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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병든 성직자들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소리를 들었다. 서울에서 유명한 한 교회에 가면 대단한 목사의 출근 장면을 목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가 마침 자기 집에서 멀지 않아서 가끔 그 장면을 보게되는데 그때마다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우리 사회의 종교들이 단단히 병에 든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우선 그 교회의 목사가 타는 차가 최근의 벤츠차라는 점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활 수준이 나아진 시대라고는 해도 교회신도들의 헌금으로 운영하는 교회에 봉직하는 목회자가 비싼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이 아니냐는 것이다. 항차 국산차도 아니고 외국제 고급승용차라니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목사라고 꼭 값싸고 구질한 차를 골라타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린 양을 구하겠다는 소명을 가진 성직자라면 근검하고 삼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옳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하기야 지금 서울의 큰 교회라면 이제는 기만명에 이르는 신도를 가지고 있어서 거대한 궁전같은 건물을 지어 막강한 위세를 떨치는 판인데 교회의 대표목사라고 고급승용차를 타지 말라는 법이 없고 또 그렇게 위세있게 행동하는게 격에 맞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는 이도 없지는 않을 듯싶다. 그런 생각이 적지 않으니 그 교회 신도도 그렇고 그 목사고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 다음에 그가 못마땅하게 본 것은 목사의 출근 때 교회 앞에 늘어서는 경호행렬이다. 마치 알 카포네가 자기 가게에 들어갈 때 검은 제복의 사내들을 거느리고 위세를 떨치듯이 그 목사는 교회 앞에서 수행비서와 영접 직원들의 대단한 경호를 받는다는 것이다. 교회 목사는 아무리 큰 교회를 운영한다고 해도 정치권력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벌회장도 아니며 더더구나 깡패대장도 아닌데 왜 남의 시선을 끌 정도의 경호 영접을 받는가하는 것이다. 교회의 세속화가 이 지경이니 사회가 이 지경인 것을 탓할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친구의 개탄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현상이 그 교회에 국한되지 않고 또 기독교에 국한되지 않으며 우리사회 모든 종교에 공통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겠다. 우리 불교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그런 모습으로 사회의 빈축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느 절의 누구는 격에 맞지 않게 큰 고급승용차를 몰고 다닌다고 하는 소리도 들리고 종단의 소임을 맡은 어느 스님의 행차는 마치 장관행차나 진배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더 한심한 것은 요즘 어느 종단의 대표를 만나자면 비서와 경비실의 엄격한 제한 심사를 거쳐야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원체 바쁘고 귀하신 분이니 아무나 면대한다는 것이 쉬운 노릇은 아닐 터이지만 또 너무 바빠서 대단찮은 사람과 시간을 보낼 틈이 없어서일 지는 몰라도 종단과 불교를 위한 단체의 일로 종단책임자를 만나자고 신청해도 응해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라고 한다.

스님이 있고 종단이 있는 것은 다 부처님 가르침을 펴고 불자들의 문제를 해소해주는데 목적이 있는 것인데 이제 우리 종단과 스님들은 저만치 높은 곳에 앉아서 자신의 영화와 권세나 자랑하는 데만 신경을 쓰고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스님과 종단이 기본적으로 자신들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불자들과 부처님 가르침의 홍포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부터 스님들이 깨달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관청의 어르신처럼 권위적이기 보다는 소탈하고 친근한 성직자 수행자상이 새삼 보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공종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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