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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멍으로 들어간 대통령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2.05.03 10:12
  • 수정 2012.05.08 14:55
  • 댓글 0

안자가 제나라의 재상으로 있을 때 초나라의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초나라 왕은 안자가 사신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모욕적인 망신을 주어 초나라의 위풍을 더욱 높이고 싶었다. 그는 안자의 키가 작다는 것을 알고 성문 옆에 조그마한 구멍을 뚫어 놓고 그 구멍을 통해 성 안에 들어오게 했다. 초나라 왕의 음모를 직감한 안자는 불쾌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이건 개구멍인데 어찌 사람이 드나들 수 있겠습니까? 사람은 성문으로 드나들고 개만이 개구멍으로 드나들지요. 그런데 내가 ‘개나라’에 왔단 말입니까?” 이 말에 초나라 왕은 기가 꺾여 성문을 열고 안자를 맞았다고 한다. 안자는 초나라 왕의 부당한 차별에 굴복하지 않았다. 비록 키는 작지만 그것을 빌미로 사람을 개 취급하려는 초나라 왕의 오만한 우월감은 그의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기지는 쇠망치가 되어 초나라 왕의 음모를 한 번에 내려쳐 박살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안자의 키는 초나라 왕과 비교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세상에는 항상 강자와 약자가 존재한다. 그리고 어느 시대이고 강자들은 초나라의 왕 같은 심보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곧 강자라는 우월감을 누리기 위해 개구멍을 만들어 놓고 약자들에게 그곳으로 다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개구멍은 약자들이 알아서 스스로 기라는 장치이다. 그러면 강자들이 일방적으로 만든 그 개구멍은 무엇인가? 그것은 부당한 요구나 자기 이익, 또는 자기 뜻만을 관철하려는 고압적인 거래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강자들 앞에서는 약자들이 안자처럼 쫄지 않고 높은 자존감과 현명한 기지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개구멍 출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언제나 고자세이다. 이런 미국의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해서 만든 세 개의 개구멍이 있다. 곧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 재협상 요구와 광우병 발생시의 조치가 그것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그 세 개의 개구멍을 아무런 저항감 없이, 그것도 아주 당연한 것처럼 들어갔다. 그것은 친미도 아니고 아예 상전으로 떠받드는 굴욕적인 모습이다.


먼저 쇠고기 협상 건을 따져 보자. 그건 어느 모로 보나 협상이 아니다. 협상은 상호 간에 이익은 당기고 불리함은 미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그러므로 몇 번의 결렬 위기를 넘기면서 막판에는 피차의 적절한 양보 하에 타결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생략하고 미국 방문의 선물로 갖다 바쳤다. FTA 재협상도 그렇다. 자동차 문제에 대해 미국 의회의 재협상 말이 나올 때마다 주무 부서에서는 일자 일획도 고칠 수 없다고 큰 소리 쳤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고 나서자 이명박 대통령은 아얏 소리도 하지 않고 수용했다. 거기다 최근의 광우병 발생에 대한 조치는 어떠한가. 2008년 쇠고기 부실협상에 저항하는 촛불집회가 거세지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라고 정부는 대대적으로 신문에 광고까지 했었다. 그러나 지금 광우병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허약한 소리만 하고 수입 중단 결정도 못하고 있다. 이 세 가지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보인 나약한 모습은 미국 대통령의 눈에 벗어날라 스스로 설설 기는 것, 그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나라 대통령이 고자세의 미국의 성문을 열게 하지 못하고 미국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개구멍으로 들어가다니! 실로 오호통재가 아닐 수 없다.


▲청화 스님
매미야/ 국민들 앞에서는/ 우쭉우쭉 커지고/ 미국 대통령 앞에만 가면/ 납작 작아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키를 봐라// 작아도 고추가 맵다는/ 그 속담에서 나온 왕매미야/ 전봇대에 붙어서도/ 전봇대보다도 더 큰 소리로 노래하는 매미야// 보았거든/ 날개 부들부들 떨며 보았거든/ 이제는 어느 나무에도 가지 말고/ 이명박 대통령의 몸에 가 붙어/ 미국 대통령 앞에/ 그 납작 작아진 키를 울어라.

 

청화 스님 전 조계종 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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