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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윤회⑦-천상1

기자명 서광 스님

자신이 성취한 영적 축복 영원하다고 착각
황홀한 심리상태 상실은 윤회로 이어지기도

마크 엡스타인은 천상계는 감각적 지복, 희열, 환희, 심미적 쾌락을 경험하는 심리적 상태라고 했다. 즉 천상의 마인드는 우리가 원하고 사랑하는 대상과 하나가 됨으로서 일시적으로 자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즐거움과 희열의 한가운데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천상계에 나타나는 관세음보살님은 비파를 들고 계시는데 이는 그와 같은 즐거움은 일시적인 것이니 몽환의 상태에서 깨어나라는 가르침을 음악으로서 들려주신다는 것이다.


한편 쵸감트룽파 린포체는 천상의 마인드를 보다 세부적이고 명료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천상의 심리상태는 자아와 영적 유물론에 근거를 둔 정신적 고착, 일종의 명상적 몰입이라는 것이다. 때로는 엄청난 노력의 결과로 영감적인 비젼이나 소리, 정신적 육체적으로 신비한 가피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경험들은 모두 자아를 바탕으로 하는 마음의 노력에 의해서 생겨난 변형된 의식상태의 경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쵸감트룽파 린포체는 천상의 경험을 플라스틱으로 만든 꽃, 인간에 의해서 제조되고 조립된 것들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천상의 마인드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쵸감 트룽파 린포체는 삶의 희망과 두려움, 즉 우리의 마음이 성공에 대한 희망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의 극단을 오가면서 발생하는 극도의 긴장이 스스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궤도를 상실하게 만드는데서 출발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한순간에 갑작스런 정신적 번쩍임이 일어나고, 고통과 쾌락이 하나가 된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아주 불쾌하고 힘겨운 상황에서도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왜냐하면 천상의 영역에서는 에고가 희망과 불안의 궤도를 상실한 나머지 일시적으로 그 기능이 멈추어졌기 때문이다. 쵸감트룽파는 그러한 심리상태는 일종의 연민, 소통, 에고의 속박으로부터 해방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되는 영적인 원자폭탄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본질적 특징은 마치 누에가 비산실로 자기를 감싸고 감싸서 마침내 스스로를 숨막히게 가두는 것과 같이 천상의 마인드는 스스로를 더 많이 깊게 속박하는 마음의 상태일 뿐이다. 이와 같이 영적 성품에 대한 자기파괴적 왜곡과 유물론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는 천상의 마인드는 건강, 부, 아름다움, 명상상태, 미덕 등과 같은 극단의 정신적 신체적 즐거움을 찾는다. 그리고 그러한 상태를 통해서 에고를 유지하고 머무르려고 하기 때문에 항상 쾌락중심적이다. 그래서 천상계에는 고통이 없다. 고통은 궁극을 향한 각성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다시피 영원한 것은 없다. 천상계에서 인연이 다하면 마음은 곧장 지옥의 심리상태가 되고 만다. 왜냐하면 천상의 마인드는 자신이 성취한 영적 세속적 축복이 영원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에 의지해서 성취된 천상의 경험은 영원할 수가 없다.


축복의 상태가 흔들리면 마음은 반사적으로 이전의 경험상태로 되돌리고 유지하려고 애쓰게 된다. 그럴수록 우리의 마음은 더 초조해지고 영원함에 대한 믿음이 깨어지면서 과거에 누적된 경험들, 즉 카르마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깊은 실망과 함께 스스로 속았다는 생각이 점차 강해지면서 우리 자신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서광 스님
동시에 우리를 천상의 영역으로 밀어 넣은 대상을 비난하게 된다. 아니면 천상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대상을 원망하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분노하고 좌절한다. 왜냐하면 속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천상의 황홀한 심리상태를 상실한 우리는 자신과 대상을 비난하면서 또 다른 육도를 배회하면서 윤회를 반복하게 된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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