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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야훼

불교는 신 인정해도 창조신은 부정
희로애락 지닌 야훼는 중생에 불과

기독교는 유대민족에 의해 숭상됐던 야훼라는 이름의 신으로부터 출발한다. 야훼라는 신을 부정한다면 기독교는 존재 할 수 없다.


기독교 경전의 첫머리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로부터 시작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하나님이 곧 야훼이다. 야훼는 우주 창조의 주체로써 유일신이며 인격신이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신은 오직 그뿐이며 인간의 모습을 띠고 있고 모든 곳에 두루 편재한다는 것이다. 기독교 교리에 의하면 그는 다른 원인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있어온 자존의 존재이며, 물질이 아닌 영적 존재이고 영원한 전지전능의 존재이다. 특이한 점은 그가 이같은 위대한 속성을 지녔음에도 인간과 똑같은 여러 가지 감각, 감정, 사고, 의지를 온전히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도 인간처럼 생각하면서 때로 기쁨과 슬픔과 미움과 사랑을 일으킨다. 왜냐하면 야훼는 감정의 근원이며 감정을 창조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러한 야훼의 세상 창조는 6일 만에 이루어진다. 야훼는 첫째 날에 빛을 만들고, 둘째 날에 허공인 궁창을 만들었으며, 셋째 날에 바다와 땅과 식물을 만든다. 넷째 날에 해와 달을 만들고, 다섯째 날에 새와 물고기를, 여섯째 날에 짐승과 사람을 만든다. 특히 야훼가 인간을 흙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성서학적으로 신의 창조는 직접창조와 간접창조로 나뉘는데 직접창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고 간접창조는 유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다. 야훼가 만물을 창조한 것이 직접창조라면 흙을 가지고 인간을 창조한 것이 간접창조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창조설이 과연 과학과 부합되느냐 하는 문제는 끝없는 논쟁 속에 있다. 그럼에도 가톨릭, 프로테스탄트, 무슬림과 같은 거대 종교인들에게는 물론 무종교인들에게도 창조론은 무시할 수 없는 이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의 존재에 대해 불교는 어떤 자세를 취할까? 신의 문제에 대해 불교에서는 첫째,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신은 존재할 수 있어도 우주 이전부터 스스로 존재한다는 창조신은 부정한다.


부처님 당시에 인도인들이 브라흐만을 천지 만물의 창조주로 섬겼지만 불교에서는 이 신을 불법을 보호하는 천왕의 위치로 끌어내렸다. 왜냐하면 모든 존재는 원인으로 말미암아 결과가 생기는 법인데 신을 원인 없이 생긴 자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야훼가 모세에게 자신을 가리켜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 했듯 브라흐만 역시 우주 만물이 있기 전부터 존재해 왔다고 전해진다.


불교에서는 인과의 원리로 볼 때에 야훼나 브라흐만은 모순적 존재이다. 어떻게 원인 없이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한 통의 수박이 존재하려면 반드시 그 이전의 씨앗이 존재해야만 하듯 신 역시 어떤 원인을 빌려야만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창조의 주체라고 여기는 신들은 이 법칙을 위배하고 있기 때문에 수용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닌 신들은 있다고 나오지만 우주의 시초자로써의 신은 부정한다. 용수가 그의 저서 ‘중론’에서 “만약 세상을 만든 자가 있어서 세상이 존재한다면 만든 자는 누가 만들었느냐?”고 반문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둘째, 불교에서 볼 때에 야훼는 지극히 불완전하다. 인도에서는 부처님 탄생 전부터 우주를 창조하고 지배한다는 여러 신들이 있었다. 브라흐만을 비롯해 인드라, 시바, 비쉬누 등이 그들인데 불교에서는 이들 신을 모두 무명과 번뇌를 끊지 못한 괴로움의 존재로 여긴다.

 

▲이제열 법사
불경에 보면 스스로를 하나님이라고 칭하는 여러 천상의 신들이 등장하는데 이들 역시 야훼라는 신처럼 희로애락의 감정을 지니고 사랑과 성냄과 탐욕과 질투 따위를 일으키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점을 불교에서는 불완전의 존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유마선원 원장 yooma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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