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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조계사∼시청 행진이 시발…국민축제로 승화

현대 연등축제·제등행렬 역사
75년 공휴일 지정…76년부터 여의도광장서 행렬
96년 동대문운동장 시대 개막…‘연등축제’ 시작

 

▲ 2006년부터 종각사거리에는 연등축제 회향마당이 설치됐다. 회향마당에서는 제등행렬에 동참한 불자들과 시민들, 외국인 등이 모두 하나되어 축제의 밤을 즐겼다. 특히 축제의 절정에 뿌려지는 꽃비는 연등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오늘날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는 대표적 행사로 자리 잡은 연등축제의 역사는 신라 경문왕 6년(866) 황룡사에서 간등(看燈)을 했다는 기록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근현대 100년 동안의 부처님오신날 행사 기록은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1907년 5월24일자 대한매일신보는 “음력 사월 초파일은 석존탄신이라, 명진학교 일반교원이 학도(學徒)를 반졸(伴率)하고(…) 경축예식을 봉행했다”고 당시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1910년 이후 일제강점기에 들어가면서 행사 주관이 일본의 정토종 측으로 변했고, 이에 따라 일부 내용이 변질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1920년 조선신도회가 주최한 초파일 봉축행사는 참가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입장권을 발행했고, 법요식 뿐 아니라 설교ㆍ강연ㆍ음악ㆍ무용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대 역사에서 오늘날과 같은 형식의 제등행렬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 197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서울 조계사 앞 길에 설치된 봉축 아치.

 


1955년 조계사 행렬이 시발점이다. 이 해 제등행렬은 조계사를 출발해 종로3가→을지로3가→시청→중앙청을 거쳐 다시 조계사로 이어졌다. 이후 1962년까지 조계사와 동국대 부근에서 치러지다 1963년 무대가 동국대학교로 옮겨졌다. 이어 1963년 제등행렬은 동국대를 출발해 종로3가→조계사→중앙청→태평로→을지로4가를 거쳐 동국대로 돌아오는 순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현대 역사에서 대규모 제등행렬은 1970년대 초반 매년 1만여 명에 이르는 불자들이 동국대에 모여 법요식을 갖고 조계사까지 행진했던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이어 1975년 부처님오신날이 국가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참가대중이 인산인해를 이뤄 장소 문제가 불거졌고, 이로인해 1976년부터 여의도 시대가 열리게 됐다.

 

 

▲ 1975년 동국대 운동장에서 봉행된 ‘제등행렬대제’. 법요식 후 조계사까지 행진했다.

 


여의도광장에서 조계사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제등행렬은 1995년까지 20여 년간 이어지는 동안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광장이라는 특성 때문에 단상에 오른 주최측과 광장에 도열한 불자들의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민주화 열망이 거셌던 시기에 시위행렬과 공권력의 충돌로 행렬 대중이 최루 가스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후 여의도광장 공원화 계획, 지하철공사, 교통량 증가 등의 이유로 1996년 제등행렬 장소를 동대문운동장으로 옮겼다. 동대문운동장 제등행렬은 입체적 구조의 장점을 살려 모든 행사에 대중들이 직접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때문에 일반인들의 참여열기도 뜨거워질 수 있었다.

 

 

▲ 1976년 제등행렬에 나선 부처님 장엄. 제등행렬 동참 인원이 꾸준히 증가,  이때부터 행렬은 여의도광장에서 출발, 조계사까지 진행됐다.

 


연등축제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서 제등행렬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높아진 때는 1998년이다. 봉축위원회는 1997년 말 IMF사태가 터지면서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위해 거대한 촛불 세리모니를 준비했다. 처음으로 조계사 앞 우정국로 차량 통행을 차단, 6차선 도로에 ‘IMF 위기를 다함께 극복하자’는 취지의 촛불 글씨를 새겼고, 이것이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실의에 빠진 국민과 불자들에게 마음으로 전달됐다. 이 일을 계기로 연등축제는 서울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로 한 단계 성숙됐다. 또한 해마다 새로운 장엄등이 행렬을 수놓으면서 외국인과 일반시민의 참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어 2006년부터 우정국로는 물론 종각 사거리에서 회향마당이 펼쳐지면서 종교, 인종의 벽을 넘어 누구나 즐기는 축제로 확대됐다. 이렇게 역사를 이어온 연등축제는 2008년 동대문운동장 철거 후 다시 동국대로 장소를 옮겼다.

 

 

▲ 여의도광장에서 조계사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제등행렬은 1995년까지 20여 년간 이어졌다. 1986년 제등행렬에 동참한 법고 장엄.

 

 


그러나 이미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의 축제가 된 연등축제는 장소 이동에 따른 위축이나 퇴보 없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함으로서 일반시민과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세계적 축제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12년 연등회가 중요무형문화재 122호로 지정되면서 이를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게 됐고, 봉축위원회는 전통연등행렬 의식을 복원해 선보이기도 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사진제공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


 

▲ 1996년 동대문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긴 제등행렬은 ‘연등축제’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1998년 연등축제에서는 경제난 극복을 위한 대형 촛불글씨가 새겨져 눈길을 끌었다.  

 

 

 

▲ 2008년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면서 연등축제는 다시 동국대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이미 국민축제로 자리잡은 연등축제의 열기는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동대문운동장에서  조계사에 이르는 제등행렬과 우정국로의 거리행사 등이 자리를  잡으며 연등축제는 외국인들에게도 가장 사랑받는 축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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