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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 도넘은 '종자연' 공격, 진짜 이유는?

  • 기자칼럼
  • 입력 2012.06.22 12:06
  • 수정 2012.07.04 14:33
  • 댓글 0

한국기독교총연합이 ‘종교자유정책연구원’에 대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종교차별 실태연구’ 실행기관으로 종자연을 선정한데 따른 반발이다.


기독교계는 종자연이 연구기관으로 선정된 지난 5월부터, “국가인권위원회가 종자연을 종교차별 조사 연구기관으로 선정한 것은 기독교를 말살시키려는 의도”라며 연일 맹비난을 퍼부어 왔다. 기독교 단체들이 잇따라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기독교계 신문인 ‘국민일보’는 종자연과 불교의 관계를 ‘폭로(?)’하는 기획기사까지 연재하며 사실상 ‘범기독교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독교계의 거센 반발에는 일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반발의 초점도 본질을 벗어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기독교계 반발의 핵심은 “종자연이 친불교적 성향을 띤 단체로, 그동안 기독교를 공격하는 저격수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학내 종교강요, 종교시설 투표소, 사랑의교회 공공도로 지하 예배당 건립 등 기독교 주도 분야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고 지적했다.


분명 종자연은 강의석 군의 미션스쿨 내 채플 강요에 따른 소송을 도왔고, “특정종교 시설에 설치된 투표소는 국민의 종교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으며 “공공도로 지하에 설립될 예배당은 특정종교 편향”이라고 지적해 왔다. 이미 사회적 이슈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기독교계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종자연의 이러한 문제제기가  분명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내 종교강요와 종교시설 투표소 문제의 경우 “종교자유를 침해한다”는 법적 판결을 받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 및 조례가 마련된 상태다. 사랑의교회 문제 역시 서울시 감사결과 “공공도로 지하의 특정종교시설 설치는 위법”이라는 결론이 도출된 바 있다.


그렇다면 위법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잘못된 것인가? 기독교계의 주장대로 종자연이 “친불교 성향의 단체로서 기독교를 겨냥했다”면, 법적판결 역시 ‘판사가 친불교적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해야 하는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종교자유를 보호하고, 위법 행위를 지적하는 것이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무엇보다 종교강요나 종교차별이 다른 종교보다는 기독교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임은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 아닌가.


기독교계의 거센 반발이 의아한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기독교계는 마치 국가인권위원회의 종교차별 실태조사가 기독교만을 겨냥하는 것처럼 반발하고 있지만, 사실 모든 종교계 시설이 조사 대상이다. 불교계 시설 역시 ‘당연하게’ 포함된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본지 역시 국민일보와 마찬가지로(논조는 다르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 계획과 연구기관으로 종자연이 선정된 사실을 비중 있게 다뤄왔다. 불교계, 특히 종립 학교법인과 복지법인에서도 국가인권위의 종교차별 조사에 대해 적지 않은 관심을 가졌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계획에 대한 본지의 첫 보도 이후, 불교계 종립학교 및 복지시설 등에서는 자가 검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실태조사를 통해 종교차별 행위가 드러나는 것보다 조사가 시작되기 전 문제소지가 있는 부분을 미리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의 경우 산하 복지시설에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 여부를 살펴 개선하라는 취지의 공지를 전달했으며, 조계종의 한 중진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에게 불교계 시설 내 종교차별 행위에 대해 각별히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신문사에도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까지가 종교차별적인 행위인지 확인해 달라는 상담(?)전화였다.


이처럼 불교계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종교차별 조사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척이나 단순하다.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와 특정종교 강요행위는 헌법상 규정한 종교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행위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를 잘못된 행위로 인식하고 방지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즉 종교의 대외적인 이미지와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인 셈이다.

 

물론 종자연의 조사로 혹시라도 존재할 수 있는 불교계 시설의 종교강요·차별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나 불교가 상처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법에 저촉되거나 잘못된 부분이라면 마땅히 고쳐야 할 부분이다. 또 조사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면 조사과정과 방식, 범위, 기준에 근거한 해명을 요청할 부분이지, 위법한 행위를 조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송지희 기자

이상하리만치 거센 기독교계의 반발이 의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독교계는 어쩌면 ‘종자연’이 아니라 ‘종교차별 실태조사’ 자체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마저 생긴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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