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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귀신론-하

기독교 귀신은 야훼에게 저주받은 존재
불교는 자비로써 구제해야할 대상 간주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된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기독교에서의 귀신은 창조신 야훼에 의해 저주를 받아 생겨난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불교에서는 귀신을 어떻게 볼까? 일단 불교에서도 당연히 귀신을 인정한다. 많은 경전에서는 수많은 귀신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하는 여러 가지 역할들에 대해서 거론하고 있다.


먼저 불교에서의 귀신은 업에 의해 귀신이 된다. 전생의 선악업의 결과에 따라 중생은 귀신이 될 수 있다. 그러다보니 귀신들 중에는 천상의 귀신도 있고 아귀의 귀신도 있고 인간의 귀신도 있고 지옥의 귀신도 있다.


가장 흔한 귀신은 역시 인간이 죽어서 된 귀신이다. 아함경 같은 초기 경전에는 인간이 죽어서 귀신이 된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경전에 따르면 인간이 죽는다고 모두 귀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교가 윤회를 가르치는 종교다보니 인간이 죽으면 새로운 몸을 받기 전 귀신의 상태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른바 중음신을 귀신의 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음신과 귀신과는 성격이 다르다. 귀신은 중음신이 한번 몸을 받아 이루어진 존재이다. 귀신이 되었다는 것은 이미 한번 윤회를 했다는 의미이다. 특이한 점은 이렇게 인간이 귀신이 되기도 하지만 귀신이 인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열반과 해탈을 성취하지 못한 중생은 그가 하늘을 지배하는 천왕이라 할지라도 언제고 업에 따라 윤회한다.


그러다보니 귀신들 중에는 착한 귀신도 있고 악한 귀신도 있다. 인간들처럼 착한 귀신은 세상에 선행과 덕을 베풀지만 악한 귀신은 인간을 해코지 하고 훼방한다. 전생부터 복을 많이 쌓은 어떤 귀신은 귀신들을 통솔하는 왕이 되기도 하고 세상의 악을 징벌하고 정법을 수호하는 귀신이 되기도 한다. 기독교의 귀신이 마냥 악하기만 한데 비해 불교의 귀신은 때로 인간들보다 월등히 선하기도 하다. 어떤 귀신들은 전생에 악행을 많이 쌓아 극심한 괴로움을 받기도 하고 더러는 사람이나 수행자의 몸과 마음에 침투하여 괴롭히기도 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악한 귀신이 아무에게나 달라붙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리고 귀신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도 기독교처럼 강하지 않다고 말한다. 불교에서 설하고 있는 귀신들은 세상을 파괴 시키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욕망이나 원한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한다. 중요한 사실은 이들 악한 귀신들도 스스로 마음을 돌려 악을 버리고 참회를 하거나 선행을 쌓으면 귀신의 몸을 버리고 인간이나 천상의 신으로 태어 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영원히 용서받지 못하고 악한 귀신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기독교의 귀신과는 대조를 이룬다. 기독교의 귀신은 아무리 회개하고 선행을 해도 귀신은 영원히 귀신일 뿐 다른 존재가 될 수 없다. 기독교에서의 귀신은 증오와 원한과 저주의 대상이다. 그렇다보니 귀신들에게 있어 선택의 여지는 없다. 오로지 악의 길만을 고수하고 심판의 날만을 기다려야한다. 기독교의 귀신들이 세상에 끊임없이 악을 행하고 있는 이유는 신의 용서가 없는 데에 따른 반발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불교에서의 귀신들은 어떤 귀신이고 자비로서 건져내야 할 존재들이다. 만약 부처님이 저들을 바라보았다면 부처님은 곧 야훼신을 찾아가 저들을 증오하는 마음과 복수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옛날처럼 사랑하라고 크게 꾸짖었을 것이다.


▲이제열 법사
불교에서는 악한 귀신의 힘을 막아내고 선신들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항상 복을 쌓고 지혜를 기르라고 가르친다. 사람의 마음에 탐욕과 번뇌가 많으면 악귀의 영향을 받게 된다고 한다. 신을 중심으로 하는 기독교의 귀신과 마음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의 귀신은 이렇게 서로 다른 형태와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이제열 법사 유마선원 원장 yooma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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