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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참회와 참법-4

자비도량참법, 포괄적이고 체계적
업·연기 원리 구체적으로 제시해

자비참법은 우리나라에도 전해져서 널리 행해졌다. ‘고려사’에 예종(睿宗)이 원년(1106)에 친히 문덕전에서 자비참도량을 설치한 기록이 있다. ‘자비도량참법’이 고려대장경 보유부(補遺部)에 수록되어 있다. 그러니 늦어도 12세기 이전에는 전해졌고 고려 중기와 후기에는 유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몇몇 고승들은 자비참에 대한 바른 해석과 수행을 도모하고 더 나아가 고려 말의 분위기에서 이의 바른 수행을 통해 사회 풍조를 개혁하고 교세를 다시 진작하기 위하여 이에 대한 주석을 행하였다. 조구(祖丘: ?~1395)가 편찬한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를 보면, 미수(彌授: 1240~1327)의 ‘자비도량참법술해(慈悲道場懺法述解)’에 관한 내용이 100여 곳 이상에서 인용되고 있다. 법상종의 승려로서 당대 최고 대덕이었던 미수가 이에 대한 술해(述解)를 하고 교리에 밝은 동림사(東林師)가 약해(略解)를 하고, 국사로까지 책봉된 천태종의 고승인 조구가 중국과 고려의 ‘자비도량참법’에 대한 여러 주석서들을 참고하여 집해(集解)를 하였다. 이는 오늘까지 이어져, 지금도 보혜사와 관음사를 비롯한 몇몇 절에서 이를 행하고 있다.


자비도량참법은 진정으로 죄와 업을 참회하여야 하는 당위성과 목적, 방법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과보가 어떤 결과를 내는가에 대하여 각 경우에 따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로 사람들이 부처님 앞에서 육근(六根), 곧 입과 몸과 마음으로 빚은 업을 진정으로 참회하는 의식을 행하면서 이를 통해 끊임없는 보리심을 내게 한다. 이 참법을 행하며 신도들이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자신의 죄업을 참회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으며, 그 중 적지 않은 자가 울다가 웃는다. 나름대로 깨달음에 이른 데서 오는 환희심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발원의 결과를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과 함께 나누는 점이 이 참법이 갖는 커다란 힘이다. 자비참은 자비의 마음을 가득 담고, 발원으로 이루어지는 공덕을 일체 대중에게 회향하여 그들이 진정으로 깨닫고 복락을 얻기를 기원한다.


이처럼 자비도량참법은 참회의 총서라 할 만큼 포괄적이면서도 체계적이다. 업과 연기에 대한 원리를 깨닫게 하면서도 구체적 실례를 제시하고 있어 이성과 감성을 총동원하여 참회를 하도록 이끈다. 참회를 하는 가운데서 깨달음에 이르게 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회향을 하여 자비가 마음 저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게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디지털 시대에 맞게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인간과 세계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이끄는 이참(理懺)과 자비참을 종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비참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하여 진정한 참회의 길에 이르고, 이참을 통해 깨달음의 더 심오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살인과 도둑질 등 흔히 우리가 죄로 규정하는 것만이 죄가 아니다. 우리가 무명에 휩싸여 진여의 실상을 보지 못하는 것, 수행 정진을 게을리 하는 것, 보살행을 행하여야 하는 순간임에도 이를 미루는 것 또한 죄다. 이참은 죄업과 참회의 실상을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이도흠 교수
원효가 ‘대승육정참회(大乘六情懺悔)’에서 말한 대로, “방일하여 뉘우침과 부끄러움도 없이 죄업의 실상을 능히 사유하지도 않는다면, 비록 죄업의 성품이 없다고 하여도 장차 지옥에 들어갈게 될 것이니, 마치 환술로 만들어진 호랑이가 도리어 환술사를 삼켜버리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시방의 부처님 앞에 깊이 부끄러운 마음을 내어 참회를 해야 한다. 참회를 행할 때는 지어서 하지 말고, 응당 참회의 실상을 사유하여야 한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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