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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교는 지금 어디 있는가?

기자명 이민용
  • 집중취재
  • 입력 2012.02.27 11:22
  • 수정 2012.02.27 17:03
  • 댓글 0

세계불교도우의회(World Fellowship of Buddhists: WFB)라는 국제회의가 조계종단의 주관으로 올 6월에 열릴 예정이다. 요즘 개최되는 수많은 국제회의 중 하나로서, 여수 국제박람회와 연계되어 개최될 것이란 소식이다. 아직 열리지도 않은 이 국제회의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여기에 남다른 소회가 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불자들이 세계불교도우의회를 생소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지난 날, 우리 불교가 밖의 국제사회와 별로 교류가 없었을 때, 그 회의는 거의 유일무이하게 외국과의 통로 구실을 했다. 그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담 스님을 위시하여 몇몇 고승 분들을 모시고 고 이기영교수가 태국이며 인도를 다녀온 것을 나는 기억한다.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다. 이번회의는 우리 불교의 또 다른 국제적 위상을 알리는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는 것은 불교 자체만의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여수 국제박람회라는 국가의 행사와 불교회의가 같이 진행됨으로써, 산업과 문화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똑같은 상황이 1893년에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적이 있다. 시카고 만국박람회인 콜럼버스 전시회가 열리는 것과 동시에 문화적인 행사로 세계종교의회가 개최된 것이다. 이 회의에서 각 종교들은 한군데 모여 사상 최초로 동등한 입장에서 각기의 교리와 특징을 드러냈다. 동양을 식민지화하는 그 첨단에 기독교가 있었던 점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졌고, 모든 종교가 차이만 있을 뿐 우열은 있을 수 없다는 주제가 제기되었다. 오늘날 동서 종교간의 대화이며 종교학 발전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특히 이 회의에서 처음으로 동아시아의 불교인 대승의 선불교가 서구에 소개되었다.


이미 잘 알려진 점이지만, D. T. 스즈키는 이 회의를 통해 서양에 진출하는 계기를 갖는다. 그는 사쿠쇼엔(釋宗然)의 제자로 회의에서 스님의 통역자의 역할을 했다. 실제로 불교는 훨씬 이전에 서구에 소개되고 있었으나, 그것은 주로 남방불교인 테라와다의 팔리 불교였다. 따라서 당시에 중국 불교나 티베트의 대승불교는 본격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오히려 동아시아 불교(Eastern Buddhism)는 토착적인 것과 혼성된 지역적 불교일 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당시 서구에는 초기 부처님의 불교만이 순수한 원형의 불교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서구인에게 동아시아 대승불교는 세계불교의 주류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런 인식을 바꿀 절실한 필요를 느낀 것이 동아시아 근대화의 선발 주자이었던 일본이었다. 일본은 동아시아의 대변인을 자처하면서 아시아는 야만이거나 “이상한“나라가 아니라고 주장하였고, 아시아의 세련되고 오랜 전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동아시아 문화가 결코 서구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이 자신의 문화가 중국이나 한국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면서 오만해진 것이다. 일본은 대승 선불교를 선양하며 서구의 우월성을 논박하고자 하는 한편, 다른 아시아 문화에 대해서는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자기모순에 빠졌다. 결국 그런 태도가 2차 대전을 불러왔다. 어쨌든 일본을 통해 서구에 대승 선불교가 알려졌고, 젠(Zen) 불교가 대승불교를 대변하다시피 되어 세계로 퍼져 나갔다. 시카고 만국박람회와 세계종교의회의 연계된 전시회의 계기가 없었다면 동아시아 대승불교나 선불교의 서구의 유행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곧 세계불교도우의회가 여수세계박람회와 연계되어 개최될 것이다. 우리 불교계는 “아시아불교가 세계에 미친 영향”이란 주제로 학술회의를 준비 중이다. 이제 한국불교가 어떻게 세계적으로 기여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적절한 주제이다.

 

▲이민용 원장
우리 불교의 성장과 세계의 변화 그리고 대승불교가 더 이상 동아시아 불교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훌륭한 계기가 될 것 같다. 


이민용 한국불교연구원장 minyong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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