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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사성제와 사회적 고-8

뇌과학에서 깨달음은 기계적 작용
자유의지 인정하는 불교와는 상반

유심론과 유물론, 정신과 육체 사이를 흐르는 깊은 강에 다리를 놓은 것이 가능한가. 『디가 니까야』에서 붓다는 “식(識)을 필수 조건으로 삼아 명색(名色)이 있다. 이것이 어떻게 식을 필수 조건으로 삼아 명색이 있게 되는 지를 이해하는 길이다. 식이 어미의 자궁으로 내려가지 않았는데도 명색이 꼴을 갖추겠느냐?”라고 아난에게 묻는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수정란이 되고, 이 수정란에 전생의 업(業)에 따라 식(識)이 들면서 정신인 명(名, nāma)과 육체인 색(色, rūpa)의 복합체인 명색(名色, nāmarūpa)이 되어 생명은 시작한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생명을 유물론적으로, 한 마디로 말하여 단백질의 합성체로 본다. 생명은 외부와 끊임없이 대사를 통해 물질, 특히 단백질을 만들며 살아가다가 자기복제를 하면서 진화하는 유기체다. 유물론에서 보면, 생명이란 단백질의 합성체이다. 핵산DNA의 이중나선구조의 표면에 핵산RNA가 결합되고 이에 담긴 유전정보에 따라 본쇄(本鎖)의 핵산RNA가 합성되며, 합성된 핵산RNA는 핵산DNA에서 분리되어 리보솜(ribosome)으로 옮겨지며, 유전정보에 따라 아미노산 분자가 배열되면서 단백질이 합성되며, 이로 인해 생명이 만들어진다.


인간 또한 단백질의 합성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마음의 작용이란 모두 뇌세포에서 일어나는 반응일 뿐이다. 뇌에는 뉴런(neuron)이라는 최소단위의 신경세포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수많은 다발로 얽혀 있다. 인간의 사고와 행위는 뉴런에서 이루어진다. 눈과 코를 비롯한 감각기관에서 느낀 자극은 감각뉴런(sensory neuron)으로 모이고, 연합뉴런(inter neuron)은 정보를 종합하여 해석하여 운동뉴런으로 보내며, 운동뉴런(motor neuron)은 반응이나 명령을 근육과 같은 실행기관으로 전송한다.


이와 같은 뇌과학에서 보면, 마음수행이나 이것을 통한 깨달음 또한 뉴런에서 일어나는, 물질을 바탕으로 하는 기계적인 작용일 뿐이다. 신의 모습을 보았거나 음성을 들었다든지, 아니면 높은 깨달음의 상태에서의 신비체험을 하였다는 것은 모두 측두엽 간질(temporal lobe epilepsy)의 증상일 뿐이다.


누구인가를 사랑하는 마음, 어떤 사람의 행동에 대한 내 마음 속의 생각, 어떤 사물에 대한 호불호 등등이 뇌의 특정부위에 반응이 일어나고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물질적으로 그에 따라 반응하는 뇌의 부위와 뉴런의 반응작용, 그 순간 나오는 알파, 베타, 델타, 세타, 감마파 등 뇌파의 파동을 측정하고 계량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식이나 자유의지를 어떻게 증명하고 설명할 것인가. 뇌과학적으로 ‘식’이 존재하는지 아닌지, 그런 ‘식’에 자유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증명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와 자유의지에 따른 깨달음은 모두가 허구란 말인가.


이에 대해 김성철 교수는 “그렇다면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고 우리의 삶은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만일 결정론, 숙명론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분석도 무의미하고 뇌에 대해 논의할 필요도 없고 학문도 필요 없고 윤리, 도덕도 모두 무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체험적으로 우리는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고 느낀다. 불전의 가르침 모두 자유의지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은 뇌 속에서 작용하는 식(識)이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를 비약할 수 있어야 한다. 식과 신경세포, 그리고 자유의지의 관계를 하나의 가언명제(假言命題: Hypothetical proposition)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도흠 교수
가언명제1―만일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면, 우리의 식(識)은 뇌 속의 한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비약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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