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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살림 ‘운영’과 ‘경영’사이에서

기자명 법만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2.01.30 13:22
  • 수정 2012.02.06 12:01
  • 댓글 0

지역의 대표사찰이자 말사를 관장하는 본사 주지 소임을 보면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들이 많다. 절 안의 대소사도 챙겨야 하고 지역 사정도 살펴야 하며 종단의 현안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본사주지로서 어쩌면 당연한 의무일 수 있다.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선운사가 문화와 복지, 수행과 포교의 도량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모든 대중들이 마음을 모아 달려가고 있지만, 숨을 돌리며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지 못하는 것은 대중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신년이 되면서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사찰경영이다. 그간 선운사는 노후수행마을 조성, 불학승가대학원, 사회복지관 운영 등을 하면서 수행과 함께 지역포교를 위한 투자를 해왔다. 많은 불자들의 지지와 격려 그리고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신도님들의 보시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고민이다. 그래서 ‘경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경영’이라는 말은 불교계 내부에서 많이 보편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낯선 용어다. 예전 어른스님들은 한결같이 “공부만 잘 하면 됐지, 무슨 경영이냐?”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수행과 포교, 복지와 문화에는 재원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운영이 바탕 되어야 한다. 필자는 한국불교가 살아나면 대한민국도 행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불교는 역사적으로나 문화, 자연 환경적으로 자산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젠 절집도 경영의 차원이 되어야 하며 그것도 열린 경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공개하는 투명한 살림만이 지금의 울타리를 벗어나게 해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부처님도 ‘잡아함경’에서 사분법(四分法)을 말씀하셨다.


“수입의 1/4은 생계비로, 1/4은 생산비로, 1/4은 자기 또는 타인의 빈궁에 대비하여 저축하고, 1/4은 농부나 상인에게 빌려주어 이자를 받도록 하라.”


물론 수행자는 정진에 집중하고 재가자는 적절한 경제활동을 할 것을 권한 말씀이지만 부처님이 경제 자체를 멀리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주지 소임을 맡으면서 올바른 경영이 무엇인지, 제대로 된 운영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다 선운사의 역사와 주변환경을 이용해 차와 보은염 등을 상품화했다. 모두 지역민들과 함께 진행하는 아이템들이다. 지역민들에게 이익을 주고 선운사 운영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면 일찌감치 경영에 눈을 뜬 사찰들이 많이 있다. 문경 대승사는 다구(茶具)와 각종 도자기, 장뇌삼과 버섯, 된장과 고추장 등 장류식품, 뽕잎차와 오미자차를 비롯한 차(茶)등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공주 영평사와 강화 선원사, 양산 통도사 등 적지 않은 사찰들도 사찰의 특성을 살린 상품을 개발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내놓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찰 운영의 사례로 발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사찰 운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흐름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의 이름으로 무분별한 ‘장사’를 벌이는 것은 금물이다. 대중들도 결코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종단이나 사찰의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이라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지는 않는지, 불교의 가치와 철학을 담고 있는지, 사업을 통해 대중을 선도하거나 포교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지, 사회에 대한 기여와 봉사 등의 공익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


▲법만 스님
경영도 불교가 사회와 호흡을 같이할 수 있는 하나의 주제이다. 일주문 안의 살림을 넘어서서 지역과 함께 하고 국민과 눈을 맞추는 불교계의 역동적인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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