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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봉 스님 [중]

성철에 “책만 메고 다니면 안 돼”

▲스님은 상당법어를 할 때에 경전을 인용하기도 했다.

효봉은 1년 6개월의 토굴생활 끝에 깨달음을 얻고 1932년 4월 부처님오신날에 유점사에서 동선(東宣) 화상을 계사로 구족계와 보살계를 수지했다.


이후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등 선원에서 한 철씩 정진하다 1937년 운수의 발길을 송광사에서 멈췄다. 효봉은 그곳 조계산 송광사 선원(禪院) 삼일암(三日庵)에서 조실로 10년을 머무르며 수많은 후학들의 눈을 밝혀주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정혜쌍수(定慧雙修)에 관한 확고한 인식을 갖추기도 했다.


그런 효봉은 송광사 선원 조실로 있으면서 근검절약과 청규적용을 엄격히 한 것으로 유명하다. 상좌 법정이 찬거리를 구하러 갔다가 10분 늦게 돌아오자 “오늘은 공양을 짓지 마라. 단식이다. 수행자가 그렇게 시간관념이 없어서 되겠는가”라며 공양시간 10분 늦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또 밥알 하나를 흘려도 불같이 호통을 쳤고, 초 심지가 다 타기 전에는 새 초를 갈아 끼우지 못하게 했다. 뿐만아니라 모든 대중이 함께 노동을 하는 운력에서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당시 수행에 매진하며 운력을 소홀히 하던 성철이 송광사에 방부를 들이려하자 “책 보따리만 메고 다니면 안 된다. 운력도 함께 해야지”라며 역정을 내기도 했을 만큼 절약과 청규에 엄격했다.


효봉은 또 계정혜 삼학을 수행의 근본이념으로 삼았다. 자신이 이를 갖추고 닦는 것은 물론이고 후학들에게도 집 짓는 일에 비유해서 그 가르침을 전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계는 집을 지을 터와 같고, 정은 그 재료이고, 혜는 그 기술과 같다.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터가 시원찮으면 집을 세울 수 없고, 또 기술이 없으면 터와 재료도 쓸모가 없게 된다. 이 세 가지를 두루 갖추어야 집을 지을 수 있듯이 삼학을 함께 닦아야만 생사를 면하고 불조의 혜명을 잇는다.”며 삼학을 수행의 근본으로 삼을 것을 당부했다.


효봉은 해방 후 불교계가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인식해 해인사에 출가 수행승의 종합수도원인 가야총림을 개원할 때 방장으로 추대됐다. 당시(1949년 4월) 상당법어에서 서로 반목하며 제 역할을 못하는 선교 두 무리들을 향해 던진 일갈은 오늘날에도 곱씹어볼 내용이다.


“교학자들은 마치 찌꺼기에 탐착해 바다에 들어가 모래를 세는 것과 같아서 교를 말할 때에 사람의 마음을 바로 가리켜 깨달아 들어가는 문이 있는 줄 알지 못하고 곧 사견에 떨어져 있다. 또 선학자들은 이른바 본래부터 부처가 되었으므로 미혹도 깨침도 없으며 범부도 성인도 없고, 닦을 것도 증할 것도 없으며 인도 과도 없다 하여 도둑질과 음행과 술 마시고 고기 먹기를 마음대로 감행하니 어찌 가엾지 아니한가. 이 일을 밝히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바다 속에 들어가 육지를 다닐 수 있는 수단과 번갯불 속에서 바늘귀를 꿰는 눈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한편 성철에게 “책 보따리만 메고 다니면 안 된다”고 했던 효봉 자신은 옛 조사들의 어록이나 경전 보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가야총림 상당법어에서 ‘화엄경’이나 ‘금강경’ 가르침을 예로 들어 법을 설한 것이 그 반증이다. 그런가 하면 “과거 여러 스님들의 가풍은 제각기 다르지만 배우는 사람을 지도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모두 친절했다”며 “가장 친절한 분이 위로는 육조 스님이요, 중간에는 조주 스님이며, 아래로는 보조 스님이다. 그래서 이 산승은 위로는 육조 스님을 섬기고 중간으로는 조주 스님을 섬기며 아래로는 보조 스님을 섬긴다”고 했을 정도로 혜능, 조주, 보조 스님의 가르침을 익히고 후학들에게 전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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