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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간판 장애 줌머족 보디 씨

  • 집중취재
  • 입력 2012.04.16 09:46
  • 수정 2012.04.16 10:10
  • 댓글 0

“동족 위한 한국행…허리통증에 절망만”

수술 없이는 회복 불가능
가족 생계 걱정에 한숨만

 

 

▲극심한 허리통증에 시달리는 보디씨에게 가족의 생계는 더 큰 고통이다.

 


보디 프리요 챠카마(32)씨는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난 줌머인이다. 불교를 믿는 소수민족인 줌머인들은 항구도시인 치타공시 외곽의 산악지대에 모여살고 있다. 이슬람국가 방글라데시에서는 이들에 대한 탄압이 조직적이고 잔혹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군인을 동원해 치타공시에서 줌머인들을 몰아내고 있으며, 항의하는 사람들을 총으로 사살하기도 한다. 보디씨 역시 불자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을 견뎌내야 했다. 특히 학교에서 무슬림 학생들은 보디씨에게 시도 때도 없이 시비를 걸어왔다. 무슬림 학생들이 줌머족 학생의 손을 자르는 충격적인 모습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불안감을 느낀 보디씨 아버지는 아들을 사찰서 생활하도록 했다. 그렇게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가던 보디씨 가족에게 위기가 닥친 것은 1999년이었다.


“어느 날 군인들이 찾아와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가라고 강요하더군요. 그들은 항의하는 아버지를 감옥으로 끌고 갔고 가족들 모두를 집에서 강제로 쫓아냈습니다. 더 이상 방글라데시에서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스리랑카로 이주했던 줌머인 친구가 살 곳을 마련해줄테니 오라고 하더군요.”


1999년, 보디씨는 억압을 피해 스리랑카로 향했다. 불교신자라는 이유로 모진 시련을 당해왔던 그에게 불교국가 스리랑카의 분위기는 더없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보디씨는 줌머인들의 후원으로 스리랑카 켈레니아대 불교대학원에 입학해 불교를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이와 함께 스리랑카 줌머인연대 회장으로 일하며 방글라데시 내에서 자행되는 인권탄압 실태를 세상에 알렸다. 또 틈틈이 다니던 영어센터에서 지금의 부인인 디지 나디카씨를 만나기도 했다. 보디씨는 스리랑카에서 행복한 생활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고향에서 고생하고 있을 줌머인들을 생각하며 자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보디씨가 한국에 대한 정보를 접한 것은 그 즈음이었다. 친구로부터 한국에도 줌머인연대가 있으며 어느 나라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마침 세계 곳곳에 흩어져있던 줌머인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보디씨는 핍박받는 동족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고, 2007년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한국생활은 각오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었다.


“벽돌공장에서 하루 13시간 일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줌머인연대 일을 돕긴 했지만 지난해 11월 딸이 태어난 이후로는 그마저도 힘들었어요.” 올 3월, 여느 때와 같이 공장에서 일을 하던 보디씨 허리에서 ‘뚝’하는 소리가 났다. 그 후 몸을 제대로 가눌 수도 없는 상태에서 허리를 부여잡고 이틀을 일했다. 하지만 더는 견디기 힘들었고 공장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는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요추 및 추간판 장애’라며 수술을 권유했다. 하지만 500만원에 이르는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아내와 딸을 생각하면 수술비는 커녕 생계 걱정에 한숨만 나와요. 쳇바퀴처럼 반복되던 일상이지만 허리가 아프니 그마저도 아쉽게 느껴져요. 무엇보다 억압받고 있는 동족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다짐을 지키지 못하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큰 꿈을 품고 입국한 한국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상황이 답답하다며 연신 눈물을 훔치던 보디씨. 그를 위한 자비온정이 절실하다. 농협 032-01-183035 (주)법보신문사 02)725-7014
 

김포=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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