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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암 스님 [상]

경허 스님 금강경 설법에 깨달아

▲ 한암 스님은 제자들에게 ‘금강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25년 왜색 승려들이 설치는 꼴을 보다 못해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춘삼월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오대산으로 들어가 27년간 동구불출하며 ‘오대산 학’으로 불린 한암 스님은 1876년 3월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속성이 방 씨였던 스님은 9세에 처음 서당을 다니며 ‘사략(史略)’을 배우던 중 ‘태고에 천황씨가 있었고 그 이전에는 반고씨가 있었다면, 반고씨 이전에는 누가 있었는가’를 선생에게 물을 정도로 유년시절부터 총명함이 남달랐다.


이때부터 세상과 인간의 근원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 스님은 이후로도 10여년 동안 그 근원적 의문을 풀지 못한 채 유교경전을 공부하다가 22세에 금강산 구경 중 돌연 입산 출가했다. 이후 금강산을 떠나 성주 청암사에서 운명처럼 근대 선의 중흥조 경허 스님을 만났다. 그리고 경허 스님의 ‘금강경’ 설법 중 “무릇 형상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다. 만일 모든 형상이 형상 아닌 줄을 알면 곧바로 여래를 볼 것이다(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라는 대목에서 깨달음을 맛보았다. 이때 비로소 유년시절부터 품었던 ‘반고씨 이전의 면목’을 깨달은 것이다. 이어 해인사에서 경허 스님이 법좌에 올라 대중에게 “원선화(遠禪和, 한암)의 공부가 개심(開心)의 경지를 지났다”고 공표함으로서 인가를 받았다.


일생 후학들에게 ‘금강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애써 배우기를 당부한 한암 스님의 ‘금강경’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자신이 경험한 바가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스님은 1936년 봄 월정사, 유점사, 건봉사의 3본사가 상원사에 개소한 연합수련소의 책임을 맡으면서 참선수행 도량임에도 ‘금강경’ 등을 가르쳤다. 특히 수좌와 수련생들에게 불교 교학 및 사상을 가르치기 위해 직접 ‘보조법어’와 ‘금강경오가해’ 등을 현토해 교재로 간행하고, 각 사찰 승려와 학인들도 배울 수 있도록 출판하기도 했다.


스님은 당시 “탄허가 학식과 문필이 나보다 천만억 배나 낫다”고 할 정도로 아꼈던 상수제자 탄허 스님에게 미리 가르쳐서 경전을 해석토록 하고, 제자들이 의문 나는 것을 물으면 직접 설명하는 형식으로 후학들을 지도했다. 이때 스님은 ‘금강경’ 외운 것을 시험으로 보기도 했고, 잘 외우지 못할 경우 종아리를 치기도 했다. 그만큼 ‘금강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금강반야바라밀경 중간연기 서’에서는 “오가해 중에 육조·야부·종경 등 삼가(三家)의 주석에는 곧 의리(義理)의 미묘함을 설해서 보고 듣는 자로 하여금 깨끗이 뼈를 바꾸고 창자를 씻은 듯하게 하며, 또한 돌을 부딪쳐서 번갯불이 번쩍이는 소식을 들어보이사 곧 일천 성인이 전하지 못하신 향상일로를 초월케 하시니 가히 말하자면 천지 이전에서 이후까지 억겁을 지난다 해도 만나기 어려운 법이라 하겠다”고 할 정도로 ‘금강경’을 높이 평가했다.


스님은 상원사에 불이 났을 때도 먼저 법당의 대장경부터 꺼내오도록 지시할 만큼 경전을 아꼈고, 강(講)을 할 때면 참선하는 수좌들도 모두 참석하도록 했다. 스님은 또 “경은 노정기(안내서)요, 선은 행함이니 오랫동안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며 열심히 경을 읽고 수행할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한편 “과연 한암이 아니면 내가 누구와 더불어 지음이 되랴”고 했을 정도로 자신을 아꼈던 경허 스님이 지어준 한암(寒巖)이라는 이름이 너무 차다고 해서 뒷날 스스로 한수 한(漢)자로 고치기도 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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