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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스님 [상]

한암에게 배운 ‘원각경’서 감동

▲설법제일로 불리기도 했던 동산 스님은 ‘화엄경’, ‘원각경’ 등 경전 말씀을 자주 인용했다.

철저한 계행에 바탕을 둔 수행인으로 성철, 광덕, 지유, 능가, 정관, 무진장 등 걸출한 제자를 길러냈던 동산 스님은 평소 보살계 법문을 할 때면 “사람마다 천진 그대로요 조금도 건드릴 것이 없으며 뚜렷하고 깨끗한 그것을 이름하여 계(戒)라 한다”며 계를 잘 지킬 것을 강조했다.


출가자는 물론 재가불자들에게도 계를 잘 지키라고 누누이 당부했던 스님은 1941년 선학원에서 개최한 유교법회에서도 다시한번 지계(持戒)를 강조했다. “일제의 강압에 의해 잘못된 불교를 바로잡아 조사의 종풍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을 역설한 스님은 이때 ‘범망경’을 강설해 취처승들이 왜곡하고 있는 대승계율이 무엇인가를 일일이 지적하기도 했다.


용성 스님으로부터 칠불계맥을 전수받은 스님은 이처럼 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수많은 경전과 선어록 등을 읽고 익혔다. 그러면서도 문자선에 빠지지 않고 오롯이 정진함으로써 마침내 도를 얻었고, 여러 경전과 조사 말씀 등을 곁들여 아낌없이 사자후를 쏟아내 ‘법문 제일’로 불리기도 했다.


동산 스님이 이처럼 선지식으로 추앙받을 수 있었던 밑바탕은 수행 이전에 어려서부터 쌓은 학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90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일곱 살 무렵부터 서당에서 한학을 배운 동산은 당시 하루하루 배운 바를 모두 배송(背誦, 책을 보지 않고 돌아앉아서 외운다)할 정도로 총명했다.


그렇게 7년여 동안 ‘사서삼경’과 기타 사서를 모두 배우고 15세에 신학문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부모를 설득해 단발을 감행, 익명보통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여기서 스승인 주시경으로부터 “한문은 중국의 글이고 한글은 순수한 우리의 글이기 때문에 결코 비하하거나 천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신학문 수학에 더욱 정진했다.


이후 경성 유학길에 올라 중동중학교를 다닐 때는 친 고모부였던 위창 오세창(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의 도움을 받았다. 또 1910년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해에 ‘나라를 다시 찾고 국가와 민족을 일으켜 세우는 길은 개개인인 나아가서 학문을 닦고 실력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졸업과 동시에 전문적인 학문 연마를 위해 의학전문학교에 진학하여 의학을 전공하기 시작했다.


동산은 이때 오세창의 안내로 은사 용성 스님을 만났다. “인간의 신병은 의술로 어느 정도 치료한다지만 마음의 병은 무엇으로 다스리겠는가”라는 용성의 한마디에 충격과 감동을 받으면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결국 1912년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면서 용성을 은사로 범어사에서 출가했다.


동산은 1913년 계를 받고는 대승 경전부터 배웠다. 범어사 강원에서 ‘능엄경’을 배우고, 백양사 운문선원으로 옮겨 용성에게 ‘전등록’, ‘염송’, ‘범망경’, ‘사분율’ 등을 수학했다. 다음해에는 평남 팽성 우두암으로 한암 스님을 찾아가 ‘능엄경’, ‘기신론’, ‘금강경’, ‘원각경’을 배웠으며, 이때 배운 ‘원각경’은 훗날 “‘원각경’을 잘 배워서 감명이 깊었으며 깨달은 바가 많았다”고 직접 언급할 정도로 가까이 했고, 법문을 할때에도 그 내용을 자주 인용하며 마음 깊이 받아들일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1916년 범어사로 돌아와 영명 대강백에게 배운 ‘화엄경’은 ‘법문 제일’로 불렸던 동산 법문의 주요 내용 중 하나가 됐다. 특히 1953년엔 부산 영도 법화사에서 화엄경산림법회를 열어 화엄사상을 널리 전파하고, 이어 동래 법륜사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화엄경’을 설하기도 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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