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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스님 [하]

보조 ‘간화결의론’ 애지중지

▲스님은 보조국사의 간화결의론과 원돈성불론도 애독했다.

용성 스님으로부터 ‘선정을 익히는 일이 불교수행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배웠던 동산 스님은 1917년 대교과를 졸업하고 범어사 선원에 올라가 선정을 닦는데 전념했다. 이때부터 경학을 익히는 한편 꾸준히 병행하던 참선 공부에 전력하기 시작했다.


이후 10여년 동안 제방 선원에서 정진하고 직지사에서 3년 결사까지 마친 스님은 1927년 4월 범어사로 돌아와 금어선원에서 정진에 정진을 거듭했다. 이때 스님은 선원 동쪽 대나무 숲을 좋아해 방선 시간이면 늘 그곳을 거닐었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 때와 같이 대나무 숲을 거닐던 스님은 바람에 부딪치는 댓잎 소리를 듣고 활연히 마음이 열렸다. 그동안 가슴 속에 남았던 어둠은 사라지고 수천 근의 무게로 짓누르던 의심 또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순간을 ‘서래밀지(西來密旨)가 안전(眼前)에 명명(明明)하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던 스님은 이때의 한 소식을 “그리고 그린 것이 그 몇 해던가(畵來畵去幾多年, 화래화거기다년), 붓끝이 닿는 곳에 살아 있는 고양이로다.(筆頭落處活猫兒, 필두낙처활묘아) 하루 종일 창 앞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고(盡日窓前滿面睡, 진일창전만면수), 밤이 되면 예전처럼 늙은 쥐를 잡는다.(夜來依舊捉老鼠, 야래의구착노서)”는 시로 남기기도 했다.


그렇게 눈을 연 스님은 1929년 동안거에서 처음으로 조실자리에 앉아 참선납자들을 제접했다. 정진에 정진을 거듭해 개안하고 대오의 경지를 얻은 스님은 이후로도 수행에 전념했고, 그런 정진력에 감응했던지 1932년에는 원효 대사의 옥으로 만든 도장을 얻기도 했다. 범어사 원효암에 주석하면서 옛 집터의 땅을 파던 중 ‘큰 가르침의 그물을 펼쳐서 인간과 천상의 고기를 건진다(長大敎網 人天之魚, 장대교망 록인천지어)’는 글귀가 새겨진 옥인을 발견한 것. 당시 용성 스님과 위창 선생 모두 원효 대사가 사용하던 옥인임을 확신했다.


스님은 그 후로 2년여 동안 원효암에서 정진하며 보조 스님의 ‘간화결의론’을 암송했다. 당시 스님을 지켜본 이들은 “‘간화결의론’과 ‘원돈성불론’을 처음 보고는 애지중지했으며, 법문할 때면 언제나 ‘간화결의론’ 내용을 곁들여 설명했다”고 스님이 이 책을 얼마나 아꼈는지 전했다.


‘간화결의론(看話決疑論)’은 고려 중기 보조국사 지눌이 간화선(看話禪)의 우수성을 주장하기 위해 저술한 책이다. 지눌 사후에 제자 혜심이 유고를 발견해 1215년에 판각한 덕분에 오늘날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


책은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 형식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화엄종에서 주장하는 법계연기설(法界緣起說)이 이해와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고 바로 깨달음의 길로 들어가는 간화선의 경절문(徑截門)에 미치지 못하며, 아직도 이에 비하면 낮은 차원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책을 통해 보조지눌은 선사상이 ‘경절문 활구’를 참구하는 데 있음을 강조했고 간화선법이 교학의 최고 교설인 돈교와 원교의 위에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그렇게 수행과 정진, 대중을 위한 설법으로 본분사를 다했던 스님은 1965년 3월23일 평소와 다름없이 대중들과 새벽 예불을 드리고 선원에서 정진한 후 도량청소까지 마친 후 “원래 일찍이 바꾼 적이 없거니(元來未曾轉, 원래미증전), 어찌 두 번째의 몸이 있겠는가(豈有第二身, 개유제이신). 백년삼만육천일(三萬六千朝, 삼만육천조), 매일 반복하는 것 다만 이놈뿐일세(反覆只這漢, 반복지저한)”라는 임종게를 남기고 세수 76세, 법랍 53세로 입적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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