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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원죄론-상

야훼의 일방적 명령 어긴 게 원죄
불교는 죄와 복의 책임 전가 부정

인간은 왜 죽어야 하며 괴로움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가? 이에 대한 기독교에서의 대답은 원죄 때문이라고 한다. 애초에 신 야훼는 인간 아담과 하와를 창조할 적에 한 가지 굳은 약속을 맺었다. 그 약속은 신 야훼가 에덴동산에서 두 인간에게 한 약속으로 자신이 만들어 놓은 나무의 열매를 따먹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 약속은 약속이라기보다는 신의 일방적인 명령에 불과 하지만 신은 이를 인간의 생명이 걸린 귀중한 언약으로 규정하고 범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둘은 불행하게도 뱀의 형태로 가장한 악마의 유혹으로 신이 금하라고 내린 열매를 따먹게 되고 이로 인해 씻지 못할 범죄를 저질러 타락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두 사람의 타락의 결과는 신과의 결별, 육신의 죽음, 도덕적 붕괴, 자연계의 저주를 불러온다. 기가 막힌 일은 이후의 인간들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잘못은 인간 모두에게 책임이 돌아와 똑같은 죄인이 되고 그에 따른 저주를 받게 된다.


기독교에 있어 이 원죄, 즉 아담과 하와가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죄는 모든 인간과 세상의 온갖 불행의 근원이자 시초이다. 구약시편에 “내가 죄악 중에 태어났음이여 모친이 죄 가운데에 나를 잉태하였나이다”라는 말과 로마서에 “죄의 삯은 사망이라”는 말은 인간은 태어 날 때부터 모두 죄인이며 이 죄를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까지나 죽음과 고통의 권세 앞에서 꼼짝할 수 없다는 의미를 안고 있다.


기독교의 죄는 크게 원죄(原罪)와 자범죄(自犯罪)로 구분한다. 원죄는 이와 같은 아담과 하와가 지은 죄가 모든 인간들에게 전가된 것을 말하고, 자범죄는 원죄의 결과로 말미암아 죄악의 본성을 지닌 인간이 이 땅에 살면서 범하는 갖가지 죄들을 말한다. 원죄는 하나지만 자범죄는 여럿이다. 자범죄는 교만, 질투, 증오, 탐욕 등의 심리적 죄이기도 하며, 살인, 도둑질, 간음, 거짓말 등의 외적 생활의 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불교에서 죄는 무엇이며 죄의 근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선 불교에서 말하는 죄는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악행들이다. 기독교의 자범죄에 해당하는 죄들로 살생, 투도, 사음, 망어, 증오, 탐욕, 아만, 질투 등 갖가지 육체적, 언어적, 심리적으로 착하지 못한 활동들을 죄로 보고 있다. 그런데 불교에서 말하는 죄는 기독교처럼 원죄에 의해서 나오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일으키는 악행과 죄는 모두 인간 스스로에 내재되어 있는 근원적 어리석음인 무명(無明)에 기초하여 일어난다. 무명은 무엇인가? 곧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바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초기경전에 중생들이 오온을 바로 알지 못하고, 연기를 바로 알지 못하고, 무상과 무아와 괴로움을 알지 못하는 것을 무명이라 한다고 하였다. 또 대승경전에서는 중생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일으키는 잘못된 견해를 무명이라 한다고 하였다.


불교에서 말하는 온갖 죄의 근원이 되는 무명은 성격적으로 만 가지 죄의 뿌리가 되므로 기독교의 원죄와 흡사한 면을 지니고 있지만 죄의 기원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자세를 취한다. 불교의 측면에서 죄와 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무명은 신의 명령을 거역했기 때문도 아니고, 과거의 죄를 이어 받았기 때문도 아니다. 순전히 무명은 인간 개개인에게 깃들여져 있는 것으로 그 책임이 다른 곳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따라서 불교는 기독교의 불공평한 논리와는 다르게 누구에게도 선과 악, 죄와 복의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한 인간이 지은 죄는 한 인간으로 끝나야 옳다고 본다.

 

▲이제열 법사
인간의 구조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짊어지고 온 무명에 근거하여 선과 악을 짓게끔 되어있고 이에 따라 죄와 복을 받게끔 정해져 있는 까닭이다. 창조의 신과 연기의 법에 바탕을 두고 전개 되어지는 두 교리 사이에는 죄를 바라보는 입장도 이렇게 차이가 있다.


유마선원 원장 yooma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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