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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찰과 조계종 쇄신책

기자명 강행원

인류역사상 사람답게 살다간 사람들의 자취를 살펴보면 한결같이 자기와의 싸움에서 물러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물질사회의 구조는 그 싸움이 자신이 아니라 상대를 은밀히 겨냥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의 가장 비굴한 싸움판이 정치집단이 아닌가 싶다. MB정부에서의 민간인 사찰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정치사기극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불교계까지 불법 사찰을 자행하여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고 지관 스님과 종회의장 보선 스님 등을 겨냥한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임기 말에도 검찰의 충정은 유효한 것인지 3개월여 재수사는 몸통 찾기가 아니라 몸통 감추기였다. 아마도 이러한 수사를 신뢰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간에 발표한 수사경위는 지면상 생략하지만 광범위하게 얼버무린 수사에는 몸통을 위협하는 해답이 숨어있다. 검찰의 술수는 출세를 위한, 또 다른 차기 정치권에 줄 대기의 연계이다. 그래서 이 중대한 사안을 집권당에서는 국회의 국정조사나 청문회에 넘겨 대선 정국을 피해가도록 시간을 벌게 하자는 꿍꿍이가 숨어있기도 하다. 도처에서 불거진 사건들로 사면초가가 된 MB의 무리수는 임기 말을 더욱 추하게 한다. 심지어 타종교를 배척하는 짓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정반합(正反合)의 지혜를 구하는 것조차 담을 수 없었던 작은 그릇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이 모든 것은 꼬리나 몸통을 수사하는 말장난이 아니라 그 머리인 수장의 책임이다. 어떤 변의 사과로도 국민주권을 유린하는 사찰은 용서 받을 수 없다.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군림의 극치나 야비의 극치로 밖에 알지 못했던 치적에 불행한 앞날이 기다릴 뿐이다.


또한 조계종단의 부도덕한 도박사건에 대해 정확한 진상도 파악하지 않고 악의적인 몰카 고발에만 치중한 언론사들의 걸러지지 않는 막말은 한국불교도 전체에 크나큰 실추를 초래케 했다. 굳이 언론사를 들추지 않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 태도 역시 MB정부의 무리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론이야말로 사회를 이끄는 좌표이니만큼 그 막중한 책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이 경우만이 아니라 늘 그래 왔던 보도태도는 당하는 자의 씁쓸함이 어떤 것인지를 헤아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승가의 부도덕한 일을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로 참여불교 재가연대는 언론의 심각성과 스님들이 발표한 쇄신책을 계기로 문제점을 짚어보기 위해 상호 격의 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한바 있다. 그때 재가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현사태가 궁금하여 필자도 그 자리에 열석했었다. 사회적 인식보다도 불자들이 정신적으로 받은 타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이번 사건에서 타락의 본래진상을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불교에 자정의 가능성이 과연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가 조계사 앞뜰에 마련한 야단법석에서 나온, 여기에 담지 못할 각계의 쓴 소리만으로도 스님들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큰 아픔이었다. 사실 한국불교의 타락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이미 고려시대에서부터 있어 왔으며 그 빌미는 조선시대 유림의 탄압으로 이어졌으나 타락은 박해 중에도 근절되지 않았다. 작금의 어려움에 처한 당면한 문제 앞에 종단이 발표한 결연한 다짐의 쇄신안은 우리에게 어떤 희망과 기대감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어려운 순간을 지나 불편함으로부터 벗어나고 나면 언제 그런 다짐을 했느냐 싶게 간과 할 수 있음을 경계하여 쇄신안에 어떤 장치가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청정성을 지향해야할 불법이 찌든 때로 얼룩진 불안전안 세속법의 의회주의를 모방한 종회 의결제를 거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강행원 화가
그럼에도 이번 종회가 ‘종회의원 불징계권’에 대해 최초로 손을 댈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스님들의 타락 내 탓이오” 라는 제가들의 참회가 만약 헛것이 된다면 이제 재가자 2부대중은 조계종을 버리게 될 것이다. 교계의 사부대중 모두가 자기와의 싸움에서 물러서지 말고 부처님 법에 다가서기를 두 손 모은다. 


강행원 yoonsan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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