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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불교의 대중성

다수 무시하거나 억업 않는 게 불교 대중성
소유에서 공동존재로 마음 돌리는 게 불법

“나쁜 말을 관찰함이 바로 공덕이니, 이것이 나에게는 선지식이 됨이라, 비방따라 원망과 친한 마음 일지 않으면, 무생(無生)의 자비인욕을 표현해서 무엇하리.”


도를 증득하는 마음은 남의 표폄훼예에 좌지우지 되어서 흥분하는 감정의 놀이가 아니다. 남의 표폄훼예에 좌지우지되어서 감정의 기폭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세속의 명리에 목을 매다는 결박과 다름이 없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우리가 불법을 찾는 것인데, 왜 스스로 자신을 얽어매려하는고? 자유스러워지기 위해 우리는 남의 표폄훼예에 스스로 초연해지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일시적으로 남의 칭찬과 비난에 대하여 울고 웃는 희비극의 마음가짐을 놓아야 한다. 그러므로 수행은 대중의 기호에 따라 자기의 모든 것을 맞추려는 이른바 민주적 대중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세상의 문화적 흐름이 일인의 독재와 전제의 시대에서부터 지금 대중의 사고와 생각이 지렛대가 되는 대중주의의 시대에로 흘러가고 있다. 이것을 사람들은 민주주의라고 부르면서 환호하고 있다. 일인의 판단의 제왕적 주체가 되는 시대에서 다수가 자기 판단의 주인이 되는 그런 자각의 시대에로 물결이 흐르고 있다. 아무도 인위적으로 그것을 거스를 수 없는 물결과 같다. 이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민주화의 요구를 불법은 어떻게 읽어야할까? 불법은 세속의 도가 아니므로 민주주의와 같은 원리에 무감각해서도 괜찮다고 단순히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은 불교를 세속의 도리로부터 분리시키는 난감한 결과를 빚는다. 불교가 세속의 도리에 눈감아 버리면, 그 불교는 대중의 관심을 이끌지 못한다. 대중의 관심을 외면해버리면, 그것은 이미 종교의 힘을 상실한다. 종교는 대중을 배척하면 안 된다. 종교가 대중의 기호를 아주 무시하면 그것은 철학으로 전락한다. 한국 불교가 너무 선 일변도로 편향적으로 나아가면, 그 불교는 철학적 사유로서만 여겨지고 종교적인 대중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관세음보살이나 문수보살이 대중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것은 불교의 대중성과 종교성을 반영한다 하겠다. 민주성은 바로 대중성의 의미와 상통한다. 좋은 의미의 대중성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고 고려한다는 의미를 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들이 억압당하고 무시당하면, 그것은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불교는 다수를 무시하거나 억압해서는 안 된다. 이점이 불교의 대중성이겠다.


불교가 대중적이어야 하고, 민주적이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불교가 대중이라는 다수의 기호에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대중 지향적이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대중은 사고하지 않고 충동적이고, 선동에 약하고 흥분을 잘하는 약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이 없는 종교는 청중이 없는 법문이나 공연예술처럼 죽어 있지만, 그렇다고 종교가 청중에게 아부해서도 안 된다.


아부하는 종교는 청중의 이기심에 불을 지필뿐이다. 종교는 대중의 다양한 이기심을 상대하지 않는다. 한국의 대중정치의 위험성은 국민의 다양한 이기심을 이끌어내어 십인십색 국민의 복잡다단한 이기심이 상충의 폭발을 일으키도록 선동하는 일을 하는데 있다. 종교가 이런 대중정치의 모습을 흉내 내어서는 안 된다. 정치의 민주주의는 대중의 소유욕을 자극해도, 종교의 대중성은 대중의 소유욕을 부채질해서는 안 된다.


▲김형효 교수
불법은 대중의 마음을 소유론적인 이기심에서부터 존재론적인 공동존재의 마음으로 되돌리는 데에 있다. 지금 한국은 대중의 소유론적인 이기심의 마음이 소용돌이를 치고 있다. 이것을 진정시키지 않으면 한국은 희망이 없고 쪼개진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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