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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공양으로 망자의 환생 기원하다

  • 집중취재
  • 입력 2012.07.11 10:36
  • 수정 2012.07.1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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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혁주의 티베트 불교-12. 티베트의 천장(天葬)-하

 

▲티베트의 천장사는 해당사원의 활불이 지정해야 할 수 있다. 사진의 라마승은 처음에는 천장사를 거부했으나 활불이 임명하자 신의 계시라며 받아들였다.

 

 

티베트 천장의 의식과 절차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가진다.


◇시체(屍體)의 운반


일단 사람이 사망하면, 그의 가족들은 시신(屍身)의 옷을 모두 벗긴다. 그리고 끈으로 묶어 시체를 앉아 있는 자세로 만든 다음 흰 천으로 혹은 담요로 전신(全身)을 감싸고 마대(麻袋)로 포장한다. 유해(遺骸)는 집안에 3일 동안 모셔놓는데, 이때 경제력이 되는 집안은 매일 라마승을 집으로 청해서 망자를 위해 불경(佛經)을 읽고 제도(濟度)를 한다. 일부 가정에서는 환자가 임종에 다다르면 집안 형편에 따라 간단한 의식을 먼저 진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진단(津丹)’이라고 불리는 환약을 환자에게 먹이는 것이다. 이 환약은 저명한 활불의 의복, 두발, 손톱, 그리고 배설물의 혼합으로 만들어진 약이다. 이 환약을 먹이는 이유는 망자의 온전한 숨 거듬(止息)을 도와 줄 뿐만 아니라 주술사의 영혼 분리의식 때, 영혼이 순순히 정수리를 통하여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4일째 새벽에는 시체를 망자의 가족이 고용한 친구들이나 친척이 등에 매고 지정된 사원의 천장터로 향한다. 그런데 집으로부터 의식의 장소가 너무 멀 경우에는 미리 예약해둔 친지들이 와서, 차에 실어 가거나 오토바이로 운반하기도 한다. 운반된 시체는 천장터 중앙의 커다란 돌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이때 망자의 가족 중에 1명은 미리 현장에 도착해서 천장사들이 마실 차(茶)를 끊여 놓아야 한다. 나중에 시체를 힘들게 운반해온 사람들과 현장의 천장사에게 대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예를 들어 중국 사천의 야칭스나 오명불학원의 경우에는 식구들이 현장에 오지 않는다. 천장사는 시체를 해부하기 전 천장터 주위에 향(香)도 피워야한다. 일반적으로 미리 준비해간 송백향(松柏香)더미나 야크 배설물에 불을 지핀 다음, 쌀·보리 겨를 불 위에 뿌려 짙은 연기를 발생시키는데, 이러한 작업은 시체를 해부할 때 인육의 냄새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멀리서 떠돌고 있을 독수리를 부르기 위한 준비 작업인 것이다.


◇의식(儀式)의 준비단계


해부가 시작되기 전, 망자 가족의 경제능력에 따라 사원에 거주하는 전문 라마승(고승)이 초대된다. 만약 주관하는 사원에 마땅한 라마가 부재중일 경우에는 근교의 사원에서 출장도 가능하다. 정식으로 해부가 시작되기 전 대략 30분정도의 주술이 낭독된다. 망자에 대한 고별사인 셈이다. 주술사의 간단한 의식이 끝나면 곧바로 정식 해부가 시작 된다. 이때부터는 모두가 긴장하고 조심해야한다. 혹여나 경박한 웃음소리, 울음소리로 망자의 영혼에 누를 끼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참관한 경험에 비추어보면, 해부가 막 시작되는 이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 어느 누구도 말을 해서는 안 되며 심지어 가족들도 침묵해야 한다. 모두들 천장사의 숨 막히는 해부의식만 응시할 뿐이다.


지역에 따라, 천장사는 그들의 해부 지침서인 ‘지자자해(持者自解)’에 따라 기본적인 분류작업을 선행한다. 시체는 크게 두 부류로 분류된다. 객사한 시체와 자연사한 시체이다. 만약 망자가 자연사(노환이나 病死)일 경우에는 시체에다 13개의 十字 표시를 해둔다. 망자가 흉사(兇死 피살)일 경우에는 시체에다 12군데 교차로 표시를 해둔다. 그리고 망자가 역사(逆死 정신질환)인 경우에는 시체에다 종횡선을 긋는다. 이러한 행위는 망자들의 전생의 신분과 죽음의 사유를 표시하는 것이다.


◇해부


해부작업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우선 주관하는 천장사가 칼로 돌을 한번 두드리고 나면, 곧 바로 아주 숙련된 동작으로 시체의 해부작업이 시작 되는데, 먼저 죽은 자의 머리카락을 잘라낸 후(이 머리카락은 나중에 가족들에게 돌려주는 지역도 있다.) 예리한 칼로 시체의 등에다가 종교성이 있는 무늬를 그린다. 그리고는 등뼈 윗부분에서 아랫부분까지 칼로 일자로 그은 다음 양쪽으로 절개해서 조금씩 살을 도려내면서 해부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관하는 천장사가 사지(四肢)를 절단하고 나면, 나머지 1~2명의 보조 천장사들이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분업이 이루어지는데, 사지를 최대한 토막 내어 살과 뼈로 분리한 다음, 팔·다리의 큰 뼈는 도끼와 큰 망치를 사용해서 잘게 부수어 버린다. 사지와 등, 어깨 작업이 끝나면, 시체를 뒤집어서 이제 머리 부분과 상체 앞부분 작업에 들어간다. 우선 사지(四肢)가 없어진 상체는 놔두고, 먼저 얼굴 안면의 살과 오관(五官, 눈, 코, 입, 귀, 피부)을 뼈에서 발라내는 작업이다. 두피(頭皮)를 뼈에서 발라내고 난 후, 상체의 가슴 근육을 발라내고 난 다음, 한칼로 강하게 내리쳐서 상체의 앞가슴을 절개해서 내장(內臟)을 꺼낸다. 이때부터 천장터 주위에는 이미 독수리 떼와 까마귀 떼가 날아와 있다. 만약 시체가 어린아이일 경우에는 천장사가 엎어놓고 해부를 시작한다.


이는 천장사도 인간이기에 어린아이를 정면으로 보고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해부는 등부터 시작되는 것이 관례인데 필자가 목도한 현장은 왼쪽 발목 뒤꿈치부터 시작했다. 사원 라마승의 설명에 따르면, 지역마다 천장사나 주관하는 사원의 성격에 따라 그 해부 부위의 순위는 차이를 가진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는 복부이다. 배를 갈라서 내장을 들어내고 팔, 다리, 어깨 순으로 진행된다. 다음으로는 신속하게 머리껍질을 벗기는데 머리털은 맨 나중에 유골과 함께 불에 태워 주변에 뿌린다. 큰 덩어리로 해부된 육신은 또다시 잘게 부수는 섬세한 해부순서로 넘어간다. 여기에는 천장사가 보조 도우미(2~3명가량)를 두는 경우도 있고 주관하는 천장사가 직접 다듬는 경우도 있다.


시체가 많이 들어오는 사원은 천장사외에 보조하는 라마승들이 2명 정도 상주하고 있다. 잘게 다듬어진 육신은 티베트인들의 주식인 짬바()와 잘 버무려서 천장터 주변에 고루 고루 퍼져 놓는다. 이때 먹기 좋게 하려고 인도에서 들어온 향신료 비슷한 기름을 뿌리는 경우도 있다. 냄새는 바람을 타고 금방 사방을 진동시키다. 천장터가 고원에 위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 이 비릿한 육신의 냄새를 맡는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려서는 안 된다. 금기사항인 것이다. 그리고 천장사의 신호가 떨어지면 천국의 사자(使者)인 독수리들이 달려든다. 독수리들은 대략 200~500마리 정도이다. 바로 이때 천장사는 곧바로 또 다른 일을 하기 시작한다. 시체의 머리를 망치질할 때 쏟아진 일정량의 뇌수를 미리 태워놓았던 뼈 가루와 함께 한 켠 에 뿌려놓는다. 이것 또한 독수리들이 깔끔하게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마무리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독수리들이 시체를 다 먹고 나서 곧바로 하늘로 날아가 버리면, 그 나머지 잔 찌꺼기는 까마귀와 티베트 개가 슬금슬금 와서 깨끗하게 먹어 치운다.


깨끗이 먹으면 먹을수록 망자의 가족들은 좋아한다. 망자의 영혼이 다시 한 번, 좋은 곳에서 환생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모든 육신이 깔끔하게 없어져야 비로소 천장의식은 끝을 보게 되는 것이다.


◇환생


시체를 다 먹고 난 독수리들은 창공을 향해 힘차게 날아간다. 창공을 날아가다 혹시나 배설물을 싸면 그 배설물이 떨어지는 장소가 다시 환생하는 지역이라고 가족들은 믿는다. 의식이 끝난 다음 천장사는 흐르는 물에 손과 얼굴을 씻는 것이 전통이지만 흐르는 물이 없을 경우 가족들이 준비해온 물에 손과 얼굴만을 간략하게 씻는다.


티베트의 깐즈(甘孜)지역에서는 작업을 끝낸 천장사들이 시체를 싸온 포대(布袋)나 혹은 사자(死者)의 의복에 깨끗하게 두 손을 닦는다. 어떤 천장사들은 자기의 소변(小便)으로 손에 묻은 혈흔(血痕)을 씻어 낸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손톱 밑에 파고든 선혈의 자국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손과 몸을 씻고 천장터의 그늘진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무렵, 망자의 가족들은 감사의 표시로 준비해온 각종 음식물(차, 술, 짬바, 떡 등)을 정성스럽게 대접한다. 만약 준비해간 음식이 남으면 다시 가져갈 수 없으며 그것은 천장사의 몫이다.


티베트의 전통적 풍습에 따르자면, 망자의 식구 이외에는 해부 현장에 진입이 불가능하다. 가족만이 현장에서 진행을 돌봐주고 지켜볼 수 있다. 식구 중에서도 여자의 출입은 제한된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존재하나 이것은 일반적으로 오래전부터 내려온 풍습이다.  

 

심혁주 교수 tibet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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