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승 스님, 용산참사 구속자 특별사면 청원

  • 집중취재
  • 입력 2012.02.02 16:21
  • 수정 2012.02.07 16:52
  • 댓글 0

“종교인으로 무거운 책임”…2일, 청와대에 서한 전달
“정부에도 참사 책임…진정한 소통은 관용에서 비롯”
수감철거민에 영치금 전달…종지협 등 각계 동참호소

 

▲자승 스님이 2월2일 이명박 대통령에 용산참사로 구속된 철거민 8명의 특별사면을 청원했다. 스님은 2009년 총무원장 취임 하루 전날 예고없이 현장을 방문해 희생자 빈소에 분향하는 등 용산참사 희생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왔다.  

 

 

올해 ‘국민의 행복과 평화를 최우선 가치에 두겠다’고 밝힌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자승 스님은 2월2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용산참사로 감옥에 갇혀 실형을 살고 있는 철거민 8명의 특별사면을 공개 청원했다. 종교지도자가 용산참사 구속자들의 특별사면을 청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승 스님은 청원서에서 “용산참사로 인한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관련자가 아직 구속돼 있는 등 비극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 종교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당시 참사의 책임을 온전히 철거민에서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진정한 대화와 소통은 관용으로부터 시작된다”며 “구속된 철거민 8명과 관련자들에 대해 화해와 관용의 정신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청원했다.


용산참사는 지난 2009년 1월20일 재개발을 반대하며 용산구 한강로 2가의 건물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지역세입자와 이를 강경 진압하려던 경찰을 비롯한 용역들과의 충돌로 화재가 발생,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때문에 이 사건은 이 시대 개발논리가 불러온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검찰과 경찰은 최소한의 안전대책도 강구하지 않은 채 강경진압으로 일관한 경찰에 대한 책임이 크다는 사회적 비판이 많았지만 이를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철거민들에게만 책임을 물어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이로 인해 당시 철거반대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던 지역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 소속의 회원 8명만 기소돼 결국 4~5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현재 형량의 절반 이상을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자승 스님은 “정부와 철거민 서로가 서로에게 준엄한 책임을 묻고자 했지만 정부는 법 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철거민을 구속했고 힘이 없는 철거민들은 어디에도 그 책임을 묻지 못했다”며 “오히려 생존의 불안에 시달리며 차디찬 거리에서 절박한 상황을 목 놓아 호소할 뿐”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에 앞서 자승 스님은 전국 8개 교도소에 각각 수감돼 있는 철거민들에게 영치금과 108염주 등을 전달했다. 특히 자승 스님은 수감된 철거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직접 작성한 편지를  통해 “철거민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당부와 조속한 석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 동안 자승 스님은 용산참사와 관련해 “이 사건은 이 시대 우리가 안고 있는 대립과 갈등의 상징”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 왔다. 특히 지난 2009년 제33대 총무원장 취임 하루 전날인 11월4일에는 예고 없이 현장을 방문해 희생자 빈소에 분향했으며 유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스님은 또 2010년 2월 용산참사로 희생된 철거민과 경찰 유가족을 초청해 위로와 함께 화해의 자리를 주선하기도 했다.

 

자승 스님은 용산참사로 수감된 구속자의 특별사면을 위해 종교계 및 사회 각계에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다. 특히 이른 시일 내에 ‘용산철거민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를 방문해 관계자를 격려하고 특별사면 지원 방안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또 종교지도자협의회 등과 공동으로 입장성명을 발표하고 각계의 관심을 촉구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다음은 자승 스님이 이명박 대통령에 보낸 공개 청원서 전문.

 

 

용산참사 관련 구속자 특별사면 청원서


2009년 11월 총무원장에 취임한 직후 첫 방문지로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 빈소에 분향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그해 말 다행스럽게 용산참사 문제가 1차 타결돼 조계종 차원의 환영 논평을 내고, 이듬해 초 철거민 희생자 유가족과 순직한 경찰 유가족을 동시에 총무원으로 모셔 위로와 화해의 자리를 마련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부터 2년여 넘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근원적인 것은 몰라도 당장의 찢기고 피 흐르는 상처는 아물 수 있을 만한 시간을 보낸 셈입니다. 하지만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아직도 용산참사로 인한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니,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나름대로 마음을 내었던 종교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용산의 철거민은 여덟 명의 가장이 3년 넘게 구속된 상태이고 그들의 가족이 철거 지역에 남아 어린 자녀와 함께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는 시아버지가 참사로 희생된 것도 가슴 아픈 일일 텐데, 그 아들마저 3년 째 감옥에 갇혀 있는 어느 가족의 기막힌 사연도 있습니다. 두 명의 철거민은 옥상에서 떨어져 큰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며 언제 법정에서 구속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도, 철거민도 서로가 서로에게 준엄한 책임을 묻고 싶을 것입니다. 정부는 그 책임을 물어 법 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철거민을 구속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힘이 없는 철거민은 정부에 책임을 묻고 싶어도 물을 수 없는 처지입니다. 한편으로는 생존의 불안에 시달리며, 다른 편으로는 차디찬 거리에서 절박한 상황을 목 놓아 호소할 뿐입니다.


용산참사의 원인은 세입자의 권리와 철거민에 대한 사전대비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부분도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3년이 넘은 지금까지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는 남일당의 현재 모습을 봐도 참사의 책임을 온전히 철거민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용산참사 해결 기원 발원문’을 통해 “용산은 이 시대에 우리가 안고 있는 대립과 갈등의 상징입니다. 하루 속히 이 대립과 갈등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화와 소통으로 공동체 모두가 화합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모두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진정한 대화와 소통은 관용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구속된 철거민 여덟 명과 용산참사 관련자들에 대하여 화해와 관용의 정신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하는 조치를 내려주기 바랍니다. 구속자 대부분은 이미 형기의 절반 이상을 살았고, 하루하루 생존이 버거운 가난한 서민들입니다.


정부가 이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고 사회통합, 국민통합을 외치는 것은 공허한 일입니다. 현 정부가 주창한 공생사회를 위해서도 이들에 대한 석방과 특별사면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합니다. 임기 후반 국민화합과 사회통합 차원에서 큰 결단을 내려주기를 청원합니다.


2012년 2월 2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