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 문중 스님들이 수산 방장 스님의 49재 전날 도박을 하는가하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호텔 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세속 뺨치는 비도덕적 행위들이 출가승단에서 벌어졌다.
지난달 23일 밤, 고불총림 방장 수산 스님의 49재에 참석하기 위해 문중 스님들이 모였고, 이 가운데 7~8명의 스님들이 백양사에서 마련해 준 한 호텔에서 ‘내기 포커’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스님들의 항변처럼 ‘돈’이 아닌 ‘여흥’의 목적이었더라도 출가자가 밤새 ‘내기 포커’를 친 것은 결코 용납되기 어렵다. 실제 이 같은 사실이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스님들을 비판하는 여론이 급격히 확산됐다. 총무원 호법부도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사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의 배경에 누군가가 특정 목적을 위해 미리 호텔방에 설치한 ‘몰래카메라’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또 한 번 충격을 주고 있다. 백양사 문중 스님들이 이 호텔에 묵을 것을 미리 알았고, 이에 앞서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세속에서도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사적인 공간을 촬영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촬영은 명백한 정치적 의도에서 이뤄진 반승가적 행위라는 견해가 많다.
이런 탓에 이번 백양사 스님들의 ‘내기 포커’ 폭로는 그 동안 백양사 내부에서 불거졌던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상대편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백양사는 방장과 주지 선임 문제로 그동안 파행과 대립이 잇따랐다. 특히 방장 수산 스님이 입적하기에 앞서 남긴 유시의 적법성을 두고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주지 스님 측이 주도한 문중 원로회의가 새 방장을 선임한 것을 두고 임회가 불법으로 규정, 수산 스님의 49재 이후 다시 논의하기로 결의하는 등 갈등이 끊이질 않았던 것도 이런 의혹의 배경이 되고 있다.
중앙종회의원까지 포함된 중진 스님들이 수산 방장 스님의 49재 전날 호텔방에서 ‘내기 포커’를 친 행위는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동시에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위도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조계종은 지난해부터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 결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그동안의 구태에 대해 스스로 참회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종교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5대 결사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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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