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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윤회 ④-축생1

기자명 서광 스님

축생의 삶은 눈뜬장님과 같아
불법은 어리석음 벗어나는 길

불교의 가르침에서 축생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어리석음이고 그것의 대표적인 동물로는 주로 돼지가 등장한다. 축생계에서 어리석음은 우리가 흔히 탐진치 삼독에서 말하는 연기법, 인연법을 모르는 그런 본질적인 무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육도를 윤회하는 근본 이유가 연기법을 알지 못하는 무지 때문이며, 육도를 벗어나는 길 또한 연기법을 깨달아야만 된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그러한 무지가 축생계만의 특징으로 부각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축생계에서 의미하는 어리석음은 무엇인지 쵸감 트룽파 린포체의 말을 빌려서 설명해 보자. 그에 의하면 우리는 모두 제각기 먹고 자고 걷고 행동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남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알지 못하고, 스스로도 자신이 행위 하는 방식을 알지 못하는 눈 뜬 장님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동물적 무지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의 스타일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이 타인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지는지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다는 것이다.


축생의 마인드를 가진 이들은 무조건 앞으로 돌진만 할 줄 알지 좌우를 함께 둘러보거나 살펴볼 줄을 모른다. 그래서 주어진 규칙, 또는 원칙이나 전통만을 고수할 뿐 그것을 다양한 조건과 상황에 맞게 새롭게 정의함으로서 보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으로 적용할 줄을 모른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미리 정해진 목표만을 향해서 돌진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특히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유머감각이 결여되어 있다. 장애물을 만나면 짜증을 내고, 무조건 그냥 밀고 나간다.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떻게 상처받고 다치는지, 아니면 가치 있는 뭔가가 파괴되던지 상관치 않고 앞만 보고 무조건 밀고 나아간다. 그러다가도 무슨 일이 일어나면 유리한 쪽을 선택하고, 다시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만일 누군가가 자기를 공격하거나 서투른 자기 능력에 도전하면, 미성숙한 방식으로 상황을 처리하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길을 찾고 합리화한다. 그런 유형의 사람은 진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남 앞에서 거짓을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고, 자기가 그렇게 성공적으로 거짓을 한 것에 대해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부심을 갖기까지 한다. 공격받거나 도전·비판을 받으면 전자동적으로 피해갈 답을 찾는다는 점에서는 아주 영리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생의 정신세계를 가진 자들이 근본적으로 무지한 이유는 주변 환경을 보지 않고 오직 자기 목적만 보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만을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극도로 고집스럽다. 자기가 올바르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온갖 종류의 변명과 구실을 강구한다.


한편, 마크 엡스타인은 축생계를 굶주림과 성욕의 두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인간의 본능적이고 충동적인 부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쵸감 트룽파와 마크 엡스타인의 두 관점을 통합하면 축생계의 특징은 성욕과 굶주림, 그리고 타자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자기중심적 무지가 합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정신세계에 지배받고 사는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해서 불교는 어떤 가르침을 제시하고 있는가?


축생계에 나타나는 관세음보살님은 책을 들고 계신다. 그것은 바로 동물적인 본성에 가장 결핍된, 사고하는 능력이나 사색하는 능력을 상징한다. 동시에 사색할 줄 아는 보다 고차원적인 능력을 통해서 식욕과 성 욕구로 인해 비롯되는 인간의 모든 고통으로부터 해방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아가서 타자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결핍된 자기중심적 무지와 고집스러움은 다른 이들의 생각이나 가치, 그들의 감정과 입장을 경청하고, 이해, 수용함으로서 치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서광 스님
특히 관세음보살님이 들고 계시는 책은 그냥 보통의 책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불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길, 그것이 축생의 마인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궁극적인 길임은 말할 것도 없다.
 

동국대 겸임교수 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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