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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고원착정의 비유

기자명 법성 스님

‘법화경’을 인연으로 정진하라는 가르침

 

 

‘법화경’ 제10 법사품에는 어떤 사람이 산등성이에서 목이 말라 물을 구하기 위해서 우물을 파는 비유가 나온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약왕이여 비유를 들자면 어떤 사람이 있어 목이 말라 물을 구하려 할 때, 고원에서 땅을 파는데, 마른 흙만 나오면 물이 아직 멀었다는 것을 알고, 점차 젖은 흙이 나오는 것을 보고 계속해서 파되 진흙이 나온다면 물이 반드시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안다.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 이 ‘법화경’을 아직 듣거나 이해하거나 수습하지 못했다면 마땅히 이 사람들은 깨달음에 멀리 있음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일체 보살의 깨달음이 모두 다 이 경전 속에 있기 때문이니라. 이 경전은 방편의 문을 열어 진실한 모습을 보여 주느니라. 이 ‘법화경’의 창고는 깊고 견고하고 그윽하고 멀어서 어떤 사람도 능히 도달하지 못하기에 지금 부처님은 보살을 교화하고 깨달음을 성취하게 하기 위하여 이 경전을 열어 보이느니라.”하셨다. 여기서 고원은 범부 중생들이 살아가는 황량한 세계를 말하며, 물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뜻한다. 우물을 파되 마른 흙이 나오면 물이 가까운 줄 아는 것처럼 ‘법화경’을 듣고 그 가르침대로 수행한 사람은 깨달음에 가까이 와 있음을 설한다.


고원에서 우물을 파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에서 물은 생명을 의미한다. ‘법화경’을 인연으로 하여 우리들이 깨달음을 향해서 노력하라는 가르침이 이 비유의 내용이다.


중국에서 ‘사기(史記)’라는 불후의 역사책을 남긴 사마천은 기원전 99년에 한 때 동료였던 이릉(李陵)의 죄를 변호하다가 궁형이라는 치욕적인 형벌을 받게 된다. 대부분이 궁형을 받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했는데 사마천은 그 동안 집필하던 역사서인 ‘사기’의 저술을 마치고자 끝까지 살아남기로 마음을 정하고 그 형벌을 받는다. ‘사기’는 총 다섯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마지막 다섯 번째가 정치가, 군인, 학자로부터 거리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전기를 기술한 ‘열전(列傳)’이다. 열전은 총 70편으로 구성돼 있다. 그 가운데 사마천은 ‘백이(伯夷)열전’을 기술하며 “이 세상에 정의란 존재하는 것인가?”라고 묻는다.


악인은 호의호식하고 정의로운 사람은 온갖 고통을 당하다가 비참하게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을 보면서 ‘정의’에 대한 깊은 회의를 느끼는 대목이다. 백이와 숙제는 형제인데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토벌하려 하자 두 형제는 무왕에게 간언한다. “선왕의 장례도 치르지 않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어찌 효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신하의 몸으로 군주를 죽이려 하다니 그것도 인(仁) 이라 할 수 있습니까?” 무왕의 신하들이 그들을 죽이려 하자 태공망이 “의로운 사람들이니 살려주어라”고 말한다. 결국 무왕은 은나라를 정복하고 천하를 통치하게 된다.


그러나 백이와 숙제 형제는 “주나라를 섬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지조를 지켜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을 것이다”라며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만 캐 먹다가 얼마 뒤에 굶주려 죽었다. 사마천은 공자의 70명 제자 가운데 으뜸인 안회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가장 학문을 좋아하고 어진 선비인 안회도 가난해서 쌀겨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하늘은 착한 사람에게 선을 베푼다고 하는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인가?” 뿐만 아니다.


“천하의 악명 높은 도척(盜)은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간을 회 쳐 먹었지만 수명을 다 누리고 죽었다. 도대체 도척에게 어떤 덕이 있어 그런 것인가?” “최근에도 법이 금하는 나쁜 짓만을 골라 하면서도 한평생 온갖 향락을 누리고 대대로 부귀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반면에 자기 자신을 엄하게 다스리며 모든 행동을 신중히 하고, 말할 때도 가려하며, 길을 갈 때는 큰 길로 가며, 정의로운 일에만 화를 내는 생활을 하는데도 재앙을 입은 사람이 수없이 많다. 나(사마천)는 이런 사실을 생각하면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 과연 정의(하늘의 도리)란 존재하는 것인가?”


요즘 우리사회는 장진수 전 주무관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로 시끄럽다. 청와대의 행정관이 깊숙이 개입된 음성파일이 언론에 연일 공개되고 있다. 그리고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내가 컴퓨터 자료 삭제를 지시한 몸통”이라고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장진수 주무관 측에서는 “소도 웃을 일이다”고 일축하고 추가 폭로를 시사하고 있다.

 

▲법성 스님
새누리당 쇄신파 국회의원들도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언급하며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과연 이 사건이 미칠 파장이 얼마나 될 지 그 끝을 예단하지 쉽지 않다. 법화경 고원에서 생명수를 찾는 비유는 깨달음의 지혜를 상징하는 것이며, 이 시대에 필요한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사마천이 ‘백이열전’에서 외쳤던 말이 현재 우리 사회의 화두가 아닐까. “과연 정의란 존재하는 것인가?”
 

법성 스님 법화경 연구원장 freewhee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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