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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사선(無事禪)-2

기자명 윤창화

대혜가 무위도식이라 비판한 선과 달라
당대 무사선은 구속 벗어난 절대적 존재

당대(唐代) 조사선은 곧 무사선이었다. 이 시대 선승들은 모두 무사를 수행의 목표로 삼았다. 그것을 영가 현각(665∼713)은 ‘증도가’에서 ‘절학무위한도인(絶學無爲閑道人)’이라고 표현한다.


절학(絶學)은 무학(無學)과 동의어로, ‘배워야 할 것은 다 배우고, 닦아야 할 것은 다 닦았기 때문에 더 이상 배운다거나 닦아야 할 것이 없는 한가한 도인’이라는 뜻이다. 무위(無爲)는 곧 무사(無事)로 무사선을 잘 표출하고 있는 말이다. 이어 나오는 문구는 불제망상불구진(不除妄想不求眞)인데, (본래무사이므로)망상을 제거하려고도, 진(眞)을 구하려고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조사선 시대의 무사선은 송대(남송) 대혜 종고(1089∼1163)가 ‘무사갑리(無事甲裏, 안일 무사한 것),’ 무사계리(無事界裡, 무사에 빠져서 진정한 불도수행에 대한 의식이 없는 것), 또는 ‘무위도식’이라는 이름으로 비판하고 있는 무사선과는 다르다.


당대 조사선 시대의 무사선은 본래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평상무사(平常無事)로, 무심한 경지에서 인위적인 조작을 떠난 것, 모든 수행을 완료한 사람, 수행해야 할 것은 다 수행해서 마친 사람(了事人), 그리하여 숙제나 과제 등 해야 할 일이 전혀 없는 사람(無事人)을 가리키며, 구속으로부터 벗어난 절대적인 존재(無事是貴人)를 가리킨다.


무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임제 의현(?∼867)이 강조하고 있는데, 그의 법어집 ‘임제록’에는 무사가 무려 14회, 그리고 무사인, 무사시귀인(無事是貴人, 무사인이 가장 존귀한 사람), 수처무사(隨處無事, 가는 곳마다 무사), 평상무사(平常無事, 평상한 무사) 등 무사와 관련된 어휘가 적지 않게 나온다.


‘임제록’ 12-1단을 보도록 하겠다. “납자들이여, 불법은 특별한 수행과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평상시에 마음에 조작심을 갖지 말고 무사(平常無事)하게 지내면서 대소변을 보고 싶으면 대소변을 보고 옷을 입고 싶으면 입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누워 잠을 자는 것(日常), 그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나의 말을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곧바로 그 뜻을 이해할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밖을 향하여 공부를 하는 것은 모두 다 어리석은 녀석들이라고 했다. 어느 곳 어디서든 번뇌 망상에 끌려다니지 않는 주인이 된다면 그 자리가 그대로 진실한 깨달음의 자리이다(師, 示衆云. 道流. 佛法無用功處. 祇是平常無事. 屙屎送尿, 著衣喫飯, 困來卽臥. 愚人笑我, 智乃知焉. 古人云. 向外作工夫, 總是痴頑漢. 爾且. 隨處作主, 立處皆眞.‘臨濟錄’)”


임제가 말하고 있는 평상무사란 곧 평상무위(平常無爲)로, 앉아서(좌선) 부처(깨달음)가 되겠다고 애쓴다거나(좌선제일주의) 특별히 무엇을 닦아야 한다는 의식(意識)을 갖는다거나 또는 인위적인 행동 같은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진정한 불도수행은 인위적인 노력을 가(加)하는 것이 아니며, 행주좌와의 일상 그대로가 불도수행이고, 평상시의 생활 그대로가 진리수행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닦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그 순간 도(道)와는 거리가 먼 사마외도(邪魔外道)라는 것이다.


우두 법융(594∼657)도 ‘심명(心銘)’에서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자 한다면 무심하게 수행하라(欲得心淨, 無心用功)”고 말하고 있고, 마조 도일(709∼788)도 “밖을 향해 치구(馳求)하면 진실과 더욱 멀어질 뿐이다(若向外馳求, 轉疎轉遠. ‘마조어록’)”라고 말하고 있다.


▲윤창화
그리고 보리 달마 역시 “밖으로는 모든 반연(인연)되는 것을 쉬고 안으로는 헐떡거림(치구심)이 없어서 마음이 장벽처럼 되어야만 도에 들어갈 수 있다(外息諸緣 內心無喘 心如牆壁 可以入道)”고 한 것처럼, 조사선의 수행의 목표는 한마디로 본래무사, 평상무사를 바탕으로 한 무사선이었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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