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은 머리부분 해당…칼날로 유린당하는 처지
사원은 머리부분 해당…칼날로 유린당하는 처지
  • 심혁주 교수
  • 승인 2012.03.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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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불교사원은 체계적인 인적구조와 역할분배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조직사회다.

 

 

히말라야 저편에 누워있는 티베트를 생명력 있는 하나의 ‘인간’이라고 가정해볼까. 그렇다면 티베트라는 인간은 어떤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우선 머리 부분은 불교사원이 차지해야 한다. 티베트 정교(政敎)의 동력이자 브레인이기 때문이다. 몸통(오장육부를 포함하는)은 티베트 귀족집단이 해당되겠다. 중추기관이기 때문이다. 팔과 다리는 티베트 유목민에 해당될 것 같다. 그리고 기타 기관은 티베트의 농노계층이 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티베트라는 인간은 불교사원-귀족집단-일반 티베트인(유목민 포함)-농노라는 덩어리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 더, 해볼까. ‘불교사원’을 역시 하나의 인간개체라고 가정한다면 각 신체기관은 사원의 어떤 부분과 인연을 맺을 수 있을까. 우선 인간의 머리는 사원의 달라이라마가 될 것이다.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불교 사원과 모든 종파의 최고 활불(活佛)이며 정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승 라마승(켄보)들은 오장육부(척추를 포함하는)에 해당 될 것이다. 팔과 다리는 사원에서 행정을 주관하고 재정을 담당하는 일반 라마승이 될 것 같고, 기타 기관은 사원에 갓 출가한 스님 정도가 아닐까한다. 따라서 불교사원은 달라이라마-고승활불-라마승-출가승의 구조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물론 필자의 억지에 가까운 대입이지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만큼 티베트에서 불교사원이 핵심이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교사원은 티베트에서 종교의 창출과 유통을 담당하고 이를 기반으로 티베트사회를 재편성 할 수 있는 막강한 인적구조와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원은 세분화된 소임의 유기적 조직


티베트의 불교 사원은 내부적으로 크게 두 개의 조직적이고도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순수한 종교 신앙을 목적으로 건립된 ‘찰창’()이고 두 번째는 사원의 행정관리를 담당하는 ‘사원관리위원회(索干代)’이다. 일반적으로 티베트 (대형)불교사원의 조직 구조는 다음과 같다. 먼저 사원의 심장은 ‘차흠(磋)’이다. 이는 ‘대경당(大經堂)’이다. 그리고 그 아래 부설 단위로 ‘찰창(, Yig-tshang)’이 설립돼 있다. 찰창은 독립된 사원 조직이다. 즉 자체적으로 경당과 불전, 승려 등을 갖추고 있고, 관할하는 토지와 목축, 농노도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사원이다. 사원 속의 사원이라고 볼 수 있다. 작은 사원은 하나의 찰창만으로 이루어진 것도 있다.


그러나 티베트의 대형 불교 사원은 몇 개의 찰창이 연합하여 이루어져 있다. 찰창은 구체적으로 ‘현종찰창(顯宗, 현종학부)’과 ‘밀종찰창(密宗 밀종학부)’으로 나누어진다. 예를 들어 라싸의 철방(哲)사원에는 네 개의 찰창이 존재하는데 3가(家)의 현종과 1가(家)의 밀종 찰창으로 구분되어 있다. 반면 색랍(色拉)사원에는 총 세 개의 찰창이 있는데 두 개가 현종, 하나가 밀종(密宗)의 작은 사원으로 구성 되었다. 감단(甘丹)사원에는 두 개의 찰창이 있는데 모두 현종 사원이다.


이렇게 사원에 현종과 밀종이 공존하고 있는 이유는 황교(겔룩파)의 조주 종카파(宗喀巴) 덕분이다. 그는 사원 간의 불협화음과 마찰이 현종과 밀종 간의 세력 다툼과 수양 방식의 우월함에 기인한다고 판단하고 스스로가 현종과 밀종을 모두 수양하고 정진하여 양자의 수행 방식을 겸유하였다. 훗날 그로 인해 황교가 부흥하고 성장하자 대다수의 황교 세력과 사원들은 조주의 방식에 따라 현종과 밀종을 모두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라싸의 3대 황교사원 내에는 현종과 밀종의 작은 사원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찰창에는 자체 규모와 자산을 기준으로 ‘승열(僧)’이라고 하는 반급(학년)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공부하는 경전과 난이도에 따라 학년이 나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큰 사원의 경우 일반적으로 찰창은 13개의 승열(학년)까지 나누어진다. 그러나 일반 사원의 경우에 경비와 경전 그리고 스승의 부족으로 5~8개 정도의 승열 만이 존재한다. 찰창의 종교적 수장은 ‘켄보(堪布, mkhan-po)’인데 사원 안에서는 일반적으로 ‘런보체(仁波切)’라고 불린다. 이는 상급 단계인 ‘라길(喇吉)’의 승인 하에 임명된다. 켄보는 사원 내 라마승들의 불교수업과 교학을 책임진다. 사원 내의 종교적 역할과 더불어 켄보의 정치적 상징성은 더욱더 중요시된다. 이러한 켄보의 임명은 불교학 박사를 취득한 라마승들(格西)을 기본 자격으로 달라이라마와 고승활불이 인준하고 결정한다. 사원에서 임기는 5년이며 두 번의 연임이 가능하다. 사원 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의 하나이다.


찰창 내부에는 사원의 유지와 관리를 위하여 체계적인 소규모 조직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강사달(强斯, 사원의 재정 총괄), 격사귀(格斯, 사원 계율 담당), 옹사달(翁斯, 교학 담당) 등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강사달은 찰창 소유인 재산과 토지, 부동산, 목축과 농노 등을 관리하는 직무를 담당한다. 격사귀는 속칭 ‘철방라마(棒喇)’라고도 하는데 라마승들의 기율과 질서를 책임지며 승려의 출가와 환속·사망 등의 내용을 명부에 기록하고 승려 간의 분규를 조절한다. 옹사달은 라마승들의 경전염송을 담당하는 수장이다. 매일 반복되는 경송은 옹사달의 주관 하에 이루어진다. 티베트불교의 특징 중의 하나는 불경의 ‘집단염송’이라 할 수 있다. 라마승 개인들의 독경도 중요하지만 티베트에서는 집단염송을 중요시한다. 이는 구전을 통한 경전의 전승을 중요시하는 티베트불교 특유의 전통에 기인한다.


중국이라는 해부사에게 희생 된 티베트


사원에서 집단염송을 고집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이생에서 좋은 목소리를 배양하여 다음 생에도 인간으로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나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불교 경전을 보다 쉽게 외우기 위해서이다. 세 번째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이기 때문이다. 이를 주관하고 리드하는 자가 옹사달이다. 개인의 수양과 불교 학식이 축적된 고승라마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찰창의 상급 단계에서 전 사원을 관리하는 최고위원회를 라길이라고 한다. 라길은 각 찰창의 방장으로 구성되며 대경당의 일반 사무를 관리한다. 라길의 최고 수장을 ‘법대(法)’라고 하고 ‘라길’의 활불 중에서 연령이 가장 많은 사람이 담당한다. 이러한 기본 구조를 갖춘 사원들은 티베트에서 비교적 대형 사원에 속한다.


이들 사원은 스스로의 자생 능력을 구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한 이유는 이 모든 체계의 중심에 활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활불은 일반적으로 ‘런보체’란 칭호를 들으며 사원의 건립과 재정확보 그리고 켄보(堪布)와 치바(赤巴: 라마승의 폐관()수행을 지도하는 스승)를 직접 안배하고 결정한다. 황교에서는 ‘치바(赤巴)’라고 호칭하나 백교에서는 ‘죽분(竹奔)’이라고 한다. 또한 활불을 근거리에서 시중드는 자를 하기(夏企)라 칭한다.


오늘날 티베트라는 인간은 히말라야 대지에 맥없이 누워서 중국이라는 괴물 ‘해부사’를 만나 꼼꼼하게 해부되고 있는 중이다. 티베트는 자신의 영혼과 육신을 저항 없이 보시하고 있다. 신체기관이 망가지고 부패되어 가고 있는 인간의 형상과도 같다. 티베트의 주권과 인권은 이미 중국에게 강압적으로 해부되었고 문화와 풍속까지도 약탈당하고 있는 중이다. 하루하루 티베트의 심장과 오장육부를 즐겁게 유린하고 빨아먹는 중국은 즐겁기 그지없으며 날이 갈수록 티베트에 대한 탐욕은 비대해지고 있다. 맥없이 누워있는 티베트인들은 육신의 부서짐에 슬퍼하고 고통스러워 내버려두라고 몸부림쳐 보지만 중국이라는 무서운 괴물은 총과 탱크로 무장하고 티베트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를 바라보는 주변국가(인간들) 또한 가관이다. 인권과 자유를 강조하는 나라들(한국을 포함해서 미국, 일본, 독일, 영국)은 애처롭고 안타까운 동정의 눈빛을 보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자신의 육신마저 침해당하고 공격당할까봐 몸 사리고, 밥 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다. 중국이라는 거대하고 날카로운 칼날에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옳고 그름보다는 성공과 실패, 이해득실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제사회에서 큰 덩치라고 믿었던 미국마저도 중국의 커진 덩어리를 보면서 눈치만 보고 있으니 티베트라는 인간은 이제 시한부 인생을 면할 길이 없을 것 같다. 아, 서러워라.


심혁주 교수 tibet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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