 깨달으신 것이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하신 내용이다.


철학적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법이 다른 어떤 법보다 수승한 까닭은 그것이 신과 같은 어떤 존재자의 형이상학적 법을 말한 것도 아니고, 유교처럼 인간이란 존재자에 관한 도덕적 규범을 설파한 것도 아니고, 존재하는 이 세상의 여여한 법을 여여하게 증득하기 위한 마음의 사고방식을 설파한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예수님이나 공자님의 말씀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존재론적 사유를 의미하지 않고, 존재자(신이나 인간 등)에 대한 일각의 진리를 언명한 것이지 존재론의 진리를 설파한 것은 아니다.

 

▲김형효 교수

하이데거가 설파한 존재론적 사유를 인류사에 최초로 언설한 이가 중국의 노자와 석가모니 부처님이라 여겨진다. 인류의 구원은 이제 소유의 획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증득에 있다. 불법은 존재의 증득에 있어서 노자의 도보다 더 구체적이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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