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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종북’의 담론이 봇물을 이룬다. 통합진보당에서 불거진 ‘사건’의 본질은 비례대표 후보선출 과정에서 빚어진 ‘부정 또는 부실 선거’임에도 뜬금없는 종북 논란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른 데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종북으로 지면을 도배질해왔기 때문이다. 그들이 종북의 잣대를 들이대는 근거는 통합진보당의 몇몇 국회의원들이 과거에 공안사건으로 구속됐다는 데 있다. 그 때의 ‘사상’에서 지금은 ‘전향’했는지 밝히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과거의 행적으로 오늘을 따지겠다면, 군부 내 사조직으로 군사반란을 주도해 민주주의 헌정을 유린한 ‘하나회’ 출신이 국회의장으로 나서는 행태는 어떤가. 종북을 부르대는 그 어떤 언론도 하나회 출신에게 과거 행적에 명백한 태도를 밝히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느닷없는 종북 논란 속에 정작 언론이 의제로 설정해야 할 사안이 묻힌다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가 북의 위협을 명분으로 미국 무기를 천문학적 혈세를 들여 구입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차세대 전투기’ 도입의 목적을 ‘적극적인 억제능력’ 구비, 북쪽의 장사정포를 비롯한 비대칭전력 대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내세운 ‘적극적 억제전략’의 개념은 뒷받침 할 군사교리나 작전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북쪽의 장사정포 위협 또한 윤광웅 전 국방장관이 밝혔듯이 이북이 장사정포를 발사한 지 6~11분 안에 제압할 수 있을 만큼 남쪽의 국방력은 견고하다. 공군력으로 국한해도 마찬가지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에 따르면 이미 국방연구원이 ‘2003~4 동북아 군사력’에서 100:106으로 남쪽의 우위를 밝혔고 북쪽 전투기 가운데 남쪽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일 수 있는 기종은 MIG 29기 30대 뿐이다.


결국 객관적 상황은 차세대전투기를 도입할 정당한 근거가 없다는 데로 모아진다. 더구나 논의되고 있는 전투기를 단 한차례의 탑승 시험도 하지 않고 구입하겠다는 최근 방침은 분노마저 자아낸다. 이미 한국은 1991년에 애초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F/A-18호닛을 구매 기종으로 선정해놓고도 갑자기 제너럴 다이내믹스사(GD)의 F-16 전투기로 바꾼 사례가 있다. 당시 총 5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었지만 실제로 F-16이 한국 공군에 인도되고 난 이후 추락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002년에도 전문가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미국에서 생산이 중단되는 F15K 60대를 도입했다. 결국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80%의 테스트 비행이 남아있는 전투기를 서둘러 구입하겠다는 이명박 정부는 ‘종북’을 들먹이며 국민의 ‘안보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차분히 톺아볼 일이다. 이 정부가 차세대 전투기를 사겠다며 책정한 혈세 8조3천억 원을 지금 이 순간도 고통 받고 있는 민중의 복지비용으로 돌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28만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드는 비용은 민주노총 추산으로 1조 3592억에 지나지 않는다. 7세미만, 70세이상 노인, 저소득계층에 대한 무상의료는 4조 7천억 원이면 충분하다. 전국 모든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도 4조원이면 가능하다.


기실 남북관계가 악화된 주된 원인은 이명박 정권의 대결 정책에 있다. 여기서 북쪽이 저지른 연평도 포격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현 정부 들어서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와의 확연한 정책 차이가 남북 갈등을 부추긴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남과 북 사이에 관계를 개선해나가려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화다.

 

▲손석춘
그럼에도 대화는커녕 되레 이북을 자극하고 ‘안보 불안’을 부추기며 종북 몰이를 강화하는 정치인·경제인·언론인들의 노림수가 무엇인가를 꿰뚫어 볼 때다. 바로 그것이 파사현정 아니겠는가. 앞으로 5년의 국정을 좌우할 대선이 다가오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손석춘 언론인 2020g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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