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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연화의 비유

기자명 법성 스님

세간법에 물들지 않는 불보살 상징

 

 

 

이 비유는 ‘법화경 제15 종지용출품’에 나오는 것이다.


부처님 옛날 석가족에서 출가하여 가야성 근처 보리수에 앉은지 오래지 않지만, 이 불자들 그 수가 한량 없으며 오래도록 불도 행하여 신통력에 머물며 보살도 잘 배우고 세간법에 물들지 않음이 마치 연꽃처럼 물에 머무르며 땅에서 솟아나 모두 공경심 일으키고 세존 앞에 머무르니 이 일 생각할 수 없는 바라 어찌 믿겠습니까?


그 내용은 곧 신통력과 보살도를 성취한 보살들이 세간법에 물들지 않고 청정한 연꽃처럼 세상을 맑힌다는 비유이다. ‘법화경’의 화(華)는 백련(白蓮)을 의미한다. 그리고 불교를 대표하는 꽃도 또한 연꽃이다. 더러운 진흙 속에서 더욱 아름답고 빛나는 연꽃의 자태가 마치 온갖 번뇌의 중생들 속에서도 지혜의 빛을 밝히는 불보살과 같다는 의미일 것이다.


초기경전인 ‘법구경’은 총2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제4장의 주제는 꽃이며, 끝부분은 다음과 같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한다.
전단도 타가라도 쟈스민도 마찬가지
그러나 덕이 있는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사방에 풍긴다.


전단과 타가라와 푸른 연꽃
그리고 밧시키 등
여러 가지 향기가 있지만
덕행의 향기가 가장 뛰어나다.


타가라나 전단의 향기는
오히려 미미해서 대단치 않다.
덕행이 있는 사람의 향기는 최상의 것으로
하늘의 신들에게까지 번져간다.


덕행을 온전히 지니고
게으름 없이 부지런하고
바른 지혜로 해탈한 사람은
악마도 가까이 하지 못한다.


한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더미 속에서도
은은하게 향기를 뿜으며
연꽃이 피어 오르듯이,


버려진 쓰레기처럼
눈먼 중생들 속에 있으면서도
바로 깨달은 사람의 제자는
지혜로써 찬란하게 빛나리라.


‘법화경’ 사상의 연원은 거의 대부분이 초기경전에 근거한다. ‘아함경’이라 통칭하는 초기경전은 모든 대승경전의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법화경’ 연화(蓮華)의 비유도 결국 ‘법구경’의 꽃의 비유와 유사하다. 여기서 연꽃은 세속적인 더러움 속에서 피어나는 덕향(德香)일 것이다. 연꽃이 불교의 보살도 사상을 상징한다면 동양의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꽃은 단연 매화가 아닌가 싶다. 봄의 전령사이며 사군자의 하나인 매화는 나무와 향기가 단연 돋보인다. 겨울을 이겨내고 추위 속에서도 단아한 꽃망울을 피워 내는 것이 군자다운 고귀함을 드러낸다.


몇 년 전 신도들을 인솔하여 성지순례로 순천 선암사에 간 적이 있다. 운 좋게도 선암사의 홍매와 청매 그리고 백매를 보게 되었다. 1500년 고찰 선암사의 돌담과 전각 사이에서 600년의 고목에서 눈꽃처럼 망울을 피우는 것이 여간 신통하지 않았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인욕보살이며 청아한 선비처럼 느껴졌다. 그 아름다운 매화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등재되었다. 매화는 봄을 알리는 동시에 새로운 생명, 새로운 변화의 소식이다. 그 꽃이 피는 것만으로도 지금 우리의 혼탁한 사회에 큰 위안을 주고 있다. 연꽃이 더러움 속에서 아름다움을 준다면 매화는 소나무와 같이 맑음 속에서 향기를 주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독 꽃 소식이 늦었다. 겨울의 추위가 늑장을 부렸는지 아니면 심술을 부렸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추위가 길었던 만큼 꽃소식이 더 반갑다. 꽃을 기다리는 동안 총선이 치러졌다. 민심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절묘한 선택을 했다. 결과를 놓고 환호와 기쁨, 실망과 탄식이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는 국민들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

 

▲법성 스님
제19대 국회는 당리당략보다는 국민들의 민생과 행복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또한 겨울을 이겨내고 우리에게 큰 위안과 향기를 주는 매화 같은 정치인도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법성 스님 법화경 연구원장 freewhee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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