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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 영수암 복원하자

기자명 공종원
임진강역까지 가던 열차가 연장되어 파주의 도라산역이 세워진 것은 우리 국민치고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 특히 부시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도라산 역을 방문하고 통일을 향한 기대를 담아 철도침목에 사인을 한 바도 있어서 도라산역은 세계에도 널리 알려졌다.

그 이후 도라산역은 실향민을 비롯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 되었고 임진강역에서 그곳으로 이어진 열차는 실향민의 망향열차처럼 의미있는 관광코스가 되고 있다. 아직 서울에서 가는 기차가 그대로 도라산역까지 달리지는 못해도 멀리 신의주 혹은 시베리아를 향해 달릴 철마를 위해 우리가 준비한 교통수단의 상징으로 확실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남북한의 화해무드에 따라 서울에서 신의주, 더 나아가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철도를 연결한다는 취지는 우리 국민의 큰 환영을 받았던 사업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철의 실크로드'를 만든다고 할 때에는 그야말로 통일 이후의 환상에 젖는 이들도 꽤나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군을 투입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전쟁중에 끊어졌던 철길을 새로 다지고 길을 놓았다. 경의선 복원공사이자 시베리아 철도 복원의 꿈을 실현하려는 성스러운 뜻이 담긴 공사였다.

하지만 북한은 그 공사약속을 하고난 후 벌써 여러 해가 되었는데도 철길을 잇는 공역을 위한 첫삽조차 푸지않고 있다. 약속을 떡먹듯 저버리는 저들의 상투적인 행태를 실감하게하는 거조이지만 국민들로서는 못내 섭섭하고 아쉬운 상황이다. 남북이 일시적으로 협조해서 그 공사를 이루어놓았다고 해도 내적인 화해의지가 없는 한 그것은 또 하나의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하겠다고 약속하고 남의 지원을 받아 챙기고는 이제는 모른척하는 태도는 상호 신뢰를 짓밟는 떳떳하지 않은 비겁한 행위일 뿐이다.

그렇지만 남쪽은 그 철길을 완성해놓고 도라산역을 지어놓은 것만으로도 통일을 향한 점진적인 준비를 다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항구적인 남북이산가족 상봉장소의 하나로 혹은 남북인적교류의 거점으로서 그만한 준비를 하는 정성을 보인 것은 남북화해와 통일작업을 위해 결코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남북의 왕래가 불가능하지만 철도가 복원되고 도라산역이 세워짐으로써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미 도라산역에서 도라산을 거쳐 제3땅굴을 잇는 관광코스가 개발되어 국내외적으로 큰 인기를 모은다는 소식도 있다. 이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인 파주시와 군의 협조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도라산역과 도라산 전망대를 돌아보면서 큰 아쉬움에 젖을 수 밖에 없었다.

도라산에 있었다는 유일한 전통사찰인 영수암(永守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수암은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고려 태조 왕건에게 항복하고 그의 사위가 된후 아내인 낙랑(樂浪)공주와 함께 세운 절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멀리 경주를 돌아보며 망향의 슬픔과 만국의 한을 함께 씹어삼킨 정한이 서려있는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바로 그런 사연으로 그 절이 있던 산이 도라산이 되고 그곳의 철도역사 이름이 도라산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곳의 역사는 영수암이 없으면 별다른 감흥이 나지 않는다. 도라산이 관광단지로 조성되어도 영수암이 복원되어 있지 않고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실제로 영수암은 6.25전쟁때까지만 해도 그곳에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영수암 복원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란 예상이다.

만일 그곳에 영수암을 복원하고 경순왕과 낙랑공주의 사연을 알수 있게하는 기념물을 조성해 보여준다면 불교계와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보람을 얻을 것이 분명하다.



공종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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