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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윤회 ③-아귀①

기자명 서광 스님

아귀의 세계는 욕망 좇는 사람 상징
부처님 가르침으로 갈증 잠재워야

육도 가운데 아마 가장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이 아귀도일 것이다. 바짝 마른 사지와 잔뜩 부풀어 오른 배에 비해 가느다란 목구멍을 가진 유령 같은 형상을 한 아귀들은 자신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엄청난 고통에 시달린다. 바늘구멍같이 가늘고 좁다란 목구멍으로 과거생생 누적된 태산 같은 욕망의 배를 채운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육도를 정신분석학적으로 설명한 마크 엡스타인은 아귀들의 모습을 지칠 줄 모르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비유했다. 한편 쵸감 트룽파 린포체는 아귀도의 특징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부자를 원하고, 소비에 몰두하면서도 계속적으로 궁핍함을 느끼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즉 어린 시절에 결핍되고 좌절되었던 욕구들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성인이 되서도 과거의 불만족을 충족시키고자 집착하는 인간의 모습은 마치 바늘구멍같이 좁은 목구멍으로 태산 같은 배를 채우려고 허우적거리는 아귀들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아귀의 세계는 현재에 만족할 줄 모르고 과거의 환상에 사로잡혀 끝없이 욕망을 쫓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엡스타인이 말했듯이 아귀귀신처럼 욕망을 쫓는 많은 사람들은 심리치료의 도움을 원하지만 실제로 그런 유형의 사람들을 치료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엡스타인에게 상담을 받는 사람들 가운데 이 사람 저 사람을 동시에 사귀면서 어느 한 사람에게도 만족을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일단 특별한 사이가 되어 상대가 관심을 갖기 시작하기만 하면 싫증을 내고 상대방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새로운 사람을 갈망했다. 그는 어린 시절에 냉정하고 차가운 어머니 밑에서 따뜻하게 안겨보지 못하고 늘 잘못만을 지적당한 아동기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데 성장하면서 늘 누군가의 관심을 원하면서 막상 가까운 사이가 되면 답답해하고 귀찮아했다. 그는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했던 시기에 그것을 받지 못하고 대신에 그러한 돌봄을 갈망하는 마음의 상태가 습관적인 에너지로 굳어져 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린 시기에 필요한 관심과 애정을 적절하게 받아보고 만족해보는 경험이 결핍되어있기 때문에 원하는 데는 익숙해 있어도 원하는 것이 채워졌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고 만족해 할 줄 아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가느다란 좁은 목구멍으로 태산같이 불어난 배를 채우려는 아귀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무조건 원하기만 할 뿐,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키워나갈 줄을 몰랐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인간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는 적절한 애정과 돌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시기에 주어져야 한다. 만일 아동기의 성장에 필요한 어느 정도의 사랑과 관심이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넘쳐흐르게 되면 그것은 곧바로 아이들의 성장에 장애요인이 된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부모들도 자녀들의 요구에 완벽하게 응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나름의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는 어떻게 하면 지칠줄 모르는 우리들의 욕망, 만족할 줄 모르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서광 스님
아귀도에 그려진 관세음보살님은 사발을 들고 계신다. 엡스타인은 그 사발의 의미를 채우지 못하는 갈증을 잠재울 수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다시 말해 채워질 수 없는 우리들의 욕망과 공허함의 근본 뿌리를 제거할 수 있는 감로수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가르침이 담겨져 있는지 우리는 궁금해진다. 다음호에는 아귀처럼 갈망하면서 만족을 모르는 우리들의 욕구를 해소하는 방법을 탐색해보기로 하자.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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